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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형태

by 월하

마음에도 형태가 있다면 어떤 모양일까.


파란 바다 위로 물결치듯 유달리 구름이 빠르게 흐르는 듯하다. 푸른색으로 빼곡한 산과 들, 해 질 녘 붉은빛으로 물든 빌딩 숲을 보며 넌 유난히 행복해했다.


간혹 보름달을 볼 때면 내 얼굴 같다며 놀려대던 너. 마음에 들어 산 구두 환불을 부탁하고 저만치 멀리 떨어져 구경하던 그 모습마저도 참 아이스럽고 귀여웠다. 아마 넌 전생에 내 딸이 아니었을까.


감정의 높낮이가 있었지만 너라는 사람은 예의 바르고 심성이 착한 사람이었다. 헤어졌어도 여전히 넌 내게 참 소중한 사람이다.


괴롭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다시 운동도 시작했고 산책도 한다. 절에도 가보고 명상도 하면서 자꾸 비워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자꾸 무언가 바라는 기도는 하지 않기로 했다.


만약 마음에도 형태가 있다면 결코 달콤한 모양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 오고 싶어 했던 유럽도 결국엔 너 없이 왔다.

꼭 보고 싶다던 크리스마켓을 보니 네가 더 생각나서 괴로웠다. 그림 같은 풍경을 보고도 행복하지가 않았다.


너는 나에게 무슨 의미일까. 그토록 사랑하는데 마음 하나만으론 왜 너에게 닿지 않는 걸까. 결국엔 내 욕심이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왜 여전히 제 자리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걸까. 나의 오만과 착각일까. 나는 왜 이런 질문들로 나 자신을 괴롭힐까.


사랑의 의미는 없는 걸까. 아니, 사랑은 그 자체만으로도 완벽하다는데 너는 나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주었는가. 가족을 제외하고 사랑 앞에서 조건이 붙지 않는 건 네가 처음인 거 같다.


여느 노래의 가사처럼 창밖의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하다는데 어느 날 일렁이는 바람에 문득 네가 내 옆이 아니더라도 어디서건 누굴 만나건 행복하길 바란다면 그것 또한 다른 마음의 형태일 것이다.


내 마음에도 형태가 있다면 아마도 그것은 너의 빈틈을 채워주는 형태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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