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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원 Apr 30. 2018

위제너레이션, 그들이 사는 세상

'공유'로 숨쉬는 밀레니얼세대가 일하고, 공감하고, 살아가는 법 


‘Connecting the dots’ – Steve Jobs  


매 순간, 모두와 연결되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세상. 스티브잡스는 초연결 세상을  한참 전부터 직감했던 것일까. 연결이 갖는 힘을.   


우리 모두는 각자 하나의 섬이다. 다만, 떨어져서는 살아갈 수 없는 섬이기도 하다. 연결을 넘어 ‘초’연결이라는 접두어가 사용되고, ‘공유’라는 말이 더이상 새롭지 않은 시대. 우리는 무엇을, 왜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새롭게, 작게, 의미있게. 공유 오피스가 만들어내는 연결된 대안 세계

     

모 금융계 대기업의 2017년 신입사원 경쟁률은 자그마치 500대1에 육박했다. 놀라지 마시라. 신입사원의 그 해 퇴사율은 50%를 육박했다. 해외연수, 인턴, 학점이라는 탄탄한 스펙을 쌓으며 수백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대기업을 왜 박차고 나간 것일까.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의미가 없어서’이다.  


안정적인 고용시대는 20년 전 IMF와 함께 이미 종말을 맞이했고, 탈고용사회를 향해 가는 지금, 회사라는 존재는 어떤 의미의 안정성도 보장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명예’를 넘어 ‘삶의 의미’를 찾는 밀레니얼 세대의 신입사원들이 ‘지금, 자신에게, 의미있는’ 일을 찾아 짐을 싸는 이유는 예상 밖의 일이 아닌 것이다. 1인 기업가와 소규모 스타트업, 대기업의 혁신 TFT 조직까지 ‘새로운 비즈니스를 꿈꾸는 사람들’이 새롭게, 작게, 의미있게 일할 수 있는 환경과 네트워크 기회를 찾아 속속들이 공유오피스 공간들에 몰려들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공유 오피스 위워크(wework)는 설립 8년 만에 22조원의 기업가치를 달성했다. 공유오피스 공간은 더이상 새로울 것 없는 세상에서 새로움을 꿈꿀 수 있는 ‘연결된 대안 세계’인 것이다.  


공간을 쪼개 파는 임대업인가. 오디언스에 집중한 IT기업인가. 

     

공유오피스의 전 세계적인 붐은 어찌 보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신입사원을 뽑지 않는 기업들, 기계로 대체되어가는 업무로 인해 회사의 인적 규모 또한 역성장 추이를 보이고 있다.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건물의 공실률을 공유오피스가 채워가고 있을 뿐이다. 일하는 공간과 사람들의 모듈화된 변화라고 부르면 맞을까. 안타까운 것은 공유 오피스가 뜬다는 이유로 신규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대기업들이 너도 나도 공유 오피스를 ‘오픈’하고 보려는 서두름에 있다.  


위워크의 성공은 단순히 건물의 빈 공간을 쪼개서 파는 임대업의 접근 때문이 아니었다. ‘사무실’을 팔려고 하지 않고, ‘오디언스(Audience)로 하여금 가치있는 커뮤니티에 소속된다는 자부심’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위워크의 공동창업자인 애덤 노이만이 건물을 신축하지 않는 이유도 그 기준 때문이다. 건물 구매에 집중하면 건물의 경제적 이득에 집중할 것이고, 사람들이 위워크에서 경험하기를 원하는 것보다 사업적인 이득을 가져다 줄 공간에 집중하게 될 것 같다는 그의 대답은 위워크가 타 공유오피스와 차별화되는 그만의 철학을 보여준다.  


위워크의 일원이 된 순간 전세계 위워크 커뮤니티와 연결되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와 소속감을 갖게 된다. 소규모의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가장 필요로하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과의 네트워크. 관계 자본이 물질적 자본의 가치를 상회하는 시대에 위워크의 ‘네트워크 이펙트’가 주는 힘은 크다. ‘Community for Creators’ 를 추구하는 위워크에 크래프트 맥주, 스페셜티 커피가 무제한 공급되고 다양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문화 및 비즈니스 이벤트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일, 반려동물을 키우는 펫프렌들리족이 많은 입주원 특성을 고려해 위워크 로고가 새겨진 굿즈를 판매하는 디테일 또한 위워크가 얼마나 집요하게 ‘오디언스’에 집중하는지 알 수 있다.  


세분화되고 있는 ‘관심’ 공유공간 


위워크를 비롯해 패스트파이브 등 공유오피스가 공유 공간의 1세대였다면, 취향과 관심사, 라이프스타일이 유사한 오디언스들이 모여 함께 일하고, 생각을 나누는 ‘관심’ 공유공간들이 새로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혁신적 접근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체인지메이커들의 공간, 헤이그라운드 
 헤이그라운드는 체인지메이커들의 공유 공간이다. 5명 이하의 소규모 스타트업 부터 60여명이 일하는 회사까지 다양한 이 공간 입주사의 가장 큰 규모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담긴 제품과 콘텐츠를 제작하는 브랜드 '마리몬드'와 디자인·IT 솔루션 회사 '슬로워크'다. 자전거 출퇴근족을 위한 자전거 주차공간, ‘레이디스 살롱’이란 이름의 수유실까지 커뮤니티 멤버를 위한 세심한 설계가 돋보인다. 최지훈 루트임팩트 매니저는 “체인지메이커들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한다. 이들이 좋은 공간에서 즐겁게 일하면서 더 큰 사회 변화를 가져올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진출처 : http://www.dmppartners.com/ufiles/project/4dfb931e28479c77b75afadf7831592499bf1ad0.jpg 

여성 전용 공유 오피스, 더윙 (The Wing) 
 
미국 뉴욕 시내의 한 건물에 자리한 여성들을 위한 공유오피스 ‘더윙 (The Wing)’은 19세기 유행한 여성 클럽의 부활이라는 기치를 들고 세상에 문을 열었다. 위워크와는 달리 핑크빛 소파와 여성 작가들의 책이 가득한 책장, 넓은 창으로 들어오는 따사로운 빛, 파스텔톤의 모던한 소품들과 그리너리들은 답답한 일반 공유오피스와는 차원이 다른 ‘여성들이 여유롭게 일하고 싶은 바로 그 분위기’를 자아낸다. 예상했듯, 파우더룸과 수유실도 물론 갖추어져 있다. ‘금남의 구역’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비웃기라도 하듯, 1년도 안 돼 연회비 2250달러를 내는 회원 700명을 모았고, 수천명의 대기자를 확보했다. 일하는 여성으로서 같은 고민과 관심사를 공유하는 또다른 강력한 커뮤니티의 탄생이다.   

사진출처 :  

https://2h7qju2c3qvcc3s86ekn8n0-wpengine.netdna-ssl.com/dc/wp-content/uploads/sites/5/2017/04/TheWing-e1491490308154.jpg 


패션업계의 창조적인 여성들을 위한 디지털 영감 아뜰리에, 스페이스매터즈   

 꼭 오프라인 공간만이 진정한 ‘공유 공간’일까. 스톡홀름을 베이스로 한 스페이스 매터즈(SPACEMATTERS)는 패션 업계의 여성들이 다양한 창조적 영감을 받을 수 있는 디지털 라이브러리 공간이자 미디어이다. 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창조적 여성들의 인터뷰와 스타일 갤러리, 게스트 컨트리뷰터들이 만들어내는 감각적인 콘텐트까지. 오프라인 공간이 아니면 어떠한가. 패션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충성도 높은 오디언스들이 함께 가꾸고 지켜나가는 커뮤니티인 스페이스매터즈의 성공적 확장을 확신해 본다.   

사진출처 :  

https://s3-eu-central-1.amazonaws.com/centaur-wp/creativereview/prod/content/uploads/2015/01/spacemattersfrontpage1_0.jpg 


코워킹(co-working)을 넘어 코리빙(co-living)까지   


위제너레이션에게 일하는 방식만이 공유의 방법일까. 위워크가 공유오피스를 넘어 함께 사는 공간 ‘위리브(welive)’를 추진하고 있듯, 유사한 라이프스타일의 사람들이 함께 주거공간을 형성해 가는 코리빙(co-living)의 영역까지 공유 공간은 확장되고 있다.  


영국 밀레니얼들의 핫한 코리빙 커뮤니티, 더컬렉티브 올드 오크  

한 지붕 아래 무려 550가구가 함께 사는 세계 최대 규모이자 런던의 대표적인 코리빙 스페이스 더 컬렉티브 올드 오크(The Collective Old Oak)는 소유보다 공유와 경험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트렌드가 극대화된 주거공간이다. 일과 쉼, 놀이와 공부의 경계가 희미한 현 시대의 주거공간의 모습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까. 이곳은 레스토랑, 바, 스파, 피트니스 센터, 도서관, 세탁소, 코워킹스페이스, 영화관까지 갖추고 있다. ‘가볍게 짐 싸서 돌아다니며 사는 것에 거리낌없는 노마드형 싱글족들’의 라이프스타일에 가장 최적화된 공유 공간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입주민에게 제공하는 것은 또 하나의 솔루션입니다. 영국 경제의 생명 선과도 같은 젊은이들에게 비슷한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제공하는 것, 이를 통해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을 바꿔가고자 하는 것이 더 컬렉티브가 하는 일이지요.” - 설립자 레자 머천트 (Reza Merchant) 

사진출처 : http://d36pgh4m67wnlt.cloudfront.net/listings/284105/o_1bq2klkpbjct8fk8q9odd1nm432.JPG 


함께 사는 전혀 새로운 방식, 커먼타운  

1인가구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한국 역시 코리빙이 하나의 힙한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삶을 살아가야 하며, 공간이라는 물리적 기능을 넘어 감성적 만족감이 실현되어야 한다고 믿는 연성 전용 코리빙 플레이스, 커먼타운. 집을 소유보다 거주의 개념으로 생각하는 밀레니얼 세대 여성들을 핵심 오디언스로 하는 커먼타운의 매력은 단순히 빌트인 생활 서비스의 편리함과 세련된 인테리어 뿐 아니라 입주민과 회원들만을 위한 커뮤니티공간 ‘라운드어바웃’을 통해 네트워킹, 카페라운지, 코워킹스페이스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별다른 홍보 없이 블로그를 통해 입주가 거의 완료되었으며, 첫 선을 보인지 6개월만에 상담 대기 인원이 3500명에 이르렀다.  


부와 소유가 제 1의 가치로 평가되던 신자유주의 시대가 저물어감과 동시에 우리는 이제 덜 갖더라도 더 경험하고자 하며, 함께 생각을 공유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재확인한다. 획일화된 목표를 향해 맹목적으로 달리는 것이 아닌, 자신의 관심과 지향점이 같은 이들과의 작고 느슨한 연대를 통해 새로운 대안 세계를 만들어가는 사람들.  


공유 공간의 성공 여부는 세련된 ‘공간’을 만드는 일을 넘어 의미있는 ‘공감’의 축을 섬세하게 설계하는 일에서 비롯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나만의 부족(tribe)을 만드는 일이 이 외로운 우주에서 중력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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