계절학기까지 마치고서야 남기는 소회
“화성에서 살아남기, 콘텐츠가 되기까지. 지금부터 기업가정신 사례 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
여러분, 혹시 마션이라는 영화를 아십니까? 모르셔도 좋습니다. 딱 하나만 기억하세요. 마크 와트니. 바로, 화성에서 살아 돌아온 인간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그는 화성에서 홀로 남겨지지만 자그마치 546일을 버티고 지구로 귀환합니다.
웃음을 잃지 않는 공학자인 그는 자신이 가진 공학적 지식, 그리고 무한한 긍정의 힘으로 온갖 역경을 뚫어냅니다. 제가 생각하는 기업가정신의 표상이죠. 그런데 왜 기업가도 아니고, 심지어 실존 인물도 아닌 영화 속 가상의 인물을 소개했을까요? 사실, 이 인물은 제 롤모델이 아닙니다.
제게는 롤모델이 없습니다. 그런데 저만 그럴까요? 혹시 스티브잡스의 롤모델이 누구인지 아시는 분 계십니까? 일론 머스크는요? 세상에는 수많은 훌륭한 기업가들이 있지만, 그 어떤 이도 같은 스토리를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저마다 모두가 다른 상황과 처지를 만나는데 어떻게 누군가를 닮은 삶을 살 수 있을까요? 모두가 제 스승일 수는 있습니다. 가르침을 받을 수는 있어요.
하지만 롤모델은 다릅니다. 실제로 제가 그리고 싶은 제 모습은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나.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롤모델입니다. 저는, 나아가 우리 모두가 그러한 시야를 갖기를 바랍니다. 저마다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주체적인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우리 <한달>은 그래서 존재합니다.
한달 동안, 매일 하나씩, 자신을 드러내는 글을 온라인 상에 씁니다. 그래서 우리와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꿈을 이룹니다. 세상에 나를 드러냄으로써 만나는 변화와 연결의 장. 이곳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콘텐츠를 생산합니다. 우리 한달은 모두가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돕습니다.
지구로 무사히 귀환한 마크 와트니는 인류의 영웅이라는 자신의 콘텐츠를 가지고서 강단에 섭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죠. 우리가 우리 자신의 이야기로 빛날 그날까지, 한달이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실습했던 발표 수업, 그리고 내일 있을 협상 수업까지 마치면 드디어 계절학기가 끝이 난다.
첫 학기가 종강하자마자 쉴 틈도 없이 몰아쳤던 겨울학기. 그 때문에 그로기 직전의 상태까지 갔다. 애써 아무 영향도 줄 수 없다고 큰 소리를 쳤지만, 대학원 첫 학기의 마무리는 생각 이상으로 큰 부담감을 안겨줬다. 거기다 한달에서 한 그룹을 이끌기까지 하니, 멘탈이 고갈 직전이었다.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모두 해냈다. 그 와중에 큰 수확이 있다면, 아이러니하게도 바닥까지 몰고 가는데 크게 기여했던 계절학기 수업이었다.
<창업가의 도구상자>라는 제목에 걸맞게, 수업에서는 창업가들이 간과하는, 하지만 매우 중요한 도구를 배우고 익히도록 돕는다. 법률, 협상, 발표, 그리고 특허까지. 짧지만 굉장히 밀도 있던 수업 덕분에 크게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
다음 한달에서는 이번에 배운 창업에 관한 지식을 기반으로 스토리를 더해 풀어보려고 한다. 회사를 설립할 때, 길고 복잡하게만 느껴지는 정관이 왜 중요한지부터 시작해 피칭 덱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등 이야기할 거리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올해의 키워드는 다음 세 가지다. “연구, 투자, 창업.” 그동안 나 자신을 계속 밖에서 구하려다보니 정작 내가 가지고 있는 아이덴티티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창업과 투자, 연구에 관심이 많은 대학원생.” 크리에이터니 뭐니 다 좋다. 그런데 내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걸 이번에 크게 배웠다.
역시 수업이 끝나니 기운이 샘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