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탄. 헝가리에서 이탈리아까지, 인생을 넓혀준 여행들]
2003년 여름, 처음으로 떠나 본 해외여행지는
코다이 음악학교가 있어
교수님과 음악인들과 함께
무작정 떠난 여행이었다.
생애 첫 해외여행이라
가슴은 두근거렸고,
어떤 추억을 안고 돌아오게 될지
설렘으로 가득했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수업을 마치고
쉬는 시간에는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했다.
언니들을 따라 다운타운에도 가보고,
시장에 들러 맛있는 음식을 찾아 먹기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한국과는 전혀 다른,
고급스럽고 여유로운 분위기였다.
사람들의 친절함과 배려를 느끼며
여행자로서 또 다른 포근함을 경험했다.
정신없이 빠르게 돌아가는
한국의 분위기와는 너무도 달라
‘아, 이런 분위기의 나라도 있구나’ 하고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였을까.
유럽이라는 대륙에 더 빠져들고 싶어졌고,
그 이후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
여러 유럽 국가를 여행하게 되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는
음악학교를 위해 머문 도시였기에
음악을 더 깊이 배울 수 있었음에 감사했고,
마지막 날에는 모든 학생이 합창단이 되어
하나의 목소리로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냈다.
지금도 가끔
헝가리에 다시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언젠가는 또 그곳을 찾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음악학교 수업을 마친 뒤,
주변 국가로 약 10일간의 짧은 여행을 떠났다.
오스트리아 빈의 쉰브룬 궁전을 시작으로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작은 마을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첫 해외여행을 완성했다.
그 여행에서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있다.
마지막 날 저녁,
프랑스의 한 작은 마을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와 와인 한 잔을 마시던 중
와인을 한 모금 마신 뒤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졌던 일이다.
잠시 안정을 취한 뒤 다시 눈을 떴고,
함께 있던 교수님과 언니들이
침착하게 도와주었다.
원래 술을 잘 못하는 데다
시차와 장거리 이동으로
몸이 많이 지쳐 있었던 것 같다.
그 이후로는
술을 마실 때 늘
몸 상태를 먼저 살피게 되었다.
이 일화 덕분인지,
헝가리와 짧은 유럽 여행은
내 인생에서 가장 강렬하게 남은
여행이 되었다.
2015년 밴쿠버로 오기 전,
비행기 티켓 비용을 벌기 위해
폴로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이었다.
퇴근 후 혼자 여행을 떠나볼까 고민하던 중
함께 일하던 여동생과 마음이 잘 맞아
단번에 “떠나자!” 하고
프랑스행 티켓을 예매했다.
나이 차이가 있어
걱정도 되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든 순간이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프랑스 파리 숙소로 향하던 길,
도시 그 자체가 이미 하나의 예술이었고
내가 상상해 오던 파리의 매력에
단숨에 빠져들었다.
오래된 지하철과 건물 사이에서 풍기는
익숙하지 않은 냄새에
고개를 저은 적도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기억은 오래 남지 않았다.
파리의 예술적인 분위기에
완전히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오래된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려는 노력 자체가
하나의 예술에 대한 예의처럼 느껴졌다.
루브르 박물관, 몽마르트르 언덕,
사크레쾨르 대성당, 노트르담 대성당,
로댕 미술관, 에투알 개선문,
팔레 루아얄 정원, 뤽상부르 공원,
조르주 퐁피두 센터 등
도심 곳곳을 걸으며 여행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에펠탑이었다.
넓은 잔디와 어우러진 도심 한가운데에서
파리를 상징하는 모습은
가까이서 봐도, 멀리서 봐도 감탄스러웠다.
에펠탑 레스토랑에서
예약해 두었던 식사를 하며
도시를 내려다보던 순간은
지금도 선명하다.
5일 후,
기차를 타고 영국 런던으로 이동했다.
기차 안에서 만난 역무원들의 친절함과
말끝마다 들려오던 “Merci”라는 말에
괜히 마음이 설렜다.
그 발음 안에 담긴 고급스러움이
여행의 여운을 더했다.
런던은
고풍스러움과 현대적인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도시였다.
빅벤, 버킹엄 궁전, 런던 아이,
트라팔가 광장, 레스터 스퀘어,
자연사 박물관, 세인트 폴 대성당,
타워 브리지, 영국 박물관,
노팅힐, 테이트 모던 등
다양한 장소를 둘러보았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내셔널 갤러리였다.
고전 회화를 중심으로 한 전시 덕분에
작품 하나하나에 깊이 집중할 수 있었다.
많이 걸어 다닌 탓에
신발 밑창이 닳아 없어질 즈음,
나이키 매장에서 운동화를 새로 사고
다시 웃으며 걷기 시작했다.
여동생과 함께한 10일간의 여행은
지금도 향기처럼 마음에 남아 있다.
교사 시절,
‘배낭여행’이라는 이름으로
동료 교사 두 명과 함께
무작정 이탈리아로 떠났다.
베네치아를 시작으로
베로나, 친퀘 테레, 피사, 피렌체,
시에나, 아시시, 그리고 로마까지.
베네치아는 여러 번 방문한 도시라
친구의 고향에 놀러 온 듯 편안했고,
피렌체의 우아한 분위기와
아시시의 따뜻한 색감,
성 프란체스코 성당의 고요함은
지금도 마음속에 남아 있다.
그리고 로마&바티칸에서는
바티칸 미술관, 사도궁, 성 베드로 대성전,
판테온, 나보나 광장, 트레비 분수, 콜론나 궁전,
조국의 제단, 포로 로마노, 스페인 광장,
세아나 광장, 보르게세 미술관 등을 방문했다.
제일 기억에 남는 장소는, 바로 콜로세움.
콜로세움 앞에서
그 압도적인 규모에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사진 속에 남은 그 기억들은
지금도 나에게
경쾌한 에너지를 불어넣어 준다.
무엇이 나를
그토록 세계로 내보냈을까.
해외여행을 하나씩 경험하며 깨달은 것은,
나는 이 지구 위에 존재하는
소중한 한 사람이라는 사실이었다.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을 만나며
‘나’라는 존재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고,
다시 내 인생을 펼쳐나갈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도전’은 이렇게 값지다.
지금도 그 사실을 잊지 않는다.
언젠가 기회가 다시 온다면,
나는 또 새로운 나라를 향해
떠나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