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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임 읽어주는 남자 Mar 13. 2017

02.일본 사토리세대와 한국의 편의점세대

필자는 올해 딱 서른이다. 지난 30년간 한국에서 살아본 감회를 표현하자면 무슨 단어가 어울릴까? 개인적으론 '팍팍하다'가 맞는 거 같다.


필자 또래 친구들 중 아직도 취업준비생 신분인 친구들이 많다. 필자역시 약 1년에 걸쳐 취업준비생 신분이었다.


앞선 글에서 말했듯이 필자는 일본어 동아리를 경험했고 그 속에서 많은 인문대 친구들과 일본인 교환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일본의 청년들은 사토리세대라고 불린다. 이는 득도했다는 의미로 오랜 저성장시대를 거치면서 야망도 욕심도 잃어버린 세대를 의미한다. 역설적이게도 일본 역사상 삶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세대중 하나이기도 하다. 욕심이 없으니 현재에 만족하고 그 안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것이다. 최근엔 취업률마저 높아져 그들의 행복은 더더욱 높아져 가는 것 같다.


이는 교환학생 친구들한테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동아리에서 만났던 교환학생 대부분은 한국 아이돌과 한국 문화를 동경해서 온 경우가 많았다. 이들에게 교환학생 기간은 일종의 여행이였다. 미래에 대한 걱정과 근심은 찾기 어려웠다. 물론 모든 교환학생이 놀고 먹는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한국 학생들에 비해 확실히 여유가 느껴졌다는 의미다.


그러한 일본 학생들을 동아리에 있는 다른 한국 인문대생들은 부러워했다. 이러한 경향은 취업을 앞둔 4학년이 되면 더욱 심해졌다. 필자는 공대생으로 막말로 어디든 가려면 취업은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인문대 친구들의 취업은 공대에 비해 한정돼 있었고 그 진입장벽 역시 엄청 높았다.


일본 친구들이 아이돌 콘서트를 다니고 서울을 구경할때 필자와 친구들은 편의점에서 과자와 소주를 사서 동아리방에서 먹곤 했다. 필자 역시 일본 친구들이 부러웠다. 그들이 우리보다 엄청 잘사는 것은 물론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에겐 미래에 대한 걱정이 없었고 취업고민도 크게 없었다. 하다못해 높은 시급을 주는 알바라도 하겠단 입장이었다.


필자는 청년세대를 대표하는 문화로 편의점을 꼽는다. 취업준비생들에게 편의점은 식당이자 휴식처이자 고단한 현실을 잠시 잊게해주는 오아시스같은 곳이다. 이미 우리 세대 친구들에게 결혼은 먼 얘기가 돼 가고 있다. 취업도 안되는 마당에 결혼은 무슨. 이라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 연애를 포기한 친구들도 많다.


사실 필자도 가끔 생각한다. 이렇게 사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고. 기성세대들은 청년세대에게 끈기가 부족하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청년세대들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스펙이 높은 친구들이다. 생각 역시 많이 하고 국내 문제에 관심도 많다. 도전도 많이해 봤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도 하나둘 실패하면서 염세주의로 돌아선 것이다.


필자도 대학때 1년간 창업에 도전한 경험이 있다. 그리고 보기좋게 말아먹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경험을 쌓고 나서 창업을 해야겠다고 정확히는 필자가 하기엔 아직 역량이 부족하다고.


한국은 모든 진로에 있어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은편이다. 이미 그 시장에 진입한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높은 성벽을 쌓아놨다. 여기에 비정규직이니 계약직, 인턴 등의 제도는 이러한 진입장벽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에서 청년에게 도전만 강요하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 100명중 한두명이 성공하는 상황에서 그 한두명에 들어가라고 등을 떠미는꼴이다.


최근엔 한국 청년들도 일본 사토리세대와 같은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더이상 희망이 없으니 현재를 즐기자는 것이디. 어찌보면 절망할빠엔 이게 낫다고 본다. 사실 이미 청년 월급으로는 서울에 집을 마련할 수 없는 세상이다. 그 돈으로 차라리 취미생활이나 즐기겠다는 주의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도 글을 이만쓰고 밖으로 놀러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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