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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현 Sep 09. 2022

Therme Vals

유럽 건축 답사 2

유럽여행을 가면서 가장 가 보고 싶은 건물이었다.  동안 나는 한 번도 피터 줌터(Peter Zumthor)의 건물을 가 본 적은 없었으면서도 그의 건을 존경했다. 다른 건축가들과는 어딘가 다르다고 생각해왔다. 그의 건물들은 복잡하지 않으면서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없, 감성적인 면이 강하기 때문이었다.


이번 글은 조금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섞어서 해야 할 것 같다.


어렸을 때 프리츠커상 수상자들의 작품을 모아둔 책을 사서 본 것이 기억난다. 나는 거기에 적혀있는 글들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피터 줌터 건물만큼 몇 장의 사진만으로도  분위기가 강한 인상을 남겼다. 마치 다른 건축가들이 건물을 두뇌로 설계한다면, 이 사람은 가슴으로 설계를 하는 것같았다.



그래서 내가 유럽에 갔을 때 그의 건물들만큼은 꼭 가보려고 했다. 그 중에서도 발스 온천은 단연 가장 기대가 되는 장소였다. 여행 중 방문한 발스 역시 기대한 것만큼 대단한 장소였고, 그곳에 가는 과정 때문인지 이곳에서의 경험이 나에게는 다른 건물들보다 임팩트가 컸던 것 같다.


나는 독일 남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차를 빌려 오스트리아를 거쳐 스위스의 스로 향했다. 나에게 유럽여행이 처음이었고, 해외에서 운전을 하는 것도 처음이었기에 설레면서도 긴장을 많이 했었다. 특히 발스에 가는 날 운전이 특히 힘들었다. 브레겐츠에서 Sumvtig을 거쳐 발스Vals로 향하는 길은 정말 아름답지만 피곤한 길이었다. 몇 시간 동안 계속 산을 올라가는 듯한 그런 길이었다. 게다가 빌렸던 차가 출력이 아주 약한 수동차였는데, 나는 한국에 보기 드문 이런 차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렇게 구불구불한 산길을 지나 저녁이 되어서 발스에 도착했다. 발스는 소도시라고 하기도 힘든 정말 작은 마을이었다. 산과 산 사이 위치한 계곡에 집들이 모여있는 시골 동네였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강원도 산골 어딘가 있는 작은 마을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이곳의 풍경은 나에게 너무나 이국적이고 특별했다. 하루 종일 운전을 하면서 창문 너머로 보던 스위스의 풍경 속으로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

발스에 가는 길(위)과 발스 마을사진(아래)

나는 발스에 도착하자마자 온천으로 향했다. 참고로 온천은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야 하고,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을 할 수 없었다. 이곳을 사진에 담아가지 못하는 것이 음엔 아쉬웠지만, 덕분에 오히려 이 공간을 맨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여행이 처음인지라 언제나 핸드폰과 비상금을 몸에 챙기고 다녔던 내게 처음으로 모든 걸 놓고 긴장을 풀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발스 온천으로 가는 길


우선 발스 온천은 건물 자체의 분위기도 대단하지만 역시 온천에서 보이는 풍경이 압도적이었다. 건물 내부에서도 이런 풍경을 보며 쉴 수 있는 공간들이 있었고, 외부에 있는 노천탕으로 가면 이곳의 풍경과 햇빛과 바람을 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용객들 서로가 서로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분위기에 이 공간 전체를 내가 가진 것처럼 편안해졌다. 마치 바다 위의 해파리가 되어 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온천은 이곳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로 만들어졌다. 짙은 회색에 약간은 푸른빛을 띠는 돌인데, 이 돌을 정말 길게 잘라 불규칙하게 쌓았다. 천의 닥과 벽이 대부분 이 돌로 이루어져 있었고, 어떤 곳은 이 돌을 1미터가 넘게 길게 잘라 사용하기도 했다. 이 돌이 주는 무게감과 묵직한 촉감은 마치 이 건물이 자연동굴처럼 이곳에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사진-archdaily, vals.ch
이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 푸른 빛을 띄는것이 특이하다.

이 건물은 시각적인 효과도 좋지만 청각적인 효과나 몸에 닿는 촉감적인 부분 신경 써서 디자인있었다. 건물에는 작은 탕이 있는 여러 개의 방이 있었다. 이런 각각의 방들은 면적은 작지만 천장고가 높고 콘크리트나 돌로 되어있었는데, 그래서 조명에 따라 약간은 종교시설 같은 느낌도 났다. 그리고 이런 구조 때문에 물소리가 굉장히 잘 울렸다. 방들은 서로 다른 느낌을 전하고, 이런 좁고 어두운 공간에서 조명은 물의 특성을 잘 느껴지게 . 어떤 공간은 물속에 조명을 넣어 천장과 벽에 빛으로 물결을 만들도록 했고 물속에서 올라오는 공기방울들을 볼 수 있었다.


이런 공간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차가운 물이 담긴 냉탕이었다. 그 좁은 방에는 14도의 물이 담겨있었다. 그곳에 들어가면 마치 손발에 닿는 돌들이 뾰족하게 깎여있는 듯이 날카롭게 느껴진다. 런 느낌이 신기해서 여러 번 여기에 들어갔었다. 아마도 이곳은 정말로 거친 촉감의 재질로 마감을 한 것 같았다. 좁고 어두운 공간에 푸른빛의 작은 조명이 켜져 있고, 손발에 닿는 것들마저 날카롭게 느껴지는 완벽하게 차가운 공간이었다.


또 온천 구석 가면 물이 내려가는 묵직한 소리가 울리는 공간도 있었다. 천에는 이렇게 소리를 가두는 공간들이 많았다. 이런 공간들에서 물소리를 듣고 있는 것은 마치 바닷가서 파도소리를 듣는 것 같이 편안했다.



Therme Vals의 스케치와 평면-archdaily


이번에 여행을 하면서 발스뿐만 아니라 Bruder-Klaus 예배당이나 브레겐츠 미술관, 콜룸바 뮤지엄 등 피터 줌터의 여러 대표 건축물들을 방문했다. 그의 건물들은 마치 인상파의 작품처럼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다. 른 현대 건축가들은 자신의 철학과 논리를 건축에 담아냈다면, 그는 마치 고흐나 모네처럼 작품이 전달하는 감정과 분위기에 집중했다. 그리고 의 건축의 특징들을 가장 잘 담고 있는 것이 발스 온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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