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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앰버 Dec 03. 2020

운전을 시작한 일에 대하여 (3)

화나고 지친 뚜벅이

그동안 경기 남부에서 서울 중심으로 통근하면서 광역버스의 존재에 감사하고 만족했다.

중간에 광역버스 요금이 한 차례 오르면서 지출이 조금 늘기는 했지만, 여전히 좋은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다.

이직하며 경기도 도시의 중심으로 통근하기 전까지는.


직장을 옮기면서 시내버스를 이용하여 경기도 도시 사이를 이동하려고 하니 연결이 너무 좋지 않았다.

우리 집은 지하철 노선과는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 있었다.

근처에 10분 이내 지하철 역으로 가는 버스가 있기는 했으나 그 정거장까지 걸어가려면 10-15분을 써야 했다.

아니면 시내버스도 아니고 광역버스를 타고 지하철 역으로 가야 했다.


출근길은 어떻게든 업무시간을 맞춰야 하니 필사적으로 지도 앱, 지하철 시간표 등을 활용하여 환승에 환승을 거듭하며 출근했다. 이마저도 곧 남편이 나를 직장까지 태워다 주는 방식으로 나만의 출근길 대중교통과의 실랑이를 멈출 수 있었다.


문제는 퇴근길이었다. 직장 근처의 지하철역을 이용한다고 해도 집에 가려면 버스 환승을 해야 하는데, 두 도시의 테두리 지역에 있던 우리 집까지 가는 버스는 배차 시간이 아주 길었다. 지금 생각해도 아주 한숨이 나오는 길이다.

차로 가면 출근길에도 25분이면 되는 7.6km가 퇴근길에는 대중교통으로 한 시간에서 길게 두 시간까지도 걸리는 여정이 된다. 퇴근길에는 전철도 배차가 길었고, 버스도 배차가 길었다. 근무시간도 길지 않고, 먼 길도 아닌 것 같은데 집에 오면 지쳐버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많았다.


비가 오거나 아주 더운 날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아주 곤욕이다. 퇴근 시간에 중심가를 지나는 시내버스에 사람이 가득가득 한데, 그 안에 우산을 들고 서 있기가 얼마나 지치는지. 요즘 버스는 에어컨을 잘 틀어주시지만 정거장까지 이동한 내가 이미 땀이 나서는 얼마나 불편한지.


게다가 이직하고 난 직후에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되고 지역사회에 확산되면서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다. 반년 동안 퇴근길 버스를 타면서 얼마나 맘 졸이고, 조심스러워했는지.


남편에게 내 직장으로 데리러 오라고 요청한 날도 많았다. 이것도 마냥 편하지 않은 게, 남편이 밀리는 교통 체증을 뚫고 도시 중심으로 오면 나는 이미 야근을 오래 한 상황이라 지쳐있었고 남편에 고마워할 틈 없이 투덜거렸다.


이것마저 가끔 있는 일이었고 대개는 대중교통을 이용했으므로, 계절이 더워지고 날씨가 요란한 날에는 비, 바람, 더위가 막 나를 몰아치는 것 같아 퇴근길에 혼자 화가 나 있었다.

내가 스트레스받고 있는 건 생각도 안 하고, 그냥 힘들다고만 생각했다.


어쩌다 혼자 출근하는 날이면 교통체증에 그냥 택시를 타버리는 날도 종종 생겨났다.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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