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앰버 Dec 02. 2020

운전을 시작한 일에 대하여 (2)

여러 번의 도전과 실패


2018년 결혼하면서 경기도 남부 도시의 한 외곽 지역에 집을 구하고 파트타임 일을 했다. 대중교통이 불편한 동네도 아니었는데 버스를 타고 중심가로 이동하여 장을 보거나 운동을 하는 일이 매우 번거롭게 느껴졌다. 남편이 퇴근하여 집에 온 뒤 또는 주말을 이용하여 공동의 용건을 해결하였고, 내 개인적인 용무는 배제되고 있었다.

한 번은 운전 연수를 따로 신청하여 학원의 차로 도로주행을 연습했다. 연차를 내고 4일을 두려움에 덜덜 떨며 연습했다. 추운 겨울이었는데, 내가 너무 긴장하고 열을 올려서 운전석 창가엔 허연 김이 서릴 정도였다. 과정이 어땠는지와 상관없이 연수가 끝나고 남편의 차를 몰아보려고 했지만, 남편이 본인의 차를 워낙에 아끼고 예뻐하는 걸 알았기에 나란 왕초보가 낼지도 모를 차의 흠집이 너무 걱정돼서 그것마저도 내려놓게 됐다. 남편은 괜찮다고 매번 운전해보겠냐고 물어봤다. 이때 눈 딱 감고 운전을 시작했으면 참 좋았을 텐데.

그 뒤로 내가 만에 하나 실수해도 너무 속상하지 않을 차를 찾느라 수많은 중고차 판매글을 검색했다. 다행히 집 근처에서 내 예산과 원하는 차 크기에 맞는 상품을 찾아서 큰 문제없으면 계약할 마음으로 찾아갔다. 남편이 날 태우고 시운전해보더니 안 되겠다고 계약하지 말자고 했다. 차 곳곳이 삭아서 안전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중고차 딜러가 ‘남편분이 차를 정말 꼼꼼히 보시네요’라고 한마디 했고 ‘아, 남편이 자동차 경정비를 할 줄 알아서요.’라고 답했더니 내게 다른 상품을 권하지도 않았다. 난 정말 이 날 내 차를 가지게 될 줄 알았는데. 아쉬웠지만 다음 기회를 노린다는 마음을 먹고도 속상함에 괜히 남편을 깨물어버렸다.


중고차를 산다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내 예산이 크지 않은 이유도 있었지만, 만약 자금이 넉넉하더라도 그 큰돈을 주고 중고차를 산다면? 내가 중고차 딜러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전 운전자의 흡연 여부와 사고 이력, 혹시 침수차는 아닌지 일일이 살펴야 했고, 상태가 너무 좋고 가격이 낮으면 오히려 사연이 있는 차는 아닐까 의심부터 드는데 내가 여기에 큰돈을 쓸 수 있긴 한 건가 싶었다.


남편은 한술 더 떴다. 디젤차는 앞으로 부담하게 될 환경 비용 때문에 안된다고 했고, 저렴한 수동 차량 물건을 보여주다가도 ‘앰버는 자동 차량이 편할 거야’하면서 제안을 거둬들였다. 또 오래된 차들은 조수석 에어백이 법적으로 의무설치되기 전에 나온 물건이어서 만약 사고가 나면 동승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했다. 꽤 많은 물건을 보다가 지쳐서 한동안 차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작가의 이전글 운전을 시작한 일에 대하여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