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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 못하는 인맥

by 원광

성공을 위해서 돈, 인맥, 학벌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계약직은 인맥이 제일로 중요하다.


흔히 말하는 내정자는 계약직을 뽑을 때 더 크게 작용한다. 특히 정규직이 적고 계약직이 많은 직군일수록 아는 사람의 힘이 엄청나다.


예를 들어 내가 A라는 회사에 이력서를 넣는 순간 그전에 일했던 직장 B에 연락이 간다. 그리고 내가 일을 잘했는지 어땠는지 등등. 나의 평판에 대해 싹 조사를 한 다음 종 합격 여부가 나온다.


면접도 보지 않았는데, 전화 몇 통으로 합격이 되는 내정자가 탄생하게 된다.


여기서 한술 더 떠서 내 이력서를 사무실 내에 있는 팀원끼리 돌려보는 곳도 있다. 그렇게 사무실에 아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을 하고, 제2차 평판 조회가 시작된다.


그래봤자 정규직 전환을 시켜주지도 않을 계약직 자리이다. 짧으면 1년, 길면 2년이다. 나는 그렇게 합격할지 불합격할지 아무것도 모르는 곳에 내 신상이 어디까지 퍼질지도 모른 체 간절하게 서류 합격이 되길 빌고 있다.


그렇게 평판 조회가 끝나고, 우여곡절 끝에 입사를 하게 되었다고 가정하자. 그럼 또다시 나도 모르는 3차 평판 조회가 시작될 것이다.


입사 첫날부터 정규직이 계약직인 내 옆에 딱 붙어 어디서 일했는지, 어디에 사는지 등등 호구 조사를 시작한다. 한술 더 떠서 정규직은 이전에 일했던 B 회사에 누굴 안다며 거들먹거리기까지 한다. 거기에 내가 입사 전에 그 사람한테 나에 대해 물어봤다고 당당히 말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네,라고 대답만 할 수밖에 없다. 또 새로운 좋은 꼬리표를 남기기 위해, 정규직이 뭐라 하든 싫은 소리 한마디 못하고 미소만 지은 채 묵묵히 일을 한다. 정규직이 듣기 싫은 소리를 해도 그냥 가만히 있을 뿐이다.


만약 내가 B회사에서 유대 관계를 쌓은 사람이 없었더라면, 평판이 좋지 않았더라면, A 회사에 입사는커녕 다른 회사에도 취직이 어려웠을 수도 있다.


인맥으로 취직이 된 건 감사할 일이 분명하지만, 의도치 않게 내정자가 된 나로 인해 면접장에 온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른 체 들러리가 된다. 만약 입장이 바뀌어 내가 들러리가 되는 상황이라면 나는 이유도 모른 체 탈락을 경험할 뿐이다.


결국 이러한 평판 조회 때문에 계약직뿐만 아니라 계약직이 되기 위해 면접 보는 취업 준비생 모두 피해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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