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쓰는 일은 나를 안아주는 일

두려워도 괜찮아, 글이 나를 다시 세워줄 테니까

by 기록하는여자

가끔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멍울처럼 올라오는 감정이 있었다.
누구에게 말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그냥 삼키기엔 너무 뜨거운 감정이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생각했다.
'이런 건 글로 쓸 수 없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엔 너무 솔직하고, 너무 생생해서 부끄러웠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 감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조용히 눌러놓은 마음은 어느 날 갑자기, 예고 없이 다시 올라왔다.
그날도 그랬다.
너무 답답해서 결국 노트북을 켰다.

아무도 보지 않을 내 글쓰기 폴더에, 그 마음을 그대로 쏟아냈다.
누군가를 설득하려는 글도 아니었고, 잘 쓰려고 애쓴 글도 아니었다.
그저 나를 버티게 하기 위한 글이었다.

글로 마음을 꺼내놓는 동안, 나는 조금씩 내 안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억눌러 두었던 감정들이 문장 사이에서 모양을 갖기 시작했다.
그 모양을 눈으로 확인하자 이상하게도 마음이 덜 아팠다.
아, 내가 이래서 힘들었구나.
아, 이 마음을 내가 품고 있었구나.
그제야 비로소 내 마음의 이름을 불러줄 수 있었다.

그렇게 글을 쓰는 동안, 나는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누구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 순간만큼은 글이 나의 친구였고,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나를 다독이는 일이었다.

이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내가 느낀 외로움과 복잡한 마음이, 어쩌면 누군가의 마음과 닮아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언젠가 용기가 생긴다면, 그 글들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다.
'나만 이런 게 아니었구나.'
누군가가 그렇게 느낀다면,
그것만으로도 글은 제 역할을 다한 거 아닐까 싶다.

오늘도 나는 나에게 묻는다.
"지금 이 마음도 글로 써볼까?"

그 물음 앞에서 여전히 망설이지만, 그래도 써보려 한다.
글로라도 나를 이해하고, 글로라도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고 싶으니까.
글이 나를 구하고, 나를 다시 세워주고 있다는 걸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다.

쓰는 일은 결국, 나 자신을 안아주는 일이다.
두려워도, 망설여도 괜찮다.
내 안의 진짜 마음을 믿고, 천천히, 그러나 끝까지 써보자고...
오늘 나는 그렇게 나에게 다짐했다.



오늘의 글을 다 쓰고 나서야 알았다.
결국 나를 구한 건 '잘 쓴 문장'이 아니라
진심으로 써 내려간 '내 마음'이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