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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임 읽어주는 남자 Apr 20. 2022

작고 소중한 월급이 무의미한 사회

                                                                                

인천에 살고 있는 필자는 서울에 있는 직장에 방문할 때면(기자란 직업 특성상 매일 출근하진 않는다) 왕복 4시간 정도 걸린다. 그러면 항상 위 이모티콘처럼 녹초가 돼 쓰러지기 마련이다.


불과 6~7년 전까지만 해도 '작고 소중한 월급'을 모아 뭔가를 하겠단 의지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직업 특성상 자수성가한 부자들도 많이 만나보고, 원래부터 집안이 부자였던 사람들을 많이 만나봐서 그런가. 매월 통장에 꽂히는 월급을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가장 큰 이유는 최근 몇 년 새 너무나도 올라버린 집 값 때문이다. 필자는 서울에 집 사겠단 생각은 이미 포기한 지 오래다. 오래전부터 살고 있는 인천에라도 집을 마련하고 싶은데, 인천 집 값 마저 최근 2배 가까이 올라버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사회 초년생 때 풀로 대출받아 집부터 샀어야 했는데... 뭐 이제 와서 후회하면 무엇하리.


단순히 집 값 때문만이 아니라, 제로금리 시절에 간간히 들리던 주식 대박, 코인 대박 소식도 허탈감을 증폭시킨다. 이제는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뒤쳐지는 기분마저 든다. 물론 필자도 주식과 코인은 투자하고 있다.


문제는 불로소득을 통한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지다 보니, 이제는 근로의욕마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다른 직군과 비교해 평균 연봉이 낮은 언론업계에서는 기렉시트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언론사를 그만두는 기자가 많다. 과거에는 대기업 못지않은 연봉이었다지만 지금은 어디 가서 연봉 말하기가 부끄러워질 정도다.


사실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만족스러운 연봉을 받기 어렵다. 이에 수많은 중소기업 직장인들은 월급보다는 주식, 부동산, 코인에 인생을 걸고 있다. 필자 역시 작년 불장에서 한 달에 700만원 가량 번 경험이 있다. 물론 지금은 다 물려있다. 중요한 건 월급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점이다. 집 값을 포함해 모든 물가가 오르는 지금 월급을 모아 뭔가를 한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자가용 정도나 살까. 사실상 할 게 없다.


경제적 자유는커녕 수도권에 20평 집 한 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가 직장인들에게 과거와 같은 충성을 기대하긴 어렵다. 특히 직간접적으로 IMF를 경험했던 30대들은 회사가 직원을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결국 직원들의 충성심을 올리기 위해선 돈이라는 보상이 필요한데,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곤 그만큼의 보상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40~50대 상사들은 젊은 직원들이 열정이 없다고 말하지만 그들은 회사에 쏟을 열정이 없을 뿐이다. 딱 받은 만큼만 하겠다는 생각이다. 혹자는 말한다. 젊은것들은 고생을 모른다고. 그 말도 맞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은 고생은 적었을지언정 고민은 그 어떤 세대보다 많다.


단순하게 월급 모아서 집사고 애낳고 키우던 루틴은 깨진 지 오래다. 이제는 세상의 변화에 조금이라도 뒤쳐지면 바로 도태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처럼 능력주의를 지향하는 사회에서 남에게 뒤쳐지는 것을 견뎌낼 사람은 많지 않다.


정리하자면 이제 월급은 무의미해졌고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한 젊은 세대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꼬일 대로 꼬여버린 이 상황을 과연 누가 해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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