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지금 가도 돼요?
"엄마는 외할머니한테 왜 자꾸 그런 걸 드려?
마치 짬처리하는 것 같아."
곁에서 딸아이가 툭 던진 말이었다.
그 말이 왜 그렇게 마음에 콕 박혔을까.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정곡을 찔린 것 같았다.
억지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용용아, 너도 그러잖아.
엄마 이 틴트 쓸래? 이 펜 쓸래? 하고 말이야."
딸은 고개를 갸웃하며 웃었다.
그러게. 딸들은 참 닮았다.
세대를 거쳐도, 방식은 조금씩 달라도
자식이라는 존재는 결국 비슷하다.
필요 없는 것을 건네며
그 안에 담긴 애정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위로한다.
"엄마, 나 지금 갈까 하는데~"
내가 전화를 걸면
기뻐하며 기다리셨을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럴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찡해진다.
목소리만으로도 사랑이 전해지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이고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
동시에
자식으로서의 미안함,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멀게 느껴졌던 거리,
그리고 부모와 자식 사이의
짝사랑 같은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저 '엄마니까' 가는 시간.
그 어떤 의무나 조건 없이,
내가 선택한 방식의 애정 표현이다.
'엄마와 한 달에 한 번 데이트'
내가 정한 약속이자,
놓치지 않기 위한 마음의 장치다.
어제는 엄마와 매운 낙지볶음을 먹었다.
매콤한 양념이 입안을 데우고,
어쩐지 눈시울까지도 뜨겁게 만들었다.
계산은 내가 하려 했지만,
엄마가 끝끝내 카드를 내미셨다.
엄마는 늘 그렇다.
마음을 담는 데 인색하지 않고,
무엇이든 나에게 주는 일에 익숙한 사람.
사위 먹이겠다며
밥 새우 멸치볶음을 정성껏 싸주셨다.
더운 날씨에도 주방에서 땀 흘리며 반찬을 만드는 손길이
참 다정하고, 짠했다.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엄마의 친구 이야기,
요즘 좋아하는 안성훈 가수의 활동 이야기까지
귀 기울여 들어드렸다.
엄마의 풍성한 이야기들은
시간이 부족할 만큼 끝이 없다.
나는 말을 아끼고,
엄마의 일상으로 들어드린다.
어릴 적엔 바쁜 엄마가 싫었다.
늘 어디론가 바삐 다니시고,
나는 엄마의 품이 아직 더 그리운데
엄마는 내가 다 컸다고 생각하셨는지
나보다 본인의 관심사에 더 집중하던 엄마.
그런데 이제는 그런 엄마가 좋다.
활동적인 일상이
당신을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서,
그래서 안심이 된다.
예전엔 왜 나를 덜 바라보는 것 같아 서운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엄마에게도 삶이 있고,
좋아하는 일,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걸
왜 몰랐을까.
그래서 다짐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그 마음을 전해야겠다고.
이기적인 자식이 드리는 늦은 사랑일지라도
진심을 담고 싶었다.
7월,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 일정으로
바쁘게 지내실 엄마.
그 와중에도
나와의 통화에 웃음꽃을 피우시고,
내가 오는 날엔
함께 맛있는 음식을 사 먹으며
소소한 하루를 나누는 분.
이번 달 데이트 미션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는 길,
차 안을 채운 에어컨 바람이
내 마음까지 시원하게 어루만져 주었다.
'이 시간이, 언젠가 그리워질 날이 오겠지.'
그래서 남겨둔다.
엄마와 함께한
작고 따뜻한 기록을.
그 계절, 그 식탁, 그 눈빛,
그 다정한 손길.
모두 잊지 않기 위해,
나는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