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한 연말을 넘어가는
2025년 마지막 달, 12월입니다. 마음만 분주합니다. 겨울바람에 손도 마음도 시립니다.
요즘, 저는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미소도 짓고, 고개도 끄덕입니다. 어쩜, 메리 올리버(미국 시인) 시인의 시를 읽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메리 올리버 시인도 우리처럼 아이 시절을 겪었기에 말합니다.
“어른들은 자신의 환경을 바꿀 수 있고, 아이들은 그럴 수 없다. 아이들은 무력하며 곤경에 처했을 때 그들을 둘러싼 모든 슬픔과 불운, 분노의 제물이 된다.”라고요. 그다음이 좀 아프죠. “그것들을 전부 느끼면서도”
시인은 자연계에서 찾았다고 합니다. 편안함을.
깊은 숲 속은 네 발로 기어 다녔다니, 다른 곳은 어디든 갔을 겁니다. 자연을 오랫동안 가까이서 지켜보며 시인이 될 아이는 ‘자연이 얼마나 흥미롭고 아름답고 신비’한 지를 직접 경험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쓴 시를 통해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갑니다. 그 속에서 ‘최악의 아픔을 겪은 마음에 고귀함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합니다.
시인은 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강한 수치심의 그루터기들, 수많은 세월이 지난 후에도 해결되지 못하고 남아있는 슬픔, 아무리 춤과 가벼운 발걸음을 요구하는 시간이라 할지라도 어디를 가든 늘 지고 다니는 돌 자루가 있다.”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하지만 우리를 부르는 세상, 경탄할 만한 에너지들을 가진 세상도 있다. 분노보다 낫고 비통함보다 나은, 더 흥미로워서 더 많은 위안이 되는 세상”이 있다고 말입니다.
그 모두를 온몸으로, 체험 속에서 깨달은 시인은 그걸 우리에게 전해주기 위해 ― 이해시키기 위해, 알아차리게 하려고― 수많은 밤에 불을 밝히고 책상에 앉아 연필로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합니다. 그래서 시인의 시에는 시인이 알아차린 위안과 아름다움과 경이로움과 신비한 기운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시인의 어깨에 기대어 사물을 보게 되어, 이 분주하고 스산한 계절에도 마음이 따뜻해진 걸 겁니다. 물론 시인의 사랑과 열정까지 덤으로 얻으면서요.
제가 선택한 시는, 태양을 사랑해, 태양을 닮은 <해바라기>입니다.
당신이 꿈속에 시인의 손을 잡고 간다면 무섭거나 외롭지 않을 겁니다. 당신이 시인의 어깨에 기대어 해바라기를 본다면, 시인처럼 우리도 알아차릴 겁니다. 그 충만해지는 다사로움을. 시인에게는 해바라기와 시인만의 이야기가 있듯이, 저나 당신, 우리들도 우리들 각자만의 해바라기와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우리의 삶이 조금은 느긋해질 것 같습니다.
해바라기
메리 올리버/ 민 승남 번역
나와 함께
해바라기밭으로 가.
해바라기 얼굴은 반짝이는 원반,
마른 등뼈는
돛대처럼 삐걱대고,
몹시도 많고 무거운
초록 이파리는
종일
태양의 끈적이는 당분을 채우지.
나와 함께
해바라기들을 만나러 가,
해바라기들은 수줍음 타지만
친구가 되고 싶어 하지,
해바라기들은 어릴 적 겪은
경이로운 이야기를 품고 있지 ―
중요한 날씨,
배회하는 까마귀들.
해바라기들에게 질문하는 걸
두려워 마!
태양을 따라가는
그 밝은 얼굴들은,
귀 기울여 들어줄 거야, 그리고
줄지어 빼곡히 들어찬 씨들 ―
그 하나하나가 새 삶이지! ―
더 깊이 사귀고 싶어 하는,
그 씨들, 군중 속에
서 있지만,
따로 떨어진 우주처럼
고독하지, 자신의 삶을
하나의 찬양으로 만들어가는
긴 여정은
녹록지 않지. 나와 함께
가서 그 순수한 얼굴들,
소박한 이파리 옷,
꼿꼿이 서서 불타오르는
땅속 거친 뿌리들과 이야기 나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