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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임 읽어주는 남자 Jan 20. 2018

비트코인과 88만원 세대

그들이 비트코인에 빠진 이유

필자는 소위 88만원 세대라 불리는 30대다. 최근 언론에서는 77만원 세대라고도 나왔는데 그건 통계 해석을 과도하게 한 것 같다. 아무튼 요즘 88만원 세대들의 가장 큰 관심 중 하나가 바로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다.


필자 주변에서도 가상화폐 투자를 통해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정부는 최근 투자 열기가 과해지자 거래소 폐쇄라는 강경책까지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비트코인 광풍이 한국을 강타한 이유는 무엇일까. 특히 20대 30대들에게 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래가 안보이기 때문이다. 평균 연봉을 3000으로 가정하고 (물론 이보다 적게 버는 청년들이 훨씬 많다) 매년 2000만원을 저축한다고 하면 5년을 모아야 1억을 모을 수 있다. 1억이면 집을 구할 수 있을까?


여기에 대출좀 받으면 2억에서 3억 정도의 집을 구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매달 적게는 몇십만원 많게는 100만원 가량의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이런식으로 이자와 원금을 갚아나간다면 집을 온전히 내것으로 만드는데 다시 5년 정도가 더 걸린다. 물론 뭐든 계획이 완벽했을 때 말이다.


물론 지금까지의 가정도 직장을 빠르게 구하고 학자금 대출이 없었을 때 이야기다. 여기에 구직기간을 더하고 학자금 대출을 갚는 기간까지 생각하면 대충 집 한채 마련하는데 못해도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물론 7억 8억이 넘는 서울 집값은 포기해야 한다. 위에 말한 기준은 경기도에서 싼 지역 집 값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말이 바로 N포 세대다. 포기할게 하나둘 늘어나더니 이제는 N포란다. 이때 때마침 등장한 비트코인은 청년층에게 있어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지난해 1월 1코인당 100만원 이었던 것이 지난해 12월에는 최고 2500정도까지 올라갔다. 이보다 더 좋은 투자 수단이 어디있겠는가.


그러나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시장은 불안정한 곳이다. 하루에도 30퍼센트 가까이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어느정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아울러 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국가가 청년들의 미래를 보장해주고자 노력해야 한다.


현재 정부는 청년세대의 가장 큰 고민인 집 값 안정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전 국민의 절반이 아직 자기 집이 없는 상황에서 집 값을 안정화시키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거창한 이론도 필요 없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공공임대주택 등을 많이 건설하는 것이다. 일단 집이 있어야 결혼도 하고 출산도 할 것 아닌가. 일명 기성세대들은 말한다. 자기들은 단칸방에서 시작했다고. 하지만 그 때는 희망이 있던 시절이다. 은행 연 이자가 20퍼센트가 넘던 시절이다. 몇년만 고생하면 아파트 한채 마련하기 어렵지 않았다. 지금은 10년을 모아도 힘들다.


사실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필자가 보기에 정부는 청년 문제에 큰 관심이 없는 것 같다. 특히 국회의원들은 더더욱 관심이 없다. 어차피 자기한테 영향을 미치는 세력은 기득권과 기성세대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다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정치인들이 집 값 안정화 정책을 정말 지지할까? 왜 지난 몇십년 동안 정부는 집 값을 잡지 못했겠는가. 진심으로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차피 집 값은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다. 공급을 드라마틱하게 늘리지 않는 한 말이다. 아니면 이 상태로 청년들이 결혼을 포기해 한 50년 뒤에는 인구가 없어 빈집이 늘어나면 안정될려나. 한국은 꼭 일이 터져야 대책을 강구하는 나라다. 이미 10년전부터 전문가들은 저출산을 경고해 왔다. 그러나 오히려 출산율은 더 떨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에게 무슨 기대를 할 수 있을까.


청년들이 비트코인에 빠지는 것을 비난하기 보단 그들을 그렇게 만든 정부의 안일한 대응에 먼저 비판을 가하는 것이 순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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