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뚝뚝한 아들 형진입니다 어머니.

마음의 소리 | 첫 번째 이야기.

by Stella

첫 번째 이야기


안녕하세요.

'마음의 소리'를 쓰고 있는 작가 스텔라입니다.


이 연재를 시작하며 조심스러운 마음이 컸습니다.

말하지 못한 마음의 이야기들이

과연 누군가에 닿을 수 있을지,

제가 오롯히 그 깊은 마음을 대신 전할 수 있을지.


그런데 예상과는 다르게

용기를 내어 자신의 이야기를 맡겨주신 분들이 계셨습니다.

이 글을 통해 먼저,

마음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오늘은 그중

가장 먼저 마음의 문을 두드려 주신

이형진(가명)님의 '마음의 소리'를

대신 전합니다.



어머니,


접니다.

큰아들 형진이요,


잘 계시죠?

이번 겨울은 유난히 날씨가 춥네요.


너무 먼 거리에 떨어져 살다 보니

연락이라도 자주 드려야지 마음은 먹으면서도

먹고사는 게 바빠 막상 전화기를 드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어머니께서 가장 좋아하시는 주원이는

아주 잘 크고 있습니다.

이제 초등학교에 들어간 형아라

혼자서 옷도 갈아입고,

밥투정도 안 하려고 애를 씁니다.


전화를 드릴 때마다

옆집 연홍이 이모님 손주는 왔다 갔다 한다,

많이 컸다, 말도 아주 잘하더라

그런 말씀을 하시곤 하시죠.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어머니께서 우리 주원이가

많이 보고 싶으시다는 말씀이구나 싶어

자주 보여드리지 못하는 제 마음 한쪽이

조용히 아려옵니다.


요즘은 아이를 키우면서

어머니 생각이 자주 납니다.


아내도 종종 말합니다.

자식을 키워보니

친정어머니 생각이 나서

괜히 울컥할 때가 많다고요.


저 역시 아이를 키우며

이렇게 말도 안 듣는 녀석을

끝까지 귀하게 품어주셨을

어머니의 시간이 떠오릅니다.


타국에 살다 보니

한국 음식을 제대로 챙겨 먹기도 어렵고,

아내도 나름 한식을 해주려고 애를 쓰지만

그래도 가끔은

어머니의 음식이 유난히 그립습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기관지가 안 좋다며

거의 모든 음식에 생강을 넣어주시던 어머니.


잡채에도 생강을 넣으셔서

제가 ''대체 누가 잡채에 생강을 넣어요''라며

반찬 투정을 하던 그 음식이

요즘은 참 많이 그립습니다.


어릴 때 기억은 흐릿하지만,

제가 또렷이 기억하는 유년 시절부터

저는 사춘기라를 핑계로

늘 무뚝뚝한 큰아들이었습니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고 할까요.


그리고 지금은

나이가 들어 한 가장이 되고,

누군가의 아버지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이런저런 이유로

어머니께 살갑게 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게 참 많이 죄송합니다.


주원이가 지 엄마에게 살갑게 다가가는 모습을 볼 때,

또 저에게 해맑게 웃으며 안겨올 때면

문득 제 어린 시절이 떠오르고

그 끝에는 늘 어머니가 계십니다.


무뚝뚝한 남편과

아들 셋을 키워내시는 동안

어머니는 참 많이 외로우셨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 형제들을 훌륭하게 키워내시고,

항상 "괜찮다"라는 한마디로

어머니 자신의 애환을

뒤로 미뤄오신 것에 감사하고 또 죄송합니다.


가끔 드리는 전화에도

와이프나 아이들 목소리를 먼저 들려드리게 되고

저는 늘 한 발 뒤로 물러나

많아야 한두 마디 보태는 게 전부입니다.


사실은 저도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나누고 싶고,

아이들 이야기도 더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왜인지 모르겠지만

괜히 와이프 눈치가 보이고,

아이들 앞에서는

근엄해야 할 것 같은 이상한 생각이 듭니다.


마음과는 다르게

어머니께 퉁명한 말투로 전화를 끊게 되는 날이 많습니다.


이런 말들을

어머니께 직접 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막상 수화기를 들면

오늘 날씨는 어떤지,

아픈 곳은 없는지,

밥은 잘 챙겨드시는지

그런 식상한 이야기만 하다

전화를 내려놓게 됩니다.


어머니,

제가 드리는 그런 말들은 사실

'어머니가 많이 보고 싶습니다'라는

말 대신인 것 같습니다.


내일 아침에는

주원이와 함께

좀 더 살갑게 어머니께 전화드리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어머니.

-큰아들 형진 올림-


저 역시 사연자님과 같은 타국에서 살고 있어

이 글을 옮기며 괜히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우리의 나이가 열 살이든, 예순이든

'어머니'라는 존재는

마음속에서 늘 같은 자리에 있는

하나의 우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마음을

아직 글로도, 말로도 꺼내지 못한 분이 있다면

이 사연이

그 마음의 대신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말하지 못한 마음도,

사랑이 아니었던 적은 없으니까요.



감사합니다.

St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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