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덕질을 응원합니다

어느 봄날, 황금빛 순간을 함께한 이야기

by 기록하는여자

학창 시절의 나는 평범한 여학생이었다.
서태지를 좋아했고, 차인표에게 설렜다.
친구들과 함께 앨범을 사고,
서툰 손끝으로 포스터를 모으며
방과 후엔 TV 앞에 앉아
심장이 터질 듯 떨리는 무대를 바라보곤 했다.

그 시절, 어른들은 종종
"그게 무슨 도움이 되니?" 하고 한 마디씩 하셨지만
나의 친정엄마는 달랐다.

"좋으면 하는 거지, 뭐~"
엄마는 그렇게 웃으셨다.
질책도, 타박도 없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조용히 지켜봐 주셨다.
덕분에 나는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는 마음을
무럭무럭 자라게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는 어느새
엄마의 덕질을 응원하는 딸이 되었다.


요즘 엄마는
미스터트롯 2 우승자 안성훈 가수의 팬이다.
유튜브에서 영상을 찾아보시고,
음악 방송을 챙겨보시고,
팬카페 활동에 활기차게 참여하신다.

"엄마도 참 많이 변하셨다..."
처음엔 조금 낯설기도 했지만
곧 나는
그 모습 속에서 옛날의 나를 보았다.

좋아하는 사람을 이야기할 때
높아지는 목소리,
무대를 보는 순간 반짝이는 눈,
그리고 설렘을 닮은 웃음.

나를 키우던 그 마음이
이젠 엄마 자신에게 향하고 있다는 게
참 반가웠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엄마가 좋아하는 일을 더 자주, 더 가깝게 누리게 해 드리고 싶다고.

요즘 나는 엄마가 좋아하는 가수가 출연하는 방송의 방청 신청을
꾸준히 해드리고 있다.
운 좋게도 엄마는 몇 번이나
<미스쓰리랑> 방청에 당첨되셨다.

그 방송에선 방청객을 위한
'황금코인 이벤트'가 있다.
출연 가수의 얼굴이 붙은 뽑기 판에서
대결에 승리한 가수가 랜덤으로 번호를 뽑아
해당 번호의 방청객에게
황금코인을 선물하는 이벤트.

그리고 지난봄,
엄마가 방청하셨던 그날.
안성훈 가수님이 우승을 하셨고,
그가 뽑은 번호는...
바로 '5번'.

놀랍게도
그 행운의 주인공은
우리 엄마였다.


방송이 끝난 후,
엄마는 마치 무지개를 품은 아이처럼
기쁨을 가득 안고 돌아오셨다.

"가수님 진짜 얼굴 작더라~ 가까이서 보니까 더 멋져!”
"노래도 완전 라이브로 부르는데 소름 돋았어~"
"그리고 있잖아, 황금코인을 받았어, 진짜 나더라니까!"

그날 엄마는,
어린아이처럼 들떴고
그 모습이 내 눈에는 눈물겹도록 사랑스러웠다.

방청을 가시기 전,
엄마는 웃으며 내게 말씀하셨다.
"내가 황금코인 받으면 그거 우리 딸 줄게~"

아마 엄마도
정말로 그 행운이 자신에게 올 거라곤
생각지 않으셨을 것이다.
나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되받았다.
"그거 내 거니까, 당근마켓에 올려서 팔아야겠다~"

그랬더니 엄마는
잠시 웃음을 머금더니
조용히,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가수님이 준 건데... 절대 못 팔지."

그 말엔
농담을 넘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 마음을 알고 나니
괜스레 내가 더 뭉클해졌다.

그리고 며칠 뒤,
엄마는
그 소중한 선물을
방 한편,
작은 액자로 담아 놓으셨다.

마치 한 편의 추억처럼.
다시 오기 힘든 반짝이는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는 듯이.

나는 생각했다.
이제는 내가 엄마의 청춘을 응원할 차례구나.

엄마가 좋아하는 것을
숨기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떳떳하게 좋아할 수 있도록
옆에서 힘이 되어드리고 싶다.

좋아하는 가수를 응원하며
즐거워하시는 모습,
그 설렘을 나눠주시는 목소리,
그 모든 것이
내게는 크고 따뜻한 선물처럼 다가온다.

다음 방송 방청에도 꼭 당첨되셨으면 좋겠다.
행운은 언제나
누군가의 사랑을 향해
조용히 걸어오고 있으니까.

엄마, 당신이 설렐 때
나의 마음도 함께 노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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