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행복
아침에 일어나 보니, 현관 한구석에 있는 원형 시계의 바늘이 멈춰 있다. 지난밤 자정을 지난 시각이었나 보다. 시침과 분침 그리고 초침이 12를 지나고 1이라는 숫자 사이에 모여 있다. 마치 만나기로 약속한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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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계는, 초침 소리가 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단 하나의 조건으로 산 시계였다. 현관 입구 신발장 위, 접은 학이 담긴 유리 상자 위에 올려놓고 외출할 때마다 볼 수 있는 눈높이에 둘 예정이었다.
그런데 하필 원형뿐이었다. 상자에서 꺼내서 자리에 올려놓으니, 현관문을 여닫을 때 굴러 떨어질 듯 보였다. 시계가 들어있던 상자를 가져와 다시 집어넣고 올려보니 안정감이 있었다.
상자를 그대로 이용하려고 보니, 대각선으로 ‘무소음’을 강조한 선전 문구는 가리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이전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고 남아있던 장식 천 테이프, 붉은 천에 꽃 모양이 있고 끝이 금색 실로 마무리된 천으로 그 글씨를 가렸다. 만족감도 잠시, 아래가 보였다. 시계는 위가 아니라 밑으로 빠질 것만 같았다. 붉은 천 테이프를 댄 대각선 반대쪽에도 같은 모양으로 천 테이프를 댔다. 단조로움을 피하려고 붉은색의 보색인 초록색 나뭇잎 바탕의 천 테이프로.
그러자 미처 보지 못한, 천을 댄 반대쪽에 두 개의 빈 공간이 보였다. 그대로 놔둘 수가 없었다. 그곳을 똑같이 붉은 천과 초록 천으로 막고 보니, 시계가 갑갑해 보였다. “아!”‘그냥 사 와서 두면 되겠다고 가볍게 사 온 것이었는데. ’‘할 일도 많아서 이것만 붙들고 있을 수는 없는데….’
다음 날, 어제의 그 원형 시계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그러다 집에 방치되어 있던 조화에서 붉은색 꽃과 분홍색 꽃을 골라 각각의 구멍에 밀어 넣어보았다. 그런대로 보기 좋았다. 사면을 싸맨 어제보다 다른 두 공간에 꽃을 꽂으니, 시계가 여유 있어 보였다. 그렇게 이 원형 시계는 현관 옆에 자리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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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 선 시계를 상자에서 꺼냈다. 건전지가 내장된 뒤를 보니, 한 개 들어있는 건전지가 조금 앞으로 나온 듯 보였다. 건전지를 안쪽으로 조금 힘을 가해 밀어 넣으니, 초침이 소리 없이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남아있는 건전지가 이 시계를 얼마 동안 가게 할까? 일단 하루만 지켜보자고 생각하며 시간을 맞추었다.
제 자리에 놓기 전에 쌓인 먼지를 털고 닦았다. 두 송이 꽃도 먼지를 떨고 다시 집어넣었다.
이 시계와 언제까지 함께 할 수 있을까?
일단은, 사용 중인 건전지로 갈 수 있을 때까지 가고, 그다음은 새 건전지로 바꾼다. 그러다 고장 나서 새 건전지로도 초침이 움직이지 않을 때, 그때까지는 이 흰 무소음 원형 시계와 함께다라고 다짐한다.
안방의 시계는 이 시계보다는 비싸고 나무로 되어있다. 비밀의 공간도 있고 분위기 자체가 고전적이다. 그러나 이 싸고 가벼운 시계에 대한 마음과는 다르다. 아니 그 멋진 시계에 내 마음이 간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 무소음이 특징인 원형 시계가 나에게 특별한 것은,
이 시계를 내 집에 맞추기 위해 궁리하고 모색하며 애쓴
노력과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