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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서점 Oct 12. 2021

인생의 끝자락에서


어린 시절로 돌아가면 어떨까. 일단  삶에  충실할 거야. 남편의 , 아이의 삶도 소중하지만  삶이 있어야  삶도 있는 거잖아. 엄마는 위대하다고들 하지만, 실은 그럴수록 엄마도 불만이 여가. 어떤 방식으로든 터지기 마련이지.


그러니 욕망을 인정하고 멋지게 사는  아이에게도 을 거야. 의존해서는  . 위탁해서는 안돼.  삶의 운전대를 구에게 맡겨서는 안돼.



그래서 나는  일을 시작했어.  역사를 직접 쓰기로 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여성들은 말할  없이 많고, 그들의 마음이 어떤지는 내가  아니까.  남편이 유튜브에서 "당신, 사회생활은  번도 해본  없잖아?" 라며 아내에게 비아냥거리는데  물을  끼얹고 싶더라니까. 그러는 너는 집안일이라곤 해본  있냐 외치고 싶었지.



전업 주부가  여성도, 워킹맘이 된 여성도 모두 약간의 부담을 안고 산다는 알아. 일을 한다면 그만큼 집에는 시간을 쏟지 못하잖아. 그게 미안할 거잖아. 그러니 우리 서로를 보듬어주자. 우리가 애써 빚어온 인생을 아껴주자.



이렇게 나의 역사는 마무리되나 . 그런데 말이야. 너무  입장에서만 토해냈을까? 그이가 열심히 일한 덕분에 우리는 경제적으로 궁핍하지 않았고, 아이들을 사랑으로 키워냈지. '왕자와 공주는 넉넉하면서도, 알콩달콩 살았답니다.' 정도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무지막지한 새드엔딩도 아니다  말이야.



누구나 자신의 인생이 가장 힘든 법이고, 고유한 고통을 함부로 재단할 수는 없어.  남편의 역사는 나와  르게 구성되겠지. 그는 회사에서 치였고, 마음대로  되는 일이 넘쳤고, 아빠의 고개를 떨구게 하는 고민이 많았으니까.


남편의 노력, 아이들의 성장. 돌아보면 우리가 각자 역할을  해낸 덕분이라고 생각해. 그저 나는, 그들이 성장하는 사이 나도 있었다고, 회사에서 인정받고, 학교에서 좋은 성적 내는  뒤편에  또한 자리해 있었다고, 시장을 보고 반찬을 하고 집안을 쓸고 가족을 뒤에서 어 온 내가 있었다고, 소리 내고 싶은 거야.



역사란 대부분 승자의 역사지. 망토 휘날리며 위기마다 척척 나타나는 슈퍼맨은 기억하지만, 슈퍼맨의 의상을 다리고, 저녁을 챙겨주고, 이불을 갈아주는 조연은 잘 기억하는 법이 없거든.



소외된 역사를 기록해보겠단  포부가 이만하면 괜찮은  아닐까? 적어도 나한테는 그래. 지극히 평범하고 평범했던 이야기를 들어준 여러분,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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