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맞는 때란?

일상의 난제를 넘어가는

by 생각의 틈


단풍색이 짙어지는 늦가을이면 찾는 곳이 있습니다. 우리 동네 옆 동네의 옆 동네입니다. 거리상 산책보다는 나들이가 제격입니다. 일기 예보에서 이번 주말이 가을 나들이의 마지막 기회라는 말에 나선 길이었답니다.


그곳의 나무들은 해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나무 수종과 나무의 배치가 하나의 단풍지대입니다. 어느 해든, 아름다운 단풍을 보이는 이유입니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단풍잎과 나무 기둥 주위에 떨어진 낙엽이 반반입니다. 단풍잎이 나무 위쪽을 밝힌다면, 낙엽은 나무 아래에서 은은한 조명으로 나무 전체를 밝히고 있습니다. 어떤 단풍나무는 손가락 같은 나뭇잎 끝이 안으로 말려 나선으로 떨어집니다.


♧♣♧


돌아오는 길, 다리도 아프고 해서, 시간을 단축하는 길로 서둘러 걷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엥?---

왕래가 드물고 외진 교각 아래 주변에 철쭉꽃이 피어있습니다. 봄도 아니고, 여름도 지나고, 더군다나 곧 겨울이 온다고 하는데 말입니다.

이 늦가을에, 봄꽃인 철쭉꽃 두 송이가 서로 등을 대고 활짝 펴서, 햇빛 아래 빛나고 있습니다.

꽃잎이 흔들립니다. 봄의 그 짙은 분홍색이 아니라 연한 보라색 꽃잎 색으로.


그냥, 그 자리에 섰습니다.

이제까지 봄에 수많은 철쭉꽃을, 다양한 색깔의 철쭉꽃을 보았습니다. 그냥 한 무더기의 꽃으로 말입니다. 처음으로 철쭉꽃을 자세히 지켜보았습니다. 꽃잎 색이 옅어서 그런지 더 아련하게 아름다웠습니다. 왜 마음이 술렁이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봄날 동네 철쭉은 부드럽고 영양이 풍부한 흙에 서 있었는데, 이 철쭉은 돌덩이 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서 있습니다. 동네 철쭉은 충분한 햇빛을, 주변에 햇빛을 가리는 어느 것도 없어 충분히 햇빛을 받고 거의 모든 꽃이 활짝 피어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곳은 교각 아래쪽이라 햇빛도 잘 들지 않습니다. 계절이 바뀌며, 해가 기울어지면서, 햇빛이 머무는 시간이 봄이나 여름보다 길어진 것 같습니다. 다른 꽃들은 햇빛의 양이 적어서 꽃 피우기를 마감했는데. 여기에 있는 이 철쭉은 이제껏 받은 햇빛 중에, 지금이 가장 많은 햇볕 양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또, 어쩜 가장 중요한 것이기도 할 겁니다. 꽃을 피우고 싶은 철쭉꽃의 열망 말입니다. 어쩜 작년에 꽃을 피우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꼭 꽃을 피우고 말겠다는 굳은 다짐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철쭉꽃 이파리는 단풍이 들어가고 있어서 마음이 조급했지만, 그래도 꽃은 꼭 피우고 싶었을 겁니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알뜰살뜰 힘을 모았을 겁니다.

그래서 지금에야, 세 꽃봉오리 중 두 꽃봉오리만이라도 꽃을 피울 수 있게 된 것일 겁니다.

그래서 지금이, 이 철쭉이 꽃을 피울 수 있는 최적의 때인 겁니다.

이 늦가을이, 철쭉꽃을 피우는 딱 좋은 철인 겁니다.


내가 처음 본 철쭉꽃의 흔들림은,

단풍잎을 떨구고, 낙엽을 휘젓는 바람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이제 막, 철쭉꽃이 꽃봉오리를 펼친 생명의 떨림이었던 것입니다.


♣♧♣


딱 맞는 때라는 것은,

실제로 할 수 있게 되어,

실행하는 그때가 딱 맞는 철이자 때라고,

나는 믿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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