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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직은 동네북이다.

by 원광

계약직과 정규직의 차별이 만연 한 건 사실이다. 예를 들어 계약직이 서류의 오타를 냈을 때 정규직은 항상 되묻는다. 제대로 확인한 게 맞는지, 또는 이 말이 맞는 표현인지. 모든 질문에 날이 서있다. 웃으면서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보다는 '사람을 쥐잡을 듯 잡듯이'라고 하는 표현이 더 맞겠다.


그러나 정규직이 서류의 오타를 냈을 때는 다른 정규직은 묵인한다. 그래서 한 번은 내가 직접 서류를 검토한 정규직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서류에 오타가 있는 것 같아 수정이 필요해 보이는데 담당자에게 전달을 할지 말지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간단했다.


담당자가 오타를 냈어도 글의 맥락 상 이해가 가니 그냥 넘어가도 될 것 같다고.


이로써 업무를 평가하는 거에 있어 계약직에게 너무 가혹하고, 야박한 건 사실이었다. 계약직이 오타를 내는 것도 따지고 보면 맥락 상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아니다.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왜 일을 키워 계약직을 주눅 들게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하긴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단 하나도 없었다. 모든지 이해할 수 없고 이상한 일 투성이었다.


솔직히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실수 안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주체가 '계약직'과 '정규직'으로 다르기에 평가도 다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러면 여기서 정규직에게 한 가지 묻고 싶다. 계약직과 정규직으로 사람을 나누기 전에 본인은 계약직이었던 시절이 없었는지. 아니면 본인도 계약직일 때 이런 대우를 당해 똑같이 복수하는 건지.


나는 사람을 대할 때는 사람의 직급이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동일하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료의 오타로 지적을 할 거라면 계약직에게만 하지 말고 정규직에게도 해야 된다고 본다.


아니다. 어떻게 보면 일의 능숙하지 못한 계약직의 오타를 조용히 넘어가는 게 맞다. 오히려 한 업무를 지속해서 오래 한 정규직이 서류의 오타를 내는 것을 그냥 넘길 게 아니고 오히려 무능한 거로 취급해야 회사 입장에서 수지 타산이 맞다고 본다.


그러나 정규직은 정규직 편 일 수밖에 없다. 왜냐면 남은 기간을 같이 해야 하는 동료이기에.


그렇기에 오히려 더 계약직은 절대, 정규직을 위한 동네북이 아니다. 그 누구보다 귀한 사람이고, 귀한 인격체로 존중받아 마땅한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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