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이 된 아이& 초조한 엄마
2025년 고등학생이 된 아이들은 고교학점제를 처음으로 시행당하게 되는 학생들이다.
둘째도 그 안에 있다.
수학은 곧잘하지만 그외에 다른 과목들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초조함에 같이 공부하며 공부습관을 잡아보려 시도했지만 아이가 원하지 않았다.
아이가 핸드폰 하는 시간이 길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어진 수행평가를 성실하게 하지 못하고 학교에서 받은 프린트 물도 잘 챙기지 못하는 모습이 반복 되었다.
예전에 엄마가 나를 보며 “공부를 대신해주고 싶다”하셨었는데 내가 딱 그 마음이었다.
엄마인 내가 쫓아다니며 챙겨줄 수는 없다. 아이가 그걸 받아들이지도 않을뿐더러 스스로 하는 게 옳다는 걸 안다. 하지만 현재의 입시제도안에서 아이 뜻대로 하게 놔두자는것은 방치를 의미했다. 아이에게 자율권을 부여한다면 결과에 따라 죄책감을 피하긴 어려우리라.
큰애 때는 "내신을 놓치면 수능을 잘 보면 되지." 하며 피할 구멍(?)이 있다는 것에 안도했었다.
고교학점제로 바뀐 지금, 수능과 내신이 모두 중요해졌다. 특히 고등학교 1학년 내신이 중요해졌다. 고2, 고3은 선택과목을 듣기에 아이들마다 수업시간도 선택도 다 달라져 비중이 줄어든 걸까. 대학교별로 다르겠지만 여러 대학교에서 고1내신을 50퍼센트 정도 반영한다는 이야기가 설명회에서 들린다.
중간고사 준비하면서 이렇게까지 힘든 적이 없다. 공부 안 하던 아이가 새벽에 학교 가는 것도, 갑자기 늘어난 학원을 부담스러워하는 모습도 숨이 막혀온다. 아이가 많이 힘들까 봐, 체력적으로 무리가 될까 봐 이 궁리 저 궁리하는 것도 엄마의 몫이다. 홍삼과 과일은 기본이고 먹고 싶다는 음식을 해주려 애쓰는데 아이는 패스트푸드가 최고인가 보다.
적당히라는 게 없는 현실, 적당히는 다닐 수 없는, 모든 아이들이 치열하게 생활하는 학교, 나는 경쟁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내 아이들도 그런 것 같다.
아이를 보면서 나를 돌아본다. 나도 숙제를 미뤘고, 정리정돈을 잘 못한다. 나를 닮아서인가? 왜 어렸을 때부터 습관을 들여주지 못했을까?
생각하다 보면 엄마자격이 없는 사람이 엄마가 되었나 보다는 생각이 들어 힘들어진다.
어제도 새벽에 깨서 잠을 자지 못했다. 책임을 오롯이 지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내 모습을 또 마주한다.
자식이라는 책임 앞에서 피할 구멍이 없음이 버겁다.
아이가 엄마와 멀어지고 싶어 할 때 다가가야 하는 것도 자존심이 상한다.
내 욕심일까? 그건 아니다 두려움이다. 아이가 나처럼 중요한 시기를 놓쳐 후회하고 힘들어하지 않을까라는 생각.
최근에 다시 읽은 <아직도 가야할 길>의 문장이 떠오른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책임이다.”
스캇펙 박사의 말을 실감한다.
7시 반까지 등교하는 아이를 챙겨 보내고 내 피난처 맥도널드에서 커피 한 잔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