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재현 Aug 17. 2022

한국이 자전거의 지옥이 된 이유

유럽과 달리 한국에서 자전거가 일상화될 수 없었던 이유들

한국에서 자전거가 일상화될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추측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자전거 도로가 잘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던지, 자전거를 배려하는 운전 문화가 없기 때문이라던지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이런 시스템이나 문화적인 것들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국에서 자전거 문화가 발달할 수 없었던 원인들을 나름대로 분석해 보았다.



한국에서 자전거가 일상화될 수 없는 이유들은 이렇게 둘로 나눠서 생각해 볼 수 있다.


1. 지리적 관점

2. 역사적 관점


1번의 관점은 한국이 가진 지형과 기후 때문에 자전거 문화가 성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2번은 현대 한국의 도시체계가 자동차 위주로 발달했기 때문으로 보는 관점이다. 그리고 이 지리적 요인과 역사적인 요인들은 서로 어느 정도 영향을 주어온 것으로 보인다.




우선 1번 지리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1-1

언덕이 많은 한국 지형 특성


누구나 아는 이야기다. 한국의 도시들은 유럽에 비해 압도적으로 산이 많다. 유럽의 나라들은 산맥이 지나가는 일부 지역들을 제외하면 국토 대부분이 평지이고, 특히 도시는 대부분 평야지대에 위치한다. 하지만 한국은 국토 대부분 지역에서 산을 볼 수 있고, 도시들도 산이나 언덕들이 많다. 이렇게 언덕이 많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면 체력소모 매우 많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언덕이 많다는 점이 한국에서 자전거가 일상의 교통수단으로 선택받기 힘든 가장 큰 이유이다.



파리와 베를린의 풍경

1-2

야외활동이 어려운 기후


한국은 유럽에 비해 야외활동을 하기에 기후가 훨씬 불리하다. 이렇게까지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체감상 차이가 크다. 기온의 연교차가 고, 여름철에 매우 습하다는 것만으로도 야외활동을 하는 쾌적도에 있어서 매우 큰 차이를 준다. 유럽에서 에어컨을 사용하지 아도 그늘만 있으면 체감온도가 쾌적하다고 느낄 정도로 내려간다. 유럽의 도시들은 거리 야외 테이블들이 많은데 한국은 그렇지 못한 것이 단순히 문화 차이 때문만은 아니다. 또한 지붕을 열 수 있는 컨버터블 차량이 한국에 비해 훨씬 많이 팔리는 것 또한 이런 기후의 영향이 크다.


이런 지형적, 기후적인 차이는 결정적이다. 자전거로 통해본 사람이라면, 한국에서 자전거를 생활화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느껴보았을 것이다. 나 고등학생 때 자전거로 통학을 한 적이 있다. 아침에 학교에 가면 땀이 나서 한참 동안 땀을 말려야 했고, 또 장마철에는 아예 한동안 자전거를 타고 갈 수가 없었다. 결국 이후에는 한참 돌아가고 답답하지만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2-1

한국 도시들의 형성과정


한국의 도시들에서 자전거 문화가 성장하지 못했던 데에는 도시화가 이루어졌던 시기와 그 속도의 영향도 컸던 것으로 보인다.


시기-자동차 시대에 형성된 도시

자동차가 보급되기 이전에 형성된 유럽의 도시들은 보행자나 마차 정도가 이동할 수 있는 길을 중심으로 형성이 되었기 때문에 도시에서 생활을 하는데에 그리 먼 거리를 이동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현대가 되면서 도시의 규모의 크기가 커지기는 했었지만, 여전히 유럽의 도시들은 이런 과거의 도시 규모를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가 보급된 이후 형성된 현대의 도시들은 과거보다 훨씬 큰 규모의 도시구조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더 먼 거리의 이동과 물자의 운송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한국의 도시들은 이런 현대 도시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주변으로 도시의 영역을 확장시켜 나갈 수 있었다. 버스나 지하철 등의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도심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주거지역을 만들어도 이제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우리가 매일같이 출퇴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결국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한국의 경제발전시기에 수도권의 인구집중현상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6,70년대부터 정부는 서울 도심의 인구가 증가하는 것에 대해 대책을 마련했고, 그 방법으로 서울에 새로운 도심지를 만들고 주거지역을 공급하는 쪽을 택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곳이 지금의 강남, 잠실, 강서, 노원 등의 지역들이다. 그리고 현재는 서울시를 벗어나 경기권까지 서울의 위성도시들이 퍼져있게 되었다.


1970년대의 3핵도시 구상도, 2030 서울도시 기본계획 사진- 강남구청, 서울시


속도-빠른 경제성장과 인프라 보급 속도

한국의 빠른 경제성장 속도와 인프라의 보급은 자전거나 오토바이 등의 이륜차들이 생활 속에 자리 잡을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았다.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이용해 통근하는데, 이는 버스나 지하철 등 인프라 보급 속도가 도시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다.


반면에 한국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빠른 교통 인프라 보급으로 자전거가 생활에 자리 잡을 시간이 부족했다. 교통인프라의 보급이 앞서 알아봤던  지리적인 이유와 맞물려서 시민들이 자전거보단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했다. 만일 한국도 이런 과도기적인 시기를 오래 겪었다면 자전거 문화가 현재까지 유지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한다.


베트남의 출근 풍경 사진- 동아일보



+시민의식 차이의 원인


한국에서는 도로가 당연히 자동차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일반적이. 그래서 자전거가 도로를 이용하면 자동차도 아닌데 도로를 이용하면서 교통흐름을 저해는 훼방꾼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자전거뿐만 아니라 손수레나 전동 킥보드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법적으로는 이런 것들 모두 도로로 통행해야 하는 것들 인데도 말이다. 그래서인지 국에서 자전거를 타 도로를 달릴 때면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자동차들로부터 위험을 많이 느낀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자전거를 배려하지  것은 그들이 자전거를 일상적으로 타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에선 자전거 타는 것이 일부의 취미가 되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자전거 타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별로 없다. 반대로 유럽은 운전자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전거를 일상적으로 이용하다 보니 그들이 라이더들을 배려할 수 있는 것 같다. 운전자들 뿐만 아니라 보행자들도 자전거를 배려하고, 보도 위에 자전거도로가 있는 경우 웬만하면 자전거도로를 피해서 걷는다.


자동차 운전자와 자동차가 아닌 이동수단의 운전자 사이의 갈등은 언제나 있어왔다. 하지만 이 갈등이 사라지기 어려운 것은 이 둘 사이의 갈등이 일종의 계층/집단 간의 갈등이 되기 때문이다. 승용차를 타는 사람이 따로 있고, 자전거/오토바이를 타는 사람이 따로 있고, 전동 킥보드를 타는 사람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유럽은 그야말로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고 자전거를 타기에 이런 갈등이 덜하다. 이렇게 모든 사람이 자전거를 이용하고 또한 그들이 운전자가 되기에, 이들은 한국처럼 서로를 혐오하지 않는다.



+헬멧 착용 의무화에 대해

자전거를 탈 때 헬멧을 써야 한다는 법이 생겨난 것도 한국에서 자전거가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그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이 규정 또한 자전거를 타는 것이 일종의 취미로 인식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만일 자전거를 타는 것이 정말 일상적인 근거리 교통수단으로 인식이 된다면, 헬멧은 자신의 상황에 맞게 쓸 수도 안 쓸 수도 있을 것이다.


안 그래도 자전거를 생활화하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헬멧을 의무화시키는 것은 더욱더 자전거를 생활과 멀어지게 만드는 일이다. 자전거가 위험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원인이 자동차와 함께 도로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자동차로부터 자전거가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환경이 있다면 이런 법적인 규정은 필요하지 않다.




거리의 공유 이동수단. 전동킥보드와 전기스쿠터, 전기자전거들

가능성


현재 서울에서 공공 대여 자전거인 따릉이가 어느 정도 활성화되어 있다. 하지만 서울에 워낙 언덕이 많은지라 따릉이를 빌려서 다니게 되는 장소들에는 한계가 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유럽과 한국의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유럽과 같은 방식으로는 시민들에게 자전거를 타게 하기에 한계가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래도 나름의 희망을 걸어보는 것이 현재는 자전거 외에 다양한 퍼스널 모빌리티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자전거라는 개념을 조금 넓혀서 본다면 전동 킥보드 같은 장비들이 자전거를 대체하기에 부족하지 않다. 특히 공유 서비스를 하는 전동 킥보드나, 전기자전거를 주목할 만하다. 동력이 있는 장치들은 언덕이 있는 지역에서 기존 대중교통이나 자전거가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담당할 수 있어 한국의 환경에서 이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작가의 이전글 도시농업교육센터 프로젝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