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ry는 안전하고, Apologize는 위험하다

사과할수록 당신은 저렴해진다

by WONA

한국인과 영어로 대화할 때 가장 자주 들리는 단어는 압도적으로 'Sorry'다. 엘리베이터에서 부딪혔을 때도, 회의 중 질문을 할 때도, 심지어 인터넷 연결이 끊겨 줌(Zoom)이 멈췄을 때조차 우리는 습관처럼 말한다.


"I'm sorry."


대부분은 이것을 '예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냉정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습관적인 사과는 자발적인 지위 하락을 의미한다. 당신이 고개를 숙이는 순간, 상대는 무의식적으로 당신을 '아랫사람'혹은 '실수한 사람'으로 규정한다.


감정의 언어 vs 책임의 언어

비즈니스 영어에서 사과에는 명확한 위계와 좌표가 존재한다. 이 차이를 모르면 당신은 친구에게 써야 할 말을 임원에게 쓰고, 임원에게 써야 할 말을 동료에게 쓰게 된다.


가장 흔한 오해는 Sorry와 Apologize를 동의어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 둘은 거리감(distance)부터 다르다.

Sorry(감정의 영역): "내 마음이 유감이다." 가깝고 친밀한 사이, 혹은 가벼운 실수에 쓰인다. 하지만 감정에 호소하는 표현이기 때문에 공적인 무게감은 떨어진다. 비즈니스 환경에서 남발하면 프로페셔널해 보이지 않는다.

Apologize(격식과 책임의 영역): "공식적으로 사과한다." 이것은 감정이 아니라 행위(action)다. 상대와 나 사이에 명확한 선을 긋고, 책임을 인식하고 수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단어다. "I apologize for the error"라고 말하는 순간, 당신은 감정적인 호소가 아니라 책임 있는 태도를 취하는 사람이 된다.

※주의: 내 잘못이 명백하지 않은 상황에서 apologize를 쓰는 것은, '내가 모든 법적/실무적 책임을 지겠다'라고 선언하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히 써야 한다.

My bad(일상의 영역): "내 실수." 철저히 사석의 언어다. 중요한 미팅에서 쿨해 보이고 싶다는 이유로 My bad를 사용한다면, 당신은 가볍고 신뢰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인식되기 쉽다.


사과는 빚을 지는 행위다

자신감이 없는 사람일수록 문장의 시작을 Sorry로 연다. "Sorry to bother you, but..." 이 말을 내뱉는 순간, 당신은 이미 상대에게 빚(debt)을 지고 들어간다. "내가 너의 시간을 빼앗아서 미안하다"는 프레임에 스스로를 가두는 셈이다. 상대는 자연스럽게 '내가 들어준다'는 우월한 위치에 서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당신의 잘못이 아닌 상황에서도 습관적으로 Sorry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시스템 오류, 외부 요인, 통제 불가능한 변수까지 모두 자신의 책임처럼 떠안는다면 그건 겸손이 아니라 회피다. 그리고 회피는 리더십과 가장 먼 태도다.


Sorry를 Thank you로 치환하라

그렇다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 사과하고 싶은 충동이 올라올 때마다 그 감정을 '감사'의 프레임으로 전환하라. 이것이 자존감을 지키면서도 상대를 존중하는 가장 세련된 기술이다.


가장 흔한 상황을 보자. 당신이 회의에 5분 늦었다.

저해상도(저자세): "I'm sorry for being late.(늦어서 죄송합니다.)" → 나의 '잘못'에 초점이 맞춰진다. 나는 죄인이 되고, 상대는 피해자가 된다.

고해상도(동등한 프레임): "Thank you for waiting.(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 상대의 '인내'에 초점이 맞춰진다. 나는 감사하는 사람이 되고, 상대는 배려심 있는 사람이 된다.


이 작은 치환이 관계의 역학을 바꾼다. Sorry는 당신의 가치를 깎지만, Thank you는 상대의 가치를 높인다.


비즈니스에서 필요한 건 비굴한 사과가 아니라, 동등한 존중이다. 그러니 이제 습관적인 Sorry를 멈춰라. 당신은 죄를 지은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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