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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직끼리도 서열이 존재한다

by 원광

사람은 어딜 가나 서열화하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는 듯하다. 같은 계약직끼리 똘똘 뭉칠 법도 한데, 가끔 자기 멋대로 서열을 정하는 사람이 존재한다. 그때는 그게 참 꼴 보기 싫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사람이 삶을 살아가는 수단 중 하나였을 것이다.


같은 날 입사하는 계약직이 아니라면 먼저 들어온 사람에 따라 선임, 후임이 정해진다. 재직증명서 또는 경력증명서를 떼면 직급은 하나같이 계약직으로 나올 텐데, 굳이 서열을 나누는 꼴이 꽤 웃기다.


아무튼, 선임과 후임으로 나눈다고 치자. 물론 선임이라고 해서 후임을 다 괴롭히는 건 아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오히려 후임을 잘 챙겨줬던 사람이 일도 잘했다. 퇴사 후에도 다른 회사로 취직도 잘 되었다.


신기하게 꼭 일을 못하는 사람이 괴롭히는 데 능했다. 일을 못하니 오히려 그런 안 좋은 쪽에 비상한 것 같다. 아, 오히려 본인이 일을 못하니 그걸 들키고 싶지 않아 더 그러나? 본인이 일을 못하면 본인의 직무 능력을 개발해서 업무 능력을 끌어올리기에도 부족할 근무 시간인데, 그 시간에 말도 안 되는 걸로 후임을 타박하기 바쁘다.


그것도 재주긴 하다. 이러한 행동을 옆에서 볼 때면 웃음밖에 나지 않았다. 제 코가 석자인데, 분명 본인도 계약직이면서 왜 저렇게 까지 행동하는 걸까. 심지어 1절에서 끝내는 게 아니고 정규직한테 쫄랑쫄랑 달려가서 새로 온 계약직의 험담을 늘여놓는다.


선임인 계약직은 본인 얼굴의 본인이 침뿐만 아니라 가래까지 뱉는 걸 알까 싶다. 가만 보면 말만 선임이라고 해서, 후임보다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고, 더 좋은 삶을 산 것도 아니다. 그냥 운이 좋아 후임보다 먼저 입사한 것 밖에 없다. 그리고 아까부터 강조하지만 직급은 하나같이 계약직이다. 결국 한 팀이다.


어차피 재계약 또는 계약 종료로 끝날 운명이다. 썩은 동아줄을 이어 붙인다 해도 썩은 건 매 한 가지였다. 매사 본인의 위치를 아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본인의 위치도 모르며 쥐뿔 없는 지식으로 잘난 척하는 꼴이 무척이나 꼴사나운 걸 스스로 깨닫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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