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아 걱정마

-셀레브리티의 숨겨둔 사랑 이야기

by 김현영

[1] 쟈니 리의 <뜨거운 안녕>


“엄마... 다녀오면 냉면 사줄게. 기다리고 있어.”

소년은 엄마가 손을 놓고 떠날 때,

그것이 마지막 인사가 될 줄을 몰랐습니다.

평양 기생이었던 어머니,

중국 극단 배우였던 아버지,

어머니가 냉면 사준다는 말만 남긴 채 떠난 후,

평양 시내는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한국 전쟁이 일어난 것이지요.

외할머니는 소년에게 북한 지폐 한 장을 건네주면서

남으로 내려가라고 합니다.

“할머니! 같이 가요!”

“난 됐다. 따라 가봤자다. 넌 꼭 살아있어야해!”

그렇게 남으로 남으로 내려온 소년은 너무 무서웠습니다.

평양에서 부산으로 내려오는 동안

바로 옆에서 총알에 맞아 죽는 사람을 뛰어 넘고 밟아 넘고

그렇게 생사를 걸고 내려왔기 때문입니다.

엄마의 목소리가 계속 들렸습니다.

“엄마~ 다녀오면 냉면 사줄게”

눈물이 났지만 참아야했습니다. 살아야했습니다.



“너 쟈니 패티슨과 닮았구나. 널 이제 쟈니 리로 부를게.”

소년은 미국 양아버지 밑에서 새로운 이름을 얻었습니다.

입양이 된 미국 양아버지의 집에는 대통령도 놀러오고,

미국의 장군들도 놀러오고 늘 파티가 열렸습니다.

좋은 재즈 음악이 흘렀고 사람들은 모두 소년에게 노래를 시켰습니다.

소년은 자신에게 음악을 가르쳐주고,

미제 색연칠, 공책도 많이 가져다주는 양아버지가 너무 고마웠습니다.

그래서 종종 재롱을 마음껏 펼쳐

양아버지가 자랑스럽게 여기게 하고 싶었습니다.

축음기에 흘러나오는 가수들을 다 따라했지요.

냇킹콜의 음악,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따라하면서

소년은 팝가수 흉내를 내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양아버지도 얼마 있지 않아

식도암으로 돌아가시고 소년은 다시 고아가 됩니다.

‘하늘 아래 나를 보살펴줄 사람은 없는걸까?’

소년은 쇼보트 극단에 들어가

열심히 쇼도 하고 노래도 부릅니다.

무대 저 뒤 끝에서 엄마가, 양아버지가 웃으면서 바라보며

무대가 끝나면 같이 박수쳐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게 소년은 ‘이별’에 익숙해지는 청년이 되었습니다.



살아가는 것은 이별하는 것이나 진배 없다고 생각한 청년은

‘뜨거운 안녕’이라는 곡을 발표하지요.

그 노래를 녹음하는 날,

자신이 겪은 수많은 이별들을 생각하면서

청년은 뜨거운 눈물을 흘립니다.

너무나 애절한 마음이었습니다.

살아오면서 헤어지기 싫은 일 투성이었지만

인생은 늘 헤어질 수 밖에 없는 거라고 가르쳐주곤 했습니다.

그리고 청년은 깨달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 내 손을 잡아주는 사람,

그 사람을 가장 소중하게 뜨겁게 사랑하자.’

소년은 이제 노인이 되었습니다.

이제 이별도 웬만큼 수월한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늘 누군갈 떠나보내는 게 자신의 운명이었는데,

이제는 내가 떠날 차례가 머지 않았음을 생각합니다.

칠순이 넘어서도 뜨겁게 사랑하는 가수, 쟈니 리.

그는 이별을 걱정하는 젊은이들에게 말합니다.

“괜찮아. 걱정마. 그래도 사랑해.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시카고재즈2.jpg


쟈니리.jpg

<뜨거운 안녕> 뮤직: https://www.youtube.com/watch?v=tLYAIpdpo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