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이야기

소소한 행복

by 생각의 틈

비 오는 아침입니다.

베란다에서 창밖 아래, 아파트 단지를 내려다봅니다.


큰 우산들이 성큼성큼 일터로 향합니다.

작은 우산들이 줄지어 하나씩 둘씩 앞서거니 뒤서거니 학교로 갑니다.


앙증맞은 우산들이 옹기종기 옮겨 다닙니다.

커다란 우산 아래, 조그만 우산이 겹쳐 가만히 서있기도 합니다.

아파트 정문 쪽을 바라보며 유치원 버스를 기다립니다.

유치원 버스가 오자 큰 우산들은 큰 우산 쪽으로 모이고,

조그만 우산들은 버스 안으로 사라집니다.

아이들 우산에는 사분의 일 정도가 투명비닐인 노란색 우산도 있답니다.

앞을 보면서 걸어갈 수 있게 만든 아이디어 우산이지요.

어떤 우산은 멍멍이 귀가 두 개나 달려있답니다.


요즘에는 무지갯빛 우산이 많이 보인답니다.

가끔은 빈센트 반 고흐가 동생 테오의 아들 탄생을 기뻐하며 그린

<꽃 피는 아몬드 나무>가 그려진 우산도 있답니다.

<해바라기>도 있고, < 별이 빛나는 밤> 우산도 있답니다.


나에게도, 크고 작은 꽃들이 펼쳐진 노란 꽃 우산이 있었답니다.

노란색이 연하고 꽃 모양이 부드러워, 그저 밝은 정도로만 보였던 우산이었답니다.

무척이나 아꼈는데, 급한 일이 생겨 서두르다 잃어버렸답니다.

그 우산을 펴면 화사한 조명을 받는 것 같았답니다.

나의 즐거운 표정 때문이었겠지만 예뻐 보인다는 말을 간혹 듣곤 했답니다.

꼭 그래서는 아니지만,

비가 그쳐도 우산을 말린다는 핑계로 우산을 접지 않고 들고 다니곤 했었답니다.


그 우산을 잃어버리고 새로 산 우산이 지금의 우산입니다.

우산은 두 겹이어서 묵직한 무게감이 있습니다.

우산 안쪽은 무지개 색깔로 분할되어 있습니다. 밖은 온통 검은 천이 덮고 있답니다.

그 검은 천의 끝은 럭비공을 반으로 자른 타원으로 안쪽으로 잘려있습니다.

그 잘린 만큼 안쪽의 무지개 색 천이 보인답니다.

마치, 검은 우산이 무지갯빛 속치마를 입은 것 같답니다.

어찌 보면,

노란 우산을 잃어버렸기에 지금의 무지개우산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합니다.

이 우산과는 2년이 되어 가는데 이번에는 오래오래 함께 하고 싶습니다.


또 다른 옅은 녹색 우산도 있답니다. 그 우산은 물건을 사고 받은 증정품이랍니다.

색이 맘에 들어 2만 원을 억지로 채워서 받았답니다. 그 우산은 예비 우산으로 가족 공동용에 가깝습니다.

이렇게 내 우산이 두 개나 있어서 마음에 따라 우산을 골라 쓴답니다.

좀 우울한 날에는 무지개 우산을 쓴답니다.

어느 때는 눈에 띄지 않거나 점잖아야 할 때도 있답니다.

그럴 때는 녹색 우산을 들고나간답니다.

녹색 우산은 색이 옅고, 자연 녹색에 가까워 마음을 진정시켜주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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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다 보니,

몸이 비 맞는 것을 피하게 하는 우산이,

마음이 비 맞는 것도 피하게 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사실은,

내 무지개 우산에는 주황색 자리에 분홍색이 있답니다.

그렇지만 나는 분홍색이어서 더 좋다고, 더 예쁘다고 여깁니다.

우산이 내 마음을 알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