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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아침의 다정한 모닝세트

기분 좋아지는 11시의 마법, 코메다 커피

by 서울월매


코메다는 일본의 커피 체인이다. 맥도날드의 친근함에 스타벅스의 편안함이 더해진 곳이랄까? 체인이라고는 하지만 편의점처럼 흔한 것은 아니고 긴자나 신주쿠 등 유동인구가 상당한 도심에서 간간히 볼 수 있는, 나름 귀한 존재다. 메뉴로는 커피와 화양식, 즉 일본식 양식을 위주로 팔고 있다. 예를 들면 멜론소다, 커피젤리, 나폴리탄, 핫케이크나 샌드위치 같은 것들로, 제대로된 한끼 식사를 할 수도 있고 간식으로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메뉴들도 많다. 커피 종류는 커피와 우유/크림의 조합으로 만들 수 있는 것들이라면 무리없이 원하는 걸 찾을 수 있는 정도로 준비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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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만 보면 꽤나 레트로한 분위기인데 나무와 노란 조명으로 이뤄진 내부 인테리어는 그런 컨셉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듯 시종일관 따뜻하다. 내가 아는 최신 레트로의 동향은 어떤가 하면 공업사들과 노포들이 늘어선 회색빛 을지로에 힙스터들이 삼삼오오 모여 옛날 티브이나 전축같은 소품과 복고풍 네온사인으로 멋을 낸 카페에서 낮에는 커피를, 밤에는 칵테일을 먹는 그런 모습이다. 아직 공사중인 것 같은 노출 천장아래 콘크리트 재질의 회색 벤치에 앉아 우유 배달용 플라스틱 박스를 얹어 만든 감성 테이블 위 감각적인 플레이팅의 디저트와 세련된 이름의 커피를 먹을 수 있는 그런 곳. 차갑고 딱딱한 공구리 벤치로부터 내 엉덩이를 보호할 수 있는 건 얇은 천 재질의 방석 한장 뿐이며 의자와 높이가 같은 테이블 위의 음식을 흘리지 않기 위해 턱을 쟁반에 다져다 대고 음식을 먹고 나면 하루종일 허리통증과 어깨결림이 동반되는 강한자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쇠맛 가득한 힙지로 멋쟁이 가게들과는 달리 코메다에는 아늑함이 있다. 좌석들은 빨간색 벨벳으로 된 소파석, 또는 엉덩이 부분에 쿠션이 대어진 나트막한 목재의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과한 푹신함이나 약한 등받이의 지지력 때문에 오히려 자세가 흐트러질 수도 있는 소파와는 달리 평균신장이 작은 일본인들에 맞도록 적당히 컴팩트하게 구성돼 있어 나같은 숏다리가 오래 앉아있어도 무리가 없다. 음식을 먹기에도, 책을 읽기에도 적당한 테이블과의 궁합이 을지로에서 상처받은 내 엉덩이를 부드럽게 달래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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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모닝세트다. 오전 11시 이전에 음료를 시키면 작은 바구니에 빵을 담아 같이 주는 것인데, 모닝빵과 식빵 반쪽 중 택1, 버터와 딸기잼 중 택1, 팥앙금/계란샐러드/삶은 계란 중 택1 을 할 수 있다. 서비스로 쬐그만 쿠키만 하나 받아도 행복할 나에게는 이미 혜자 중의 혜자 옵션인데 고를 수 있는 선택지를 세 가지나 주다니. 내 의견을 물어 주다니. 돼지 아니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을 잘 알고 있다. 점원들이 입장시간을 잘 적어두기 때문에 11시 전에 착석만 한다면 주문이 늦어도 모닝세트를 받을 수 있으니 간당간당하게라도 도착만 한다면 안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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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코메다의 두툼한 식빵은 내가 좋아하는 선택지 중 하나다. 한국서 흔히 먹는 식빵 두께의 두배 정도 돼서 결대로 찢어지는 부드러움이 압권인데 따뜻하게 구워진 바삭함에는 버터도 딸기잼도 잘 어울린다. (식빵대국 일본에서는 베이커리,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서도 다양한 종류와 두께의 식빵을 팔고 있다. 식빵을 명절 선물로도 주고 받는다고!) 생크림이 올라간 커피를 시켜서 그 생크림을 팥앙금과 함께 빵에 발라먹으면 천상의 궁합이다. 알이 살아있는 달콤한 팥소와 바삭하고 버터리한 식빵, 그리고 많이 달지 않으면서도 부드러운 크림이 녹아드는 조합을 한 입 물면 풍부한 버터향과 달콤함의 조화가 감미롭다. 스스로가 돼지천재임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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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의 나라 답게 1인석도 제대로다. 하나의 테이블과 하나의 의자가 할당돼 있어 다른 다인용 좌석들과 똑같이 독립적인 공간으로 구성됐다(물론 바 자리도 있다). 혼자라도 눈치보지 않고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데, 더 감사한 일은 콘센트도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와 달리 아무데서나 콘센트가 보인다고 스마트폰 충전기를 꽂으면 안된다는 해외 전기 인심의 야박함에 눈물 흘려본 적이 있는 한국인 여행자라면 쉬어갈수 있는 더할나위 없는 좋은 장소가 바로 여기다. 비싸고 외로운 도심 속 커피 한 잔 값으로 몸과 마음을 따스하게 재충전할 수 있는 곳. 힘 주지 않은 편안함이 있는 쇼와 클래식의 다방. 언제나 그대로 있어줘, 내 사랑 코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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