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재배치로 인해 사이가 좋아졌다.
어느 날 우연히 부엌에 있는 식당의 위치를 바꿨을 뿐인데 우리 부부의 사이가 좋아졌다면?!..
우리는 결혼 한지는 5년 연애한 지는 9년이 넘어간다.
서로 많이 안다면 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르는 점도 많고 아직도 서로 알아가는 중이다.
한국에서 우리는 3년동안 서로의 직장때문에 주말부부로 지냈다.
주말부부 생활을 할 때는 어차피 붙어 있는 시간이 금, 토, 일 밖에 없기 때문에 나머지 월, 화, 수, 목요일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대로 살면 되고 어차피 안 보니까 싸울 일도 각자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볼 일도 없었기에 애틋하면서도 사이좋은 부부라고 생각하면서 만족하며 3년을 지내왔다.
심지어, 나는 참 결혼을 잘했고 좋은 남편을 얻었다고 생각했다.
뭐, 지금도 같이 살지만 남편에 대한 원망이나 내가 다른 사람과 결혼했더라면.....이라는 후회는 하지 않는 걸 보니 그래도 남편은 좋은 사람이기는 한 것 같다. ( 다만, 그 좋은 사람이 나에게는 맞지 않을 뿐.^^)
작년에 우리는 큰 이사를 했는데 한국에서 유럽국가로 이사를 왔다.
처음 일 년은 갑작스레 결정이 된 거라 남편의 이직으로 오기는 했지만 앞으로 몇 년을 살지를 결정하지 않아서
집을 선뜻 살 수도 없어서 적당한 곳에 렌트를 하면서 지내왔는데 1년이 지나니까 가구도 별로 없고 소품도 없이 이렇게 언제까지 살아야 하나 싶어서 우울해지기도 했다.
특히나, 유럽은 겨울이 유독 춥고, 어둡고 길기 때문에 겨울 준비를 톡톡히 해야 하는데 가구도 많이 없이
휑한 집을 보자 유독 겨울이 더 길고 춥게 느껴지기에 언제까지 렌트를 하더라도 사람답게 하고 살자 싶어서 가구도 한 두 개 사고 소품들도 사서 최대한 집주인에게 피해가 안 될 정도로 꾸미고 살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드디어 내년에 집을 사기로 마음의 결정을 하고 다음 집에까지 들고 갈 수 있을 만한 가구를 샀다. 근데 웬걸 부엌이 한국 집처럼 구조가 나오지도 않고 이 나라 특성상 부엌과 거실이 나뉘어 있어서 확 트인 공간이 아니라 답답하기도 하고 가구배치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우리 주방에는 아주 큰 창이 있다. 다행히도 문을 양쪽으로 활짝 열 수 있는 구조라, 환기시키기에는 완벽했고
창밖에 펼쳐진 풍경에는 식물도 있고 아침에 노트북으로 그날의 뉴스 기사를 보면서 커피 마시는 걸 좋아하는 지라 창을 바라보면서 부부 둘이라서 나란히 앉는 식으로 식탁을 배치했는데 새로운 가구와 가로 폭이 맞지 않아 테트리스처럼 이리조리 맞춰 보니 어쩔 수 없이 식탁을 가로가 아닌 세로로 놓아야 하는 바람에 더 이상 창밖을 보며 커피를 마실 순 없고 레스토랑처럼 옆에 창을 두고 남편과 마주 보면서 음식이나 차를 마실 수 있도록 배치를 했다.
처음에는 창밖을 보면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깥 풍경을 즐겼던 나의 소소한 시간이 없어진 것 같아 괜스레 우울해졌는데 그날 저녁, 신랑과 오랜만에 마주 보면서 식사를 하는데 식사 중간쯤 우리 둘은 느꼈다, 진작 이렇게 바꿨어야 했음을.
가구 배치가 사람의 생활 반경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를 사실 그렇게 잘 피부로 닿지 않았지만
이번에 식탁 위치를 바꾸고 나란히 앉아서 밥을 먹다가 마주 보면서 밥을 먹게 되니, 안 하던 이야기도 많이 하게 되고 그 사람의 표정을 보면서, 눈을 마주치면서 식사를 하니 도란도란 웃기도 하고 식사까지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게 아닌가! 외로운 타지에서 둘 밖에 의지할 사람이 없었는데 이렇게 마주 앉아서 식사를 하니 좀 더 가까워진 기분도 들고 어째 그 이후로 우리 사이는 더 좋아졌다는 느낌이 든다.
사소한 습관과 행동이 불러오는 나비효과는 대단하다.
앞으로도 어떤 사소한 습관과 행동이 우리 둘의 사이를 바꿔 놓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서로의 눈을 통해서 마음을 읽고 미소를 통해서 행복을 나누는 시간을 많이 갖고 싶다.
고마워 식탁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