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이야기

소소한 행복

by 생각의 틈

♡모양을 좋아합니다.

어떤 색이든 모양이 ♡와 비슷하면 다 좋습니다.

특히 빨간 ♡모양에 포근한 질감의 물건이라면 가슴에 끌어안습니다.

그럴 때 기분은 최고입니다.

이유는 모릅니다. 그저 좋습니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내 몸에 ♡모양의 심장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 ◑


사실,

내 왼쪽 가슴에 늘 함께 있는 심장을 기분 좋게 느껴본 적은 없었습니다.

달리기를 끝냈을 때, 마구 나대는 심장은 통증으로 다가왔습니다.

놀라고 당황한 일을 마주했을 때, 심장은 뛰지 않고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내가 심장이 있어 맥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던 곳은 배 부분이었습니다.


심장을, 하트♡를 좋아하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몇 해 전 초봄에 오른손 손목이 부러졌습니다. 사고가 난 곳은 지리산 산속이었습니다. 응급용 삼각건으로 팔을 고정하고 3일이 지나서 병원에 갔기에, 치료 과정이 길고 지루했습니다. 종이 한 장도 들 수 없는 상태에서 원래대로 돌아오는데 1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때, 집과 병원만을 다니던 그날은 여름도 지나고 가을로 접어들어 단풍이 절정인 10월 말쯤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산 쪽에 있는 공원으로 무작정 걸어 나갔습니다.


공원 둘레길을 걷는데 어디선가 딸기잼 냄새가 났습니다. 공원은 크고 공원 둘레는 커다란 도로로 경계가 확실했습니다. 그래서 가정집이 주변에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딸기잼 냄새가 났습니다. 공원의 모든 구간이 아니라 어느 한 구간에서만 났습니다.

냄새는 딸기잼을 만드는 시작 단계가 아니라 거의 다 졸여져서 졸인 쨈이 똑똑 떨어지기 전의 달콤 달착지근할 때의 그 냄새였습니다. 옆에서 오랫동안 쨈을 저을 때 맡았던 그 진한 냄새였습니다. 가볍게 시작한 걸음이 둘레길을 돌고 돌며 머리를 갸웃거리며 그 냄새를 찾으며 걷다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 해, 딸기잼 냄새 나무 찾기에 나섰습니다. 나무에 관한 책을 들춰보다가 그렇게 바라던 ‘딸기잼 나무’ ‘단풍이 들면 설탕 졸이는 냄새가 난다’라는 글과 함께 그 나무의 사진이 실린 책을 만났습니다.

나무를 구별하는 수많은 방법이 있었습니다. 나무의 껍질인 수피만으로도 나무를 구별할 수 있는 이도 있지만 내가 구분할 수 있는 방식은 나뭇잎과 열매였습니다. 그래서 나무에서 새잎이 돋아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손을 사용할 수 없었던 지난여름과 가을보다 시간이 더디 흘렀습니다.


봄이 되자, 나는 책을 들고 지난해 늦가을의 그 공원으로 갔습니다. 이번에는 냄새가 아니라 내가 기억하는 구간과 책 속에 있는 나뭇잎 모양으로 내 기억 속 딸기잼 나무 찾기에 나섰던 것입니다.


마침내 찾았습니다, 그 나무를. 그 나무는 계수나무였습니다. 나무는 나뭇잎이 둘씩 단짝처럼 두 손을 잡듯 마주 잡고 쪼르르 매달려있었다. 나뭇잎 모양은 ♡모양이었습니다. 나는 손을 뻗어 나뭇잎을 살며시 만졌습니다. ♡♡♡♡모양의 나뭇잎이 나뭇가지에 연이어 매달린 모습이 사랑스러웠습니다. 내 가슴속도 다스해졌답니다. 어떤 일정한 리듬이지만, 변함없는 일정함이어서 편안하고 안심되는 그런 모양이었답니다. 이상하게도, 처음처럼 내 심장을 편안하게 느꼈답니다. 계수나무는 나에게 평온함과 따스한 사랑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그 후 나에게 보이기 시작했답니다.

우리 주변에는 ♡모양의 나뭇잎이 많았습니다.

♡모양은 전체적으로 통통하거나, 아랫부분이 좀 더 길거나 날렵하든가 끝이 유난히 뾰족하든가 했습니다. 삼각형에 가까운 ♡모양도 있었답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로는 박태기나무, 라일락, 이태리포플러, 자작나무, 피나무 등등 많이 있었습니다. 특히, 봄에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체리 핑크( 책에는 홍자색이라고 쓰여있음) 꽃의 박태기나무의 나뭇잎은 하나하나 모두 다 다른 ♡ 모양이랍니다. 우리가 그릴 수 있는 모든 ♡모양의 모든 형태가 그 나무에 다 있었습니다.


나무뿐 아니라 풀들도 ♡모양의 잎이 많았답니다.

그중 내가 좋아하는 풀은 '고양이가 소화가 안 되거나 배가 아플 때 뜯어먹는다'라는 어디서나 쉽게 보이는 괭이밥입니다. 그 풀잎은 ♡모양 세 개를 거꾸로 붙여 논 모양입니다. 노란 꽃이 피지만 나에겐 세 개의 ♡가 모인 잎이 더 마음을 끌어당깁니다.


◐ ◑


우리 주변에는 나뭇잎이나 풀잎 말고도

♡모양의 열매도 많답니다.

당신이 그 열매를 찾고 발견하는 재미와 기쁨을 경험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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