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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앰버 Dec 01. 2020

운전을 시작한 일에 대하여 (1)

장롱면허 10년 사의 시작


2010년, 캐나다 출국을 앞두고

여권 외에 국제 공인 신분증을 준비해두고 싶었다.


해외에서 여권을 매일 들고 다니기에도,

사본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기도 좀 불편한걸

2009년 교환학생 연수 때 알았기 때문에


워킹홀리데이 참여를 위한 출국을 준비하면서

운전면허 취득에 도전했다.

목적은 하나, 국제 운전면허증을 발급받기 위해서였다.


필기시험도 장내주행도 한 번에 통과했지만,

도로주행만은 두 번의 고배를 마시고 세 번째 도전에서야 합격 통보를 받을 수 있었다.


첫 번째 시험은 손을 너무 떨어서 감독관이 실격 처리했다.

“아가씨, 그러다가 사고 나면 죽어요” (부적절한 호칭에 대해선 할많하않.)

분명히 학원 강사랑 연습할 땐 잘했는데!

내가 보여준 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해서 눈물이 찔끔 났지만,

이내 도로 한편으로 차를 세우고 감독관과 자리를 바꿔 앉았다.


두 번째 시험은 같은 감독관을 데리고 다른 코스로 응시했다.

이때는 분명 장족의 발전을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동 차량으로 주행하던 코스 막바지 언덕길에서 신호 대기 후 급발진하는 바람에 받은 감점으로 합격 기준 점수를 넘지 못했다. 이땐 좀 속상했다. 이 구간만 지나면 종료 지점인데.


세 번째 시험에서야 두 번째 시험과 같은 코스에서 다행히 큰 어려움 없이 요구사항을 다 수행하였기에 비로소 합격 도장을 받은 원서를 들고 운전면허증과 국제 운전면허증을 신청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운전면허증은 나에게 10년 동안 아주 좋은 신분증이 되어주었다.

보통 주민등록증은 고등학교 졸업도 전에 찍은 증명사진으로 발급받아서 그 뒤로 분실하거나 국가 전체에서 양식을 바꾸지 않는 이상 계속 쓰지 않는가.


지금도 세련된 외양은 절대 아니지만, 고등학교 때는 더 제멋을 즐기던 사람이라 다른 사람들이 보면 인상 깊어할 포인트가 한두 개쯤 있는 사진을 주민등록증 발급 신청 때 쓴 바람에 신분증 아껴 보여주기에 몹시 진심인 사람이 되어버렸다.


스물셋에 새로 발급받은 운전면허증은 사진의 상황이 좀 나은 편이었고, 그 뒤로 분실 후 재발급하거나 갱신할 때마다 최선을 다해 얌전하게 찍은 사진을 썼다.


지금의 내 모습에 가까운 신분증은 여권도, 주민등록증도 아니고 언제나 운전면허증이었는데

정작 나는 운전을 그 사이에 해본 적도 없고, 하고 싶어 한 적도 없었다.


초등학교 6학년부터 시작한 대중교통 이용과 뚜벅이 생활은 대학교 졸업은 물론 

직장 생활을 시작한 뒤에도 계속됐다.


얻어 타면 고마운 일이고, 내가 차를 끌고 도로에 나서거나 소유하는 일은 솔직히 상상해본 적도 없었다.

올해 7월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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