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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y Feb 01. 2020

인생은 실전이야

실행은 철저하게, 냉정하게

https://brunch.co.kr/@wodns1324/88


분에 넘치게 감사한 응원을 받았다. 한 분 한 분의 댓글을 하나도 빠짐없이 읽고 답변드리면서 가슴이 벅차올랐다. 뼈 있는 조언을 만나기 전까지는.


골프를 1 모르면서 어떻게 고객들에게 다가갈  있을까요?”


백 번 맞는 말씀이다. 고객이 누구인지, 그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우리 프로덕트는 어떤 강점을 가지는지에 대한 명확한 고민이 없었다. 이를 이해하려면 일단 모든 걸 관통하는 키워드인 골프부터, 하다못해 퍼팅이라도 직접 해봐야 했다. 초등학교 때는 재미를 붙이고서 필드도 나가고 했지만 다 옛날 얘기다. 고객이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지에 대한 인지가 부족했다. 늘 깊은 가르침을 주시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서 생각이 많아졌다. “이거 쉽지 않겠구나.”


인생은 실전이다. 중소기업 대표 아들의 감동적인 스토리를 들고 온다고 경쟁사가 눈물을 훔치며 자기 자리를 버젓이 내줄까?


냉정하게 현 상황을 파악했다. 퍼터를 제작하는 데 15년 인생을 바친 중소기업 대표 아버지는 퍼터와 골프만큼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신다. 우리 제품이 어떤 면에서 강점이 있는지, 퍼터의 고질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등.


하지만 제조 이후부터의 영역인 유통, 판매는 어려움을 겪고 계신다. 그도 그럴 것이, 온라인 판매가 주를 이루면서 오프라인 대리점은 살아남기 힘들어졌다. 항상 오프라인 위주로 유통을 해오던 터였기에 기존 유통 채널에서는 이해도가 높은 반면, 이런 변화에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홍보도 마찬가지다. 전통적인 TV 광고만 채널로 생각하시다 보니, 광고하고 싶어도 충분한 예산이 없기에 다른 안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시도할 수 있는 게 넘쳐나는 세상이다. 와디즈와 같이 펀딩부터 시작해 스마트스토어 등, 우리가 제조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채널에서 실험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내실부터 다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술력, 제품, 다 좋지만 정말 우리가 고객의 결핍을 잘 겨냥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동안 고객의 언어로 말해왔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었다. 그 시작은 웹사이트 리뉴얼에 있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 디자이너 진선님과 회사 리브랜딩을 상담하던 중, 웹사이트를 들어가보고서는 깜짝 놀랐다. 사이트는 옛날 버전이라 영상도 제대로 나오지 않을 뿐더러 디자인까지 엉망이었다. 고객을 설득하는 6가지 원칙 중 하나로 호감의 원칙이 있다. 쉽게 말해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것인데, 사이트에서 보이는 건 그와 달리 고구마에 가까웠다.



고구마...



중소기업에서 하는 말중에 “고객이 기술을 몰라봐준다”고 하소연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말하는 사장님들도 정작 가전제품 구매할 때 삼성, LG 제품 산다. 브랜드는 절대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그 브랜딩의 시작은 우리의 이야기가 가장 잘 담겨있는 웹사이트라고 생각한다.


그럼 나는 어떨까? 현재 카이스트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공대생 아들은 사업 자체에 관심이 많다. 고객이 가진 결핍을 해결해주는 일련의 프로세스를 어떻게 설계하고 키워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배움의 갈망이 크다. 학부 시절에는 스타트업과 대기업 각각에서 모두 인턴을 경험했다. 규모에 따라 시스템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사람들은 어떻게 다르게 움직이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볼 수 있었다. 현재는 창업부전공을 듣고 있다. 법률, 협상 등을 비롯해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직접 실습하며 경험을 쌓고 있다. 시장의 트렌드를 빠르게 리서치하고 카피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자랑같이 늘어놓은 이유는 이에 비해 부족한 게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시장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아직은 높지 않을 뿐더러, 우리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누구인지도 전혀 파악이 되어 있지 않다. 연령대가 어떻게 되는지, 주로 어디서 구매하는지 등 기본적인 데이터는 물론이며 그들이 왜 우리 제품을 구매했는지 역시도 마찬가지다. 마케팅은 제작자의 언어가 아니라 고객의 언어로 접근해야 한다. 우리가 암만 A가 좋다고 떠들어도 정작 구매하는 이유가 B에 있다면 방향을 완전히 잘못 잡은 셈이니까.


현 상황과 처지를 파악했다. 이제 무엇을 도와드릴 수 있을까? 크게 두 가지로 나눠서 생각해보자.


1. 골프부터 배워라


문제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결국은 우리 회사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처지에서 벗어나 오늘보다 내일 더 성장하게끔 만드는 게 최종 목표다. 그랬을 때, 당연히 나 역시도 고객의 관점에서 우리 제품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나 역시도 그들과 함께 운동해야 한다. 골프를 치지 않는 사람이 추천하는 퍼터 클럽을 과연 누가 살까? 이에 대해 선생님께 조언을 받자마자, 바로 우리 제품 2자루를 주문했다. 앞으로 직접 골프를 치면서 배우는 경험을 이야기를 할 생각이다.


<포드 v 페라리>에서 페라리를 이긴 차를 만든 사람은 포드 2세가 아닌 쉘비와 켄 마일스였다. 이유는 딱 하나다. 그들 역시 레이서였기에, 직접 차를 몰아보며 고객의 관점에서 차를 개발하고 제작할 수 있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회사 관계자이기 전에 똑같은 한 명의 골퍼로 성장하는 것이 1번이다.


2. 당장은 레버리지해라


하지만 이와 반대로, 나 혼자 모든 걸 할 수 없다는 걸 안다. 가슴이 아프지만 나는 사이트 제작에도, 골프에도 무지하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거기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내가 부족하다면 방법은 두 가지다. 스스로 능력을 계발하거나, 혹은 도움을 받거나. 다행히 내게는 든든한 지원자인 아버지가 계신다. 내가 콘텐츠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해도 괜찮다. 아니, 오히려 그래서 장점이 있다. 내가 이해하고 설득당할 정도면 그 어떤 골퍼도 이해, 설득할 수 있다. 지식이 없기에 지식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래도 사이트 제작은 여전히 문제다. 마음 같아서는 모든 걸 다 하고 싶지만 의욕만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일정 수준 이상부터는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내 역할은 전문가의 손에 넘기기 전까지, 최대한 빠르게 시안이 제작될 수 있도록 틀을 잘 짜는 데 있다.


이제 무엇을 해야할 지 명확히 파악했다. 내일은 경쟁사 분석 및 예산 선정에 대해 다뤄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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