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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하랑 Jul 24. 2024

한국 정원 정체성 얘기만 주야장천

나중에 하나로 합쳐서 다시 써야죠

언젠가 연희동에 있는 단독주택에서 사는 꿈이 있다. 넓은 마당도 있는 2층짜리 집에 살면서, 정원도 가꾸고, 우리 아이들이 아이를 낳게 되면 실컷 뛰어놀 수 있는 마당을 가지고 싶다. 도시에서의 삶을 포기한다면 넓은 마당 있는 단독주택의 삶이 꿈만은 아니다. 도시에서의 복작거리는 삶이냐, 근교에서의 여유로운 삶이냐의 두 가지 선택지가 아닌 모두를 갖고 싶은 것은 욕심이다. 도심에 살면서 정원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은 조선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중국 소주의 정원을 방문했을 때, 가장 놀랐던 것은 규모였다. 한국 정원에서는 건물 하나에 딸린 작은 정원 하나의 의미를 파해치려고 오랜 시간 고민했는데, 중국 정원을 그런 식으로 분석하려고 한다면 몇 달, 몇 년이 걸릴지 모를 일이었다. 중국은 도심에 살면서도 이렇게 넓은 정원을 소유할 수 있었는데, 한국은 그렇지 못했다. 물론 중국과 한국의 부자는 지금도 비교가 안되지만, 옛날에도 그러했고, 소유한 재산의 차이가 정원 크기의 차이를 가져오긴 했지만 단지 그 이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중국의 도시는 광활한 평지였다. 집을 살 때, 부자라면 가지고 있는 돈만큼 큰 부지를 사면 됐다. 하지만 한국은 달랐다. 어떤 부자라도 광활한 평지는 농사짓는 땅이거나, 상권이 발달해서 집을 짓기 좋은 조건이 아니었다. 우리나라에 풍수지리가 발달한 것이 미기후를 이용해서 혹독한 겨울과 지난한 여름을 견디기 위해서 기도 하지만 귀한 평지는 예나 지금이나 돈이 되는 땅이었고 집은 그다음으로 좋은 땅을 찾아 짓게 되었다. 그런 상황이기에 넓은 대지의 정원을 갖는다는 것은 부자도 쉽지 않았다. 아무리 부자여도 중국 소주만큼 넓은 대지의 주거지구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설령 엄청난 부자여서 넓은 평지를 소유할 수 있다 하더라도, 맨 땅에 정원을 만드는 것도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다. 중국은 주변에 활용할 자연이 없는 대신 광활한 평지가 있어서 인공적인 정원이 발달하였고, 한국은 평지가 드문 대신 자연이 지척에 있었기에 이를 활용한 정원을 만드는 것이 가성비가 좋았다. 자연을 좋아해서, 자연스러운 정원을 좋아해서 그런 정원을 만들었다기보다, 넓은 땅을 사서 비싼 돈을 들여 정원을 만든 들 가까이 있는 자연보다 더 괜찮은 정원을 만드는 것이 어려운데 굳이 누가 그러겠는가? 


지금의 대한민국은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아마도 고조선 이래로 처음 맞이하는 경제 수준일 것이다. 그리고 자연은 모두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되어 조선시대처럼 마음대로 자연에 들어가 정원을 만드는 것은 법으로도 금지되어 있다.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주머니 사정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자연에 들어가 정원을 만드는 것은 누구에게도 금지되어 있다. 한국 정원의 특징, 자연 지형을 활용한 정원, 인위적이지 않은 정원은 이런 배경 속에서 생겨났다. 조건이 바뀌었을 때, 지켜져야 할 가치는 무엇이고 변화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 생각해봐야 한다. 절제하는 정원, 자연스러운 정원도 조선시대에 한정된 이야기이지 고려시대도 그렇지 않았다. 우리는 시대를 관통하는 혹은 새로운 정원의 모습을 상상해보아야 한다. 나는 자유로운, 재미있는, 신명 나는 정원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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