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행 사진의 대부분은 풍경이다.
내 표정을 남기고 싶을만큼 극적인 기분은 사라지고,
언제 올지 모르는 이 곳의 풍경을 내 눈으로 담고 담다 잊기 싫어질때쯤 사진을 찍었다.
아주 가끔 찍는 사진이 첫 장에 그럴싸하게 나올리 없고,
같은 방식으로 계속 찍으니 크게 달리 보일 이유도 없다.
그치만 내 눈높이에서 내 감정을 담아 찍은 여행 사진은 눈동자에 새긴 것처럼 진한 여운으로 남는다.
여정이나 경험, 풍경을 잊지 않기 위해 사진을 인화해서 시간의 흐름대로 앨범에 채워넣는 것을 좋아했다.
친구들과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면, 단체 사진을 인화해서 모두에게 선물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사진이 주는 의미를 표현할 때 흔히들 말하는 ‘순간을 박제’한다는 것은 많이 잔인한 표현같아서 사용하고 싶지 않다. (그동안 인간이 박제해온 많은 생명들을 모른체하고 사물에 쓴다는 것은 너무나 기만이다.)
내 눈에 담아두고도 부족해서 더 남기려 찍은 사진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주로 내가 찍은 사진들은 공간을 뛰어넘는 경험을 보관하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시간을 뛰어넘는 기억을 불러오는데 사진을 적극 활용하는 것 같다.
여튼, 사진이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기억의 보존, 보관 등을 담당하는 것 같다.
예쁜 것보다 추하지 않은 기억을 남기려고 노력하는,
사진에 대한 나의 생각이 일상 속에서 부디 자주 떠올라서
나의 시간과 공간의 기록이 더 촘촘해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