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대행사
"대훈아 주말에 만두 빚자."
새해가 되어 나에게 주어진 첫 번째 임무는 어김없이 만두를 빚는 일이었다. 우리 집은 내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부터 만두를 직접 빚어 먹었는데, 명절과 같이 특별한 날과는 상관없이 종종 만두를 빚는다. 딱히 대대로 김 씨 집안 누군가 만둣가게를 운영했던 건 아니지만, 우리 집만의 문화라고 할까? 핸드폰 클릭 한 번이면 다음 날 문 앞에 배달이 와있는 세상에서 온 가족이 둘러앉아 만두를 빚는 모습은 꽤 흥미롭다. -추운 겨울이면 고구마나 찐빵보다 만두가 생각나는 것은 어쩌면 우리 집안 내력일지도 모른다.-
사실 내가 직접 만두를 빚어본 일은 작년 겨울이 처음이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의 어느 날, 이불을 돌돌 싸매고 전기장판 위에 누워있던 나에게 "만두 빚게 나와"하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만두를 먹는 것에만 즐거움을 느낄 뿐, 만두를 빚을 때면 늘 바쁜 척 도망가는 나였지만 유난히 추웠던 겨울, 밖은 잘 나가지 않아 심심함을 느끼던 찰나 어쩌면 재미난 놀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망이로 반죽을 미는 할머니를 중심으로 얇게 밀린 만두피에 속을 채우는 가족들. 능숙한 솜씨로 만두를 빚는 엄마의 손 기술을 분석한다. "얇게 밀린 피에 소를 얹고, 가운데를 눌러 피를 이어 붙인다. 그리고 만두가 터지지 않게 가장자리를 비틀어 모양을 낸다. " 내가 분석한 만두 빚기 이론은 꽤 단순해 보였다. 어릴 때부터 어깨너머로 배운 만두 기술. 만두 먹기만 20여 년째. "만두 빚기야 손쉬운 일이지!". 하지만 찰나의 허상이었던 것일까. 먹는 걸 좋아할 뿐 만드는 부분에서의 퍼포먼스는 실망스럽다는 것을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게 된다. 내가 빚은 첫 만두는 꽤 소심한 모양이었는데, 바람 빠진 풍선이라고 할까? 반달 모양, 꽃 모양 등 가족들이 만든 다양한 만두 모양 사이에서 한없이 안쓰러워 보였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취미로 그림을 그렸던지라 손재주라면 자신이 있었는데, 어린 사촌 동생이 조물딱 가지고 논 밀가루 반죽과 다를 게 없다니... 만두를 빚는 가족들의 모습이 마냥 대단하게만 보였다
1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나에게 만두를 빚는 일은 어렵기만 하다. -그렇다고 처음 만든 바람 빠진 만두의 모양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여전히 만드는 일보다는 먹는 것이 더욱 즐거울 뿐! 만두는 네가 만들어 먹는 건 내가 맡을게 하는 마음이다.
수십 년째 우리 집 만두를 먹으면서 느낀 게 있다면 늘 일관된 맛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모양이 다른 만두가 맛은 일관되게 참 신기하지 않은가? 반달 모양부터, 꽃 모양 바람 빠진 풍선 모양까지 만두의 모양은 사람마다 제각각이지만 만두의 맛만큼은 일관된다. 사실 만두를 빚는 일은 어렵지 않다. 만두를 빚기 전 재료 준비 과정에 가장 많은 정성과 시간을 요구되는데, 동그랗고 단순하게만 생긴 만두에 들어가는 재료만 해도 수십 가지이다. - 마늘, 양파, 당면, 숙주나물, 돼지고기... -
이른 새벽부터 분주하게 밀가루 반죽과 만두피를 만든 만드시는 할머니의 옆에 앉아 넌지시 물어본다. " 할머니 힘들지 않아? 사서 먹는 게 더 편하지 않겠어? 묵묵히 반죽하시던 할머니는 그저 웃으며 만두 재료를 준비하실 뿐이다. 아직도 할머니가 만든 만두라고 하면, 삼촌 이모 가릴 거 없이 온 가족이 집으로 와 만두를 가지고 간다. 어쩌면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얼굴을 보기 위해 만두를 만들었던 것은 아닐까? 수십 년째 변하지 않는 우리 집 만두처럼, 할머니의 모습 또한 변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야속한 세월에 힘에 부쳐 밀가루 반죽을 만드시는 할머니의 모습에 다음 말을 내뱉는다.
" 할머니 반죽은 내가 할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