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단 한번도 제대로 공부해 본 적이 없다. 집에서는. 내 책상에서는 책을 펴본 적이 없다. 죽기살기로 공부했다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밖에서 얘기다. 도서관에서는 그렇게 잘되던 게 집에만 오면 뭔가 집중이 안됐다. 고개를 들면 벽인 것도 싫었고 널찍하지 못한 책상도 맘에 들지 않았다.
그 이후로 레퍼토리야 말 안해도 뻔하다. 할일이 있으면 어떻게든 집밖을 찾아 헤멨다. 학교 도서관은 디폴트다. 밤늦게면 더 고역이다. 24시 카페가 없으면 다시 학교에 가는 한이 있어도 집에서는 작업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집은 쉬는 공간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겨울이 되니 망할 놈의 카페들이 자정이 넘어서면 히터를 꺼버린다. 집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추위를 더 싫어하는 내게는 죽을 맛이었다. 이젠 대체 어디서 일을 해야 하나. 그러던 차에 bk 하우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책상 세팅만 달리했을 뿐인데 방이 작업실로 안성맞춤이라 느껴졌다. 그 이후로 집을 어떻게든 꾸며야겠다고 생각했다.
벼르고 벼르던 차, 오늘 에센셜리즘을 읽고서 가장 중요한 일을 마쳤다. 집에 있던 잡동사니를 한가득 버리고, 괜히 자리만 차지하던 선반도 베란다로 치워버렸다. 허전한 공간에는 가로 1200미리짜리 책상과 의자를 채워넣었다. 대만족이다. 절대 불가능이라 여겼던 집에서의 작업이 몇가지 환경설정만으로 가능해졌다.
의지는 외재적 동기에 비유할 수 있다. 순간에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만 오래가지는 못한다. 의지가 부족하다느니 따위 조언하는 사람들은 걸러들어도 좋다. 반면, 환경설정은 내재적 동기다. 처음에는 어색해도, 설정하면 꾸준히 할 수 있는 힘을 발휘한다. 집에서 공부하려면 초인적인 의지를 발휘할 게 아니라 인테리어를 바꿔야 했다.
실력도 마찬가지다. 실력 = 이해 + 실천이다. 위에서 배운 걸 적용해보자. 실력을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해력을 높이고, 배운 걸 토대로 작게 많이 행동에 옮겨야 한다. 이는 의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강력한 환경설정을 옆에 둬야 한다. 한달머니라는 환경설정이 있었기에 묵혀둔 웹사이트 작업을 순식간에 마칠 수 있었다. 본업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꾸준히 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인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