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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임 읽어주는 남자 Mar 07. 2017

01. 이 세상의 모든 B급 문화

덕후의 고백

애니메이션, 게임 등은 B급 문화라 불릴 때가 많다. 평소엔 정상인 코스프레를 하고 있지만 솔직히 난 덕후가 맞다. 다만 보통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애니메이션과 게임 얘기는 자제하는 편이다. 굳이 덕후라는 이미지를 덧 씌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난 대학 때 동아리로 일본어회화반 활동을 했다. 나를 처음 만난 사람에게 일본어 동아리 활동을 했다고 말하면 가장 먼저 돌아오는 질문은 '애니메이션 좋아하시나 봐요'다. 일본어=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공식이 어느 정도 적용되는 듯하다.


사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일본어 회화반 가입을 한 것은 맞다. 그러나 더 정확히 말하면 당시 군대를 제대한 나를 받아주는 동아리가 없었고 우연히 지나가던 길에 들린 일본어 동아리만이 날 받아줬기 때문이다. 난 이후 동아리 회장도 하고 축제 때는 직접 오코노미야키와 타코야끼를 만들어 팔기도 했다. 삭막한 대학생활에서 나름 좋은 추억거리를 남기게 해 준 곳이다.


그러나 가끔 애니메이션과 직결되는 질문에 불쾌할 때가 있다. 친한 친구들은 거기 덕후들 모이는 곳 아니냐고 묻기도 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아무튼 그래서 난 동아리 뭐했냐고 물어볼 때 구체적인 대답을 피하는 편이다. 부연 설명을 일일이 하기 귀찮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봉사 동아리나 운동 동아리 또는 기타 동아리 등에 가입했다면, 덕후냐는 질문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난 사실 덕후가 맞다. 그것도 겜 덕후다. 그래서 난 부연설명을 할 때면 항상 말한다. 게임 덕후는 맞다고.


지금도 현 직장에서 철강, 화학과 더불어 게임을 맡고 있다. 취미였던 것이 일이 되니, 재미가 조금 반감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번다는 것은 분명 좋은 경험이다. 


사실 앞으로 브런치에 연재할 여러 글들은 지금 현재 이 글처럼 두서없는 글이 될 공산이 크다. 애초에 나의 덕질에 대한 고백이자 덕후로서 바라본 일상을 기록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글도 시간이 지나고 보게 되면 오그라듦에 사무칠 가능성이 크다. 과거 싸이월드에 멋모르고 적은 일기장과 같은 느낌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한국에서 아직 덕후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개그 소재로 쓰일 뿐이다.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또한 하나의 취미이자, 국내 산업을 지탱하고 있는 하나의 축임에도 불구 평가절하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 게임은 하나의 종합예술이다. 기획부터 개발, 디자인, 마케팅 등 모든 산업의 정수가 내포돼 있다. 


단지 어린 친구들이 즐기는 문화 콘텐츠라는 점이 다른 어른들에게 게임산업이 쉽고 가볍다는 느낌을 줄 뿐이다. 고상한 클래식 음악이나 명작 영화 등도 좋지만, 가끔은 가볍게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나 간단한 게임들 속에서 인생의 철학을 발견할 때도 있다. 


최근 유행한 '너의 이름은'도 사실 남들이 보니까 나도 봐야지 하는 심리가 큰 거 같다. 사실 그 애니메이션보다 잘 만든 애니메이션은 굉장히 많다. 웬만한 영화보다 깊은 철학적 질문을 주는 게임과 애니메이션도 사실 많다. 단지 우리가 관심이 없었을 뿐이다.


2편부터는 숨겨져 있는 명작 애니들과 게임들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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