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도 괜찮아, 글이 나를 다시 세워줄 테니까
가끔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멍울처럼 올라오는 감정이 있었다.
누구에게 말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그냥 삼키기엔 너무 뜨거운 감정이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생각했다.
'이런 건 글로 쓸 수 없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엔 너무 솔직하고, 너무 생생해서 부끄러웠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 감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조용히 눌러놓은 마음은 어느 날 갑자기, 예고 없이 다시 올라왔다.
그날도 그랬다.
너무 답답해서 결국 노트북을 켰다.
아무도 보지 않을 내 글쓰기 폴더에, 그 마음을 그대로 쏟아냈다.
누군가를 설득하려는 글도 아니었고, 잘 쓰려고 애쓴 글도 아니었다.
그저 나를 버티게 하기 위한 글이었다.
글로 마음을 꺼내놓는 동안, 나는 조금씩 내 안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억눌러 두었던 감정들이 문장 사이에서 모양을 갖기 시작했다.
그 모양을 눈으로 확인하자 이상하게도 마음이 덜 아팠다.
아, 내가 이래서 힘들었구나.
아, 이 마음을 내가 품고 있었구나.
그제야 비로소 내 마음의 이름을 불러줄 수 있었다.
그렇게 글을 쓰는 동안, 나는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누구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 순간만큼은 글이 나의 친구였고,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나를 다독이는 일이었다.
이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내가 느낀 외로움과 복잡한 마음이, 어쩌면 누군가의 마음과 닮아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언젠가 용기가 생긴다면, 그 글들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다.
'나만 이런 게 아니었구나.'
누군가가 그렇게 느낀다면,
그것만으로도 글은 제 역할을 다한 거 아닐까 싶다.
오늘도 나는 나에게 묻는다.
"지금 이 마음도 글로 써볼까?"
그 물음 앞에서 여전히 망설이지만, 그래도 써보려 한다.
글로라도 나를 이해하고, 글로라도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고 싶으니까.
글이 나를 구하고, 나를 다시 세워주고 있다는 걸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다.
쓰는 일은 결국, 나 자신을 안아주는 일이다.
두려워도, 망설여도 괜찮다.
내 안의 진짜 마음을 믿고, 천천히, 그러나 끝까지 써보자고...
오늘 나는 그렇게 나에게 다짐했다.
오늘의 글을 다 쓰고 나서야 알았다.
결국 나를 구한 건 '잘 쓴 문장'이 아니라
진심으로 써 내려간 '내 마음'이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