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스토리] 작가님께 새로운 제안이 도착하였습니다!

연락

by 월하랑

소파에 누워있었다.

원고를 쓰다가 지쳐서 잠시 쉬고 있었다.

핸드폰에서 알림이 울렸다. 이메일이 왔다.


"안녕하세요. 00 대표님 소개받고 연락드립니다. <서울한옥위크> 행사와 관련해 협업 가능 여부 여쭤보고 싶습니다. 연락처 공유 드리오니, 편하실 때 연락 부탁드립니다."


00 대표님? 서울한옥위크?


개인적으로 연락한 적이나 이야기를 나눠본 적도 없는 대표님이시다. 워낙 업계에서 유명하신 분이라 혼자 존경하고 있었지 그분이 나를 알고 계실 거라는 생각은 못해봤다. 그런데 서울한옥위크? 협업? 아마 그동안 해 왔던 강의나 해설 정도의 일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통화를 했다.


전화 상으로는 정확히 어떤 협업인 것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행사에 전시가 메인 프로그램이라는데 전시 경험이 전무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며칠 후 미팅 자리에서는 내 예상과 전혀 다른 이야기가 오갔다.


"전시 기획을 맡아주시면 됩니다."


예산은 얼마고, 작년엔 어떻게 했고,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고, 가용 공간은 어디며...


예상과 전혀 다른 전개에 황당한 표정이었나 보다. 팀장님은 오히려 날 달래며 "고민되시나 봐요. 잘 생각해 보시고 결정해 주세요."


무엇보다 날짜에 놀랬다. 지금은 6월 말인데 행사는 9월 말. 당장 3달 안에 모든 것을 완성해야 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지 자신이 없었다. 미팅이 끝나자마자 모든 일을 뒤로 미루고 북촌으로 향했다. 말씀하신 가옥들을 조금이라도 빨리 둘러봐야 결정을 할 수 있었다.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 불가능하다면 빨리 말씀드려야 누가 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북촌에 와본 적이 있었나?'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를 수도 없이 오가며 익숙한 골목이었지만 정작 북촌의 한옥들에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한국 정원을 알리겠다며 어쩜 이럴 수가. '너무 인기 있는 관광지는 가지 않는 것이 이유였겠지' 라며 변명해 보지만 혼자 멋쩍었다.


이렇게 좋은 곳이 있다니. 무엇을 주문하지 않아도 누구나 자유롭게 안에 들어가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것 같았고, 외국인들을 능수능란하게 상대하는 분들도 상주하셨다.


북촌문화센터, 북촌마을서재, 배렴가옥, 북촌라운지, 한옥청


시청사에서 미팅이 끝난 것이 4시 반 무렵, 겨우 문 닫기 직전 북촌의 가옥들만이라도 둘러볼 수 있었다. 한옥청 골목을 내려오며, 수많은 인파들 사이에서 생각했다. 할 수 있을까?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동하면서 마음속에 떠올린 작가님들과 매칭되는 가옥들이 있었다. 이미 몇 번의 전시를 해본 작가님, 최근에 알게 되었지만 매력적인 작업을 하시는 팀장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지만 마음속으로 항상 존경하고 있던 작가님 등등. 해보고 싶어졌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혼자 감당하는 일이 아니었다. 함께라면 할 수 있다.


하지만 7월 가족 여행은? 9월 대학원 입학은? 아직 책 마무리 못했는데..?


추천해 주신 00 대표님께 누가 되지는 않을까....?


에라 모르겠다. 해보는 거야!


그렇게 또 지르게 되었다.

감히, 해본 적도 없는 전시 기획.


"주무관님, 한옥들 둘러봤는데요. 네. 서촌은 같이 가시자고요? 네 알겠습니다."


어떻게 내 인생에 이런 기회가...

전시기획이라니...

계약할 때까진 아직 모르는 일...

성급하게 굴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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