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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짹짹 Jan 09. 2023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

짹짹의 봄_사춘기(思春記) : 성장 문답 #8

어제는 필요에 대해 이야기했으니, 오늘은 충분에 대한 이야기다.


살아가는 데 있어 ‘충분함’은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다. 삶의 모든 문제와 부정적인 감정들은 대부분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다. 돈이, 능력이, 시간이, 관심과 애정이, 신뢰와 믿음이, 그 밖에 기타 등등. 충분하지 않은 만큼 해치워야 할 문제도 많아진다. 하지만 충분해지는 순간, 모든 문제는 사라지고, 충만한 행복과 만족감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그렇게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충분과 불충분 사이에서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과연 얼마나 있어야 이 굴레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오늘은 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충분과 만족



‘충분’의 사전적 정의는 ‘모자람 없이 넉넉함’이다. 따라서 이에 대해 논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기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그래야 거기에 못 미치면 모자라다, 그 이상이면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나는 그 기준을 ‘기대’로 잡았다. 내가 기대한 것에 못 미치면 모자란 것이고, 그 이상 돌려받으면 충분한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나의 ‘충분’의 정의는 ‘기대한 것을 그 이상으로 보답받은 상태’를 말한다.  


충분에 도달하면 만족이 따라온다. 만족은 '더 기대할 필요가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만족은 충분이라는 상태변화의 결과물이자, 충분에 도달했다는 증거이다. 만족에 이르면 기대와 보답이 균형을 이뤄 마음에 평화와 안정이 찾아온다. 더 바랄 것도, 받을 것도 없으니 더 이상 애태우거나 신경 쓸 일도 없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무언가에 만족하면 평온해진다. 러나 새로운 기대가 생기는 순간, 그것은 순식간에 무너져 아득히 사라진다. 그와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온갖 문제와 상념들이 밀려들기 시작한다. 애석하게도 이러한 번뇌는 평생에 걸쳐 반복된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끝없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레밍의 딜레마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욕심과 분수



충분의 균형을 깨뜨리는 것은 끝이 없는 ‘욕심’이다. 욕심의 사전적 정의는 ‘분수에 넘치게 무엇을 탐하거나 누리고자 하는 마음’이다. 충분과 만족의 연장선상에서, 편의에 맞게 ‘분수에 넘치는 기대를 품은 상태’로 정의하겠다. 욕심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새롭게 등장한 ‘분수’의 개념을 알아야 한다. ‘분수’의 의미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이러하다.


분수(分數)

1) 사물을 분별하는 지혜

2) 자기 신분에 맞는 한도

3) 사람으로서 일정하게 이를 수 있는 한계


공통적으로 분별해야 하는 보이지 않는 ‘’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내 식대로 ‘넘지 말아야 할 선’으로 정의하겠다. 그 선을 넘어가면 내가 감당할 수 없는 화를 입게 되니 절대 넘어서는 안 된다.


이처럼 분수는 내 능력이 감당할 수 있는 물리적 한계를 말한다. 이 선을 넘는 것은 어떤 것이든 나라는 사람의 그릇으로 담아낼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따라서 분수를 넘어가는 기대를 품으면 영원히 고통받게 된다. 내 그릇을 변형시키지 않고 그것을 온전히 담아낼 수 없을뿐더러, 누군가 내 기대에 보답해준다 해도 내가 그것을 다 받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인이 몸과 마음의 병을 달고 사는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극한의 자본주의, 무한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끊임없이 분수에 맞지 않는 것들을 기대하도록 강요받는다. 평생 동안 그런 자극에 수없이 노출된 결과, 세상엔 제 분수도 모르고 무작정 무리를 쫓아 달리는 나그네쥐(레밍)와 무리에서 낙오되어 혼란에 빠진 패잔병들만 남게 된다. 정말 세상은 요지경이다.



기대와 기다림



그렇다고 욕심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적당히 조절할 수만 있다면, 욕심은 성장을 위한 최고의 발판이 되어줄 수 있다. 내 그릇을 깨고 한 차원 더 높이 도약할 기회와 동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적당히 욕심부리고, 충분히 만족하며 살 수 있을까? 


그 해답은 ‘기대’에서 찾을 수 있다. 얼마나 기대를 품느냐에 따라 충분과 만족, 욕심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기대란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기다림’을 뜻한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 기대라는 행위의 본질은 사실 기다림이다. 기대가 욕심으로 변질되지 않으려면 내가 기다릴 수 있는 만큼 기대해야 한다.


기다린다는 것은 '일정 기간 동안 바람이나 염원을 마음에 담아둔다'는 것이다. 따라서 잘 기다리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담을 여유가 사라지지 않도록 마음의 공간을 잘 관리해야 한다. 결국 문제의 해답은 '마음의 공간을 어떻게 잘 관리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이에 도움이 될만한 3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비우기, 지켜보기, 현명하게 채우기



첫 번째는 '비우기'다. 이미 많은 것들로 꽉 차 있는 공간에 무작정 기대를 밀어 넣으면 기어이 선을 넘을 수밖에 없다. 선을 넘은 기대는 욕심으로 변질되어, 나를 영원한 고통의 굴레 속에 가둬버린다. 따라서 기대를 품고 싶다면 먼저 충분히 비워내, 마음에 여유 공간을 만들어 두어야 한다. 마음의 여유를 만드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정리다. 정리를 통해 기대만큼, 아니, 그 이상의 여유 공간을 확보야 한다.

 

* 구체적인 정리 방법이 궁금하다면 이전 글을 참고하자

성장 문답 #7_정리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두 번째는 '지켜보기'다. 기대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수시로 몸집이 변하기 때문에, 마음속 기대가 선을 넘지 않도록 꾸준히 지켜보고 관리해야 한다. 기대가 너무 커지면 덜어내고, 그것이 어렵다면 팽창한 부피만큼 다른 무언가를 배출해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지켜보기는 비우기의 연장선상에 있다. 계속 지켜보며, 계속 비워내야 한다.


세 번째는 '현명하게 채우기'다. 내 마음의 공간은 한정되어 있다. 아무거나 막 채우면 금세 꽉 차버리고 만다. 내 마음에 충분한 여유가 있는지, 내 기대가 현실적으로 보답받을 수 있을지, 내 안에 품을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잘 따져보고, 괜찮은 것들로만 그 안을 채워야 한다. 현명하게 채우면, 그만큼 더 많이, 더 오래 충분할 수 있다.





[오늘의 성장 문답]

Q :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

A : 딱 내 분수에 넘치지 않을 만큼.

분수에 맞게 살기 위해서는 ‘비우기, 지켜보기, 현명하게 채우기’를 연습해야 한다.


요지경인 세상,

정신 차리고 분수에 맞게 잘 살아 보자.



[짹짹 씨의 친절한 용어 정리]

* 충분 : 기대한 것을 그 이상으로 보답받은 상태. 또는 그때 느끼는 감정. 삶의 모든 문제와 부정적인 감정들은 대부분 충분하지 않아 발생한다.

* 만족 : 더 기대할 필요가 없는 상태. 충분의 결과로 얻어지며, 매우 안정되고 평온한 상태이다.

* 욕심 : 분수에 넘치는 기대를 품은 상태. 영원히 충분에 도달할 수 없어 끊임없이 고통받게 된다.

* 분수: 넘지 말아야 하는 선. 선을 넘으면 내가 감당할 수 없는 화를 입게 되니 절대 넘어서는 안 된다.

* 기대 :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기다림. 기대가 욕심으로 변질되지 않으려면 내가 기다릴 수 있는 만큼의 기대를 품어야 한다.

* 기다리다 : 일정 기간 동안 바람이나 염원을 마음속에 담아 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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