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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y Nov 03. 2019

언젠가 이 나라를 뜰테야

충분히 시작할 수 있었지만 하지 못한 일

교환학생. 다른 건 다 일단 부딪혀보고 봤지만 이건 끝내 시작조차도 못했다.

태생적으로 역마살이 꼈다. 어렸을 때부터 늘 밖으로 쏘다녔다. 일곱 살 짜리 애가 밥먹듯이 친구네 집에서 자고 다녔다. 새삼, 그렇게 어린 나이부터 배려해주신 부모님께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살던 영역을 떠나는 경험은 언제나 새로운 자극을 줬다. 새로운 사람들, 장소, 그리고 경험. 그게 처음에는 옆집 또래의 집에서 시작해, 고등학생 때는 지방을 벗어나 서울로 향했다. 그 다음은 자연스레 이 나라 밖이었다. 주체적으로 여행을 다니기 시작한 게 그 즈음이었다.

하지만 며칠 안에 돌아와야 하는 여행은 늘 감질맛이 났다. 맺힌 한이 커져서일까. 점점 여행을 다녀오는 기간이 길어졌다. 복학 후에 계절학기로 2주 간 다녀온 싱가폴이 그 시작이었다. 10일 안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경험이 좋았다. 짧게 다녀오면 나라의 건축물, 음식을 보지만 더 오래 눌러 앉다보면 그 나라의 모든 걸 온전히 담고 있는 사람과 만나게 된다. 거기서 느끼고 배우는 게 컸다.

다른 뿌리를 가진 사람과 더 많이 맞닥뜨리고 싶었다. 교환학생을 가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가 뭐였을까 돌이켜보니 그 근본적인 이유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가지 못했다. 우선순위에서 밀린 게 그 이유였다. 3학년 때는 공부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고, 4학년 때는 대학원을 준비하느라. 당시에는 그 나름대로 우선순위가 있어서 했다지만 이렇게 계속 마음에 짐처럼 남는 걸 보니 하긴 했어야 했나 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포기하기 힘들어지는 것들이 많아지기는 한다. 모든 건 기회비용이니까. 친구들, 가족과 떨어져야 한다는 것도 그렇고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것 역시도. 그래도 시도해보고 싶다. 막상 가보고 도저히 못 견디겠으면 돌아올 선택지가 있지만 하지 않으면 평생을 아쉬워하며 살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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