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 시디플레이어 구매 시도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있어 연주회에 꾸준히 다녔다. 관심이 생겼던 이유를 생각해 보면,
첫 번째로 여러 작곡가들의 스토리가 마음을 사로잡았고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서 접하게 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는 학교에서 수업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벨소리로도 많이 나온다. 또 하이든의 놀람교향곡 베토벤의 운명교향곡, 파가니니의 악마의 연주, 쇼팽의 빗방울 연주곡 등 많은 곡들이 흥미를 끌었다.
두 번째로는 지적허영심과 욕구도 큰 부분을 차지했다. 어떤 음악이길래 저렇게 번호도 복잡하고 악장도 다양할까? 음악 속엔 어떤 스토리가 담겨있는 걸까? 알고 싶었다. 제대로 알고 들어야 되는데 생각하면서도 그저 좋으면 또 듣고 또 듣고 그런 식으로 취미 생활을 이어갔다. ( 무식하다고 뭐라 해도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음악을 듣고 감동을 받으면 연주 후 자연스럽게 연주자 사인회에 참석하게 된다. 연주자 사인회에 참석하다 보니 구매한 시디들이 쌓여갔다. 북토크를 가서 이야기만 듣고 저자 책을 구매 안 하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모두에게 해당되는 사안은 아니겠지만)
그 외에도 궁금해서, 좋아서 선물 받아서 이래저래 집안에 시디는 쌓여가는데 가지고 있던 고대 유물 같은 시디플레이어는 하필 고장이 났다.
그래 , 내가 뭐 대단한 애호가는 아니잖아?
핸드폰으로 들으면 되지, 그렇게 몇 년을 흘려보냈다.
시디를 듣고 싶을 때마다 유튜브로 들으며 아쉬움을 달랬던 어느 날이었다. 내가 시디플레이어를 구매할 경제력은 되는데 듣고 싶으면서 왜 못 사고 있지?라는 합리적 의구심이 들었다. 그 의구심밑에는 나에 대한 자신 없음이 깔려있었다. 선택을 망설이는 마음, 괜한 소비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
그러다 전자제품을 파는 대형마트에 가게 되는 일이 생겼다. 입대한 큰 아이의 부탁으로 이어폰을 사러 가게 된 것이다. 1층에서 이어폰을 구매한 후 직원분에게 시디플레이어는 몇 층에 있냐고 물어보았다.
시디플레이어는 3층에 있다고 한다. 기다려라. 내가 사줄게. 비록 너 때문에 온 건 아니지만 왔으니 그냥 가지 않을게.
나는 물건을 살 때 항상 남편에게 상의를 한다. 남편이 반대하면 사고 싶어도 망설이다가 구매하지 못한다.
우겨서 산다고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닌데.
남편에게 이야기하면 알아봐서 대신 구매해 주지만 반복되는 패턴에 나는 점점 뭔가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남편의 수고가 고맙고 편리할 때가 많기는 하다) 내가 선택했을 때 "그거 아니지 더 좋은 게 있는데"라고 말하면서 방대한 정보를 풀어놓는 남편을 따라갈 순 없을지라도 내가 선택해서 내 결정으로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3층에 britz, 필립스, 아남 등 여러 브랜드가 있었지만 그중 소리가 낫다는 britz를 선택해 소리를 들어보았다. 소리가 생각보다 좋지 않아서 업그레이드된 사양을 물어보니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얼마나 재미있는지. 아쉽게도 시디플레이어로 소리가 좋은 사양이 매장에 없어서 구매하진 못했지만 뿌듯한 시간이었다.
누군가와 상의해야만 안심하는 나인데 혼자서 결정하니 기쁨이 크다.
조만간 마음에 드는 시디플레이어를 사기 위해 매장 직원분께 추천받은 ㄱㄹ 대리점으로 가 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