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없을 것 같던 낯선 단어.
"다녀왔습니다."
하루를 끝내고 집에 도착했을 땐 이미 모든 가족들이 집에 와있었다.
거실에 다 같이 모여 TV를 보고 있는 가족 곁으로 나는 옷도 갈아입지 않고 자연스럽게 앉았다.
엄마가 깎아주는 사과를 받아먹으며 TV속 뉴스를 보고 있는데 처음 보는 단어가 흘러나왔다.
'연예인 OOO씨가 오늘 공황장애로 프로그램 중도 하차를 선언했습니다. OOO씨는 평소·······'
"엄마. 공황장애가 뭐야?"
"음.. 사람을 힘들게 하는 마음의 병이야."
"근데 공황장애에 걸렸다고 프로그램을 하차할 만큼 힘들어?"
"글쎄? 엄마도 걸려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어."
"저런 병에 왜 걸리는데?"
엄마는 그 질문에 더 이상 답을 하지 않았다.
아마 엄마도 걸렸던 적이 있지만 그 기억을 다시 꺼내기 싫었던 건지, 아니면 정말 몰라서 그랬던 건진 알 수 없지만 그날 대화는 잔잔하면서도 머릿속에 저장이 될 만큼 색다른 기억이었다.
하지만, 단지 그 시절 나에겐 지나가던 대화, 잊혔던 기억 중 하나일 뿐이었다.
내 주변엔 그런 병을 가진 이도 없었고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낯선 단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마 그때로 다시 돌아가더라도 그럴 일은 절대 없겠지만 만약 그 낯선 단어를 듣고 작은 호기심이라도 생겨서 그 병을 찾아봤다면 지금의 나는 조금이라도 달라졌을까?
사람 일은 한 치 앞을 알 수가 없다.
나와 전혀 상관없던 일들이 나의 본업이 되기도 하고, 절대 친해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사람과 둘도 없는 친구가 되기도 한다.
그런 결과들은 결국 내가 선택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내 결과도 예측할 수 없는 것처럼 삶을 예견할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다.
마치, 나도 엄마와 했던 이야기가 10년 뒤 나의 현실이 될 줄 몰랐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