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오신 줌바 선생님

자기 중심성이 과하면?

by 민섬

나이가 들수록 체력이 떨어지는게 느껴졌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었다. 운동을 하긴 해야하는데 뭘하지? 고민하던 어느 날, 지인의 “언니 줌바 한 번 해보세요. 재밌어요.” 라는 말에 솔깃해 구에서 운영하는 체육센터에 줌바피트니스라는 운동이 있어 등록했다. 줌바하면 왠지 뭔가 남사스럽고 부끄러운 느낌과 날라리같다는 근거없는 거부감이 들어 아예 생각하지도 않았던 운동이었는데 지인의 한마디가 나를 줌바의 세계로 이끌었다.


월, 수 저녁 8시, 일주일에 두 번. 그렇게 줌바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2024년도에 시작했으니 햇수로 벌써 3년째다.

줌바는 음악이 신나기도 하고 동작이 단순해 따라하기 어렵지 않았다. 골반 돌리기, 웨이브 동작 등 난이도 있는 것까지 능숙하게 따라하지 못했지만 스텝과 박자를 이용해 추는 동작들은 대부분 어렵지 않아 잘 해내고 있다고 자부하며 즐겁게 수업에 참여했다. 8시 타임의 특징은 내 또래 중년아줌마들이 많다는 것인데 다들 열심히 운동했다.

그런데 무던한 우리 타임 회원들이 강사님께 지적받는점이 딱 한가지 있었다.

우리는 환하게 웃는 줌바선생님만 보고 운동을 따라했기 때문에 우리의 표정을 의식하지 못했다.

“회원님들, 저 무서워 죽겠어요. 제발 좀 웃으세요!” 라는 줌바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거울을 보니 정말 다들 무표정이었다. 그 후로 억지로 웃으려고 노력했지만 따라하는데 집중하다 보면 잘 되지 않았고 나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이 그러했다. 나는 최소한 노력이라도 했지만 나머지 언니들은 표정 따윈 신경도 안쓰는거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무표정 줌바를 이어나갔다.

그러던 중, 2년 동안 함께 해오던 줌바 선생님이 멀리 이사를 가시면서 관두시고 새로 선생님이 오셨다. 키가 175정도 되시고 짙은 빨간색 립스틱에 두꺼운 속눈썹, 시퍼런 눈화장때문인지 인상이 좀 강해보이는 분이었다. 이전에 수업해주시던 선생님과는 정반대의 이미지. 낯설었다. 어떻게 수업해주실까 기대도 되었다. 그렇게 첫 수업이 시작되었고 사람들은 대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같은 동작, 같은 음악인데 박자가 하나도 맞지 않았다. 빨라졌다가 느려졌다가 도저히 맞출 수 없는 박자로 추시는 선생님 덕분에 추풍낙엽처럼 회원들은 우수수 떨어져나갔다.

3년을 함께 해온 맨 앞줄 언니들 여섯 명이 그만두었고 뒷자리 회원분들도 상당 수 그만두었다. 나도 그만 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도저히 관둘 수가 없었다. 월, 수 8시타임이 일끝내고 딱 운동하기 좋은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타임 다른 센터를 알아보기엔 근처에 마땅한 곳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안 맞는 박자대로 움직이리라 생각했다.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움직이기만 하면 운동은 되겠지.’

그렇게 견디며 꾸역꾸역 운동을 이어나갔다. 모두 열 여섯명인 회원 중 다섯 명만 나온 어느 날이었다. 줌바 선생님이 5분만 시간을 내달라고 했다. 출석이 저조해서 그러시는 것일까?자꾸 그만 둬서 그러시는걸까? 나와 다른 한 명을 제외하고 세 명은 새로 온 회원이었다. 잘 바뀌지 않았던 줌바 회원들은 선생님이 바뀐 후 매달 새로운 얼굴로 채워지고 있었다.

“운동하시기 어떠세요? 혹시 힘든 거 있으세요?솔직하게 이야기해주시면 좋겠어요”

줌바선생님이 우리에게 물어보셨다.

“아니오. 그런거 없는데요. 재밌어요.”

나도, 다른 회원들도 짠 듯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

“다들 말씀은 그렇게 하시는데 자꾸 그만두시고 표정도 무표정이시고 해서.”

“저희가 표정은 원래 그래요.” J회원이 대답했다.

“저는 장난치는 것도 좋아하고 즐겁게 하고 싶거든요. 다른 타임에는 즐겁게 하는데 8시 타임에는 그게 잘 안되네요.” 줌바 선생님은 한숨을 쉬며 말씀하셨다.

‘어쩌라는 거야? 본인이 못해서 관두는 건 생각 못하시나?’나는 속으로만 생각을 삼켰다.

“솔직하게 이야기 해주세요.” 줌바선생님은 재차 말씀하셨다.

‘선생님같은 박치 처음봤다고?’ 속으로만 생각할 뿐, 차마 솔직하게 말할 순 없었다.

“재밌게 잘하고 있어요. 저희가 따라하느라 집중해서 표정이 그런거 같으니 너무 마음쓰지 마세요. 선생님 음악 선정도 좋아서 신나고 즐거워요. 제가 허리가 안좋아서 뛰거나 웨이브는 제대로 못하네요.” 나도 대답했다.

“안그래도 처음에 허리 안 좋으신 걸 모르고 뭐지? 했어요.”

뭐지는 뭐지? 순간 짜증이 확 났지만 가만히 있었다. 분란을 만들면 무엇하랴.

그 이후에도 삼십분동안 하소연이 이어졌다. 앞의 교실 요가 강사가 자꾸 줌바 음악 시끄러워 수업에 방해된다고 민원을 넣으니 회원님들도 음악소리가 작으면 수업이 안된다고 민원을 넣어 달라는 이야기, 다른 타임 회원님들이랑은 따로 연락하고 지내는 데 여기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는 이야기, 자신은 연락하고 지내는게 편하다는 둥…….들으면서 기가 빨리는 느낌이었지만 걱정을 풀어주고 싶다는 마음도 있어 열심히 들어주었다.

헤어지고 집에 돌아가면서 내내 찜찜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자기가 바라는 모습의 회원이 아니면 잘못된 것이고 그 모습을 바꿔야 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불쾌했다.

“자기 중심성”이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계에 있어서 타인을 타인의 모습대로 인정해주지 않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틀이 옳다고 생각해서 그 틀에 타인을 맞추려고 한다는 생각.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된다.”는 말이 생각났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본인이 그만 둘 수도 있을텐데 왜 다른 사람탓을 할까. 물론 이렇게 단순하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겠지만...

절대 그만 둘거 같지 않았던 회원들이 다 그만뒀는데… 본인 잘못이 아니라는 걸 다른 타임과 의 비교로 증명하고 싶어하는 거 같았다. 증명하고 싶지 않다면 굳이 회원들을 남겨서 그런이야기를 하고 들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

건강문제로 운동을 꼭 해야 되어 찾다가 하게된 줌바 댄스. 아무 생각없이 운동만 열심히 하고 오고 싶은데 선생님 신경쓰느라 편하게 할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고 앞으로 선생님을 보는게 부담될 거 같은 느낌도 들었다. 줌바를 관둘 때가 된건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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