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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소모품 취급을 당해야 하는가?

by 원광

계약직으로 회사에 근무할 때 항상 느꼈던 생각은 계약직은 소모품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 같다는 거였다.

먼저 계약직을 만들어낸 제도부터 고쳐야 이 모든 사회 문제가 해결되겠으나, 그건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니 이렇게 속앓이를 하는 것 같다.


처음 회사 계약직 입사 시 마냥 신이 났다. 혹시 모르는 허상으로 계약 종료 되기 전 정규직 전환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더 신이 났던 것 같다. 그러나 계약직 1년 후 정규직 전환은 말만 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앞전에, 그 앞전에 일했던 계약직 모두 정규직 전환은 되지 않았다.


이 허탈함을 누구에게 말할 수 있는가.


다른 이는 일을 못했으니 정규직 전환이 되지 않은 것 아니냐고 물을 것이다. 그럼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소모품은 소모품일 뿐이다. 말로 그럴싸하게 포장했다고 소모품이 아닌 건 아니지 않냐고.


처음 입사 했을 때 계약직에게 일의 중요 업무가 쏠린 업무 분장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보통 책임 질 일을 정규직이 해야 하고, 그 외 정규직 업무 보조하는 것이 계약직 업무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일을 하는 내내 정규직의 말은 그럴싸했다. 계약직에게 이런 일을 맡기는 곳은 드물고, 여기서 이런 것도 배우면 나중에 분명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말 그대로 가스라이팅이었다. 나중에 큰 도움은 그들만의 생각이다.


정작 한 직장에 오래 남아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이 그 일을 안 하려고 차일피일 미루는 꼴이라니. 지금 생각해도 어차피 1년, 또는 2년 일하고 사라질 사람에게 왜 그리 막중한 일을 준 건지 아직도 모르겠다. 그러나 정규직이 일의 책임을 지지 않고 싶어 했던 거라면, 무슨 일이 생겨도 퇴사한 사람을 탓하고 싶은 거라면 이 모든 행동이 이해가 간다.


계약직을 소모품이라고 생각하면 이 모든 행동은 정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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