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에서 만난 나의 인연들

인연

by 강현주



인연(因緣):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 또는 어떤 사물과 관계되는 연줄



언제부터인가 ‘인연’이라는 단어에 빠지게 된 나.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나를 알게 되면서부터 소중한 인연들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작은 소녀가 되어버린다.


내가 나를 잘 알 수도 있겠지만, 내가 모르는 나에 대하여 제삼자의 시선에서 바라봐주는 지인들에게 고맙다. 그 시선은 진심 어린 마음으로 살펴보지 않는 이상 더는 볼 수 없는 마음의 공간까지 파고들기는 어렵다. 아무리 친하다고 하거나 잠시 스쳐 지나가더라도 그 순간을 함께하면서 상대방을 위해 기꺼이 도와주고 살펴봐 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면, 영광이지 않을까 싶다.


시기별로 살펴보자면, 밴쿠버에 처음 들어왔던 2015년 여름 때, 밴쿠버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모르던 나와 함께해 준 학교 동생들과 홈스테이를 같이 지내오던 동생들이 떠오른다. 그땐 뭐가 그렇게 마냥 즐거웠는지 영어공부는 뒷전으로 미루고 캐나다 밴쿠버라는 도시에 대해 풍덩 빠지기 시작하면서 여행과 소풍 등 어디든 갈 수 있다면 그들과 시간과 추억을 나누기 위한 모험이 시작됐다.


밴쿠버 투어를 시작으로 2박 3일 록키 산맥, 시애틀 투어 등 밴쿠버와 가까운 유명한 장소로 이리저리 이동하면서 귀중한 추억들을 상자 속으로 쏙쏙 집어넣을 수 있었다. 나라의 크기가 달라서 그런지 유난히 산과 바다 등 자연 경치는 정말 장관이었다. 공기도 깨끗하고 하늘도 넓게 펼쳐져 있으니 더 할 말도 필요 없이 자연에 도취되는 기분이랄까?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가 그 도시들만의 특이점과 매력에 빠지는 건데도, 유달리 밴쿠버는 자연과 도시가 하나도 어우러져 있어서 난 그게 훨씬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도시라는 틀이 막힌 공간만 생각하다가 어디를 가든 바다나 산을 보면서 자연도 함께 느껴볼 수 있다는 그 순간들에게서 나는 완전 밴쿠버 홀릭녀가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비자인(VISA 人)



그리고 다시 한국으로 되돌아갔다가 1년 뒤, 2016년에 워킹비자와 학생비자 모두 준비를 하고선 다시 밴쿠버로 재입성하였다. 얼마나 오고 싶었으면 이젠 한국에 있는 모든 짐보따리를 들고 날아왔고 신기할 따름이었다.


처음 왔을 때보다는 좀 더 익숙해져서 이리저리 방황하기보다는, 그냥 자연스레 여기를 가면 내가 좋아하는 바다를 만날 수 있고 저기를 가면 친구들과 수다를 떨 수 있는 카페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친숙해졌다.


작년과는 또 다른 의미로 들어오게 된 거라서 이젠 공부에 몰입하여 졸업도 해야 되고 졸업한 뒤 돈도 벌면서 밴쿠버에 자리를 잡기 위해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는지 세세하게 찾아 나서야 할 시점이었다. 아직도 부족했던 영어실력이지만 노력과 인내로 ‘한 번 이겨내 보자!’라는 다짐으로 매일 도서관 - 학교 - 집을 반복하면서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려 했다.


물론 마음대로 이뤄지지 않는 결과도 있지만 그래도 졸업과 동시에 인턴십도 하고 이력서도 제출하며 일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돈에 대해 아는 부분이 많이 없다 보니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여기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했던 것 같다.


학교를 다니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동생이나 언니들에게 조언도 구해보고 같이 살아가는 룸메이트 동생들과 다양한 고민을 주고받으며 각자의 나아가는 길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조언도 나누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모두가 멋있어 보였다.



막다른 길



앞길이 보이지 않아서 막막하기도 하지만 그 보이지 않는 길이 있다는 것은 이미 스스로가 갈 수 있는 길을 만들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고민이나 걱정도 하지 않은 채 그냥 무덤덤히 기다리고만 있다는 의미가 아닐 듯하다. 그래서였는지 걱정도 많고 고민도 많았지만, 괜스레 마음 한 구석에는 편안함과 안정이라는 차분한 마음도 자리 잡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선택한 길이니 끝까지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명감과 도전이라는 흥미롭고로 신비로운 분위기 속으로 빠져드는 길이니 설렐 수밖에 없었다. 정작 이 길을 열어보지도 두드려보지도 않았다면, 이러한 상황이나 판단은 해보지도 못한 채 그냥 안정적인 시간 속에서 나를 부둥켜안고만 있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지금도 그 유쾌한 시간 속에서 만난 수많은 인연들에게 고맙고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혼자서는 도저히 헤쳐 나오지도 못했을 공간을 좀 더 친숙하고 재미있게 잘 견뎌올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그들과 함께 했기 때문에.


막다른 길에 왔다고 하여도 거기가 끝이 아니라,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있음을 의미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