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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원 Jan 02. 2023

헤어지지 않을 결심 2023  

새해에 갖고 싶은 태도에 대하여 

새해입니다. 인간이란 참 흥미로운 존재입니다. 2022년 12월 31일 토요일을 건너 2023년 1월 1일의 일요일이 되었을 뿐인데, 완벽히 새로운 날을 맞이했다고 새로 힘을 내고, 서로를 다독입니다. 인간이 지구 상에서 유일하게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존재여서일까요? 묵은 해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합니다. 


2022년 12월 31일 금요일, 오랫만에 교보문고에 들렀습니다. 1월 생신인 아빠께 드릴 책 선물을 위해서였어요. 그런데 왠일. 정말 사람이 말 그대로 바글바글한 것이었습니다. 평소의 2배 가량의 인파가 있는 듯 보였습니다. 왜지? 아! 올해의 마지막날이었네요. 새해에는 좀 더 활기차고 건강하게 살아보고자 마음가짐에 대한 책들을 뒤적이고, 다이어리와 펜을 고르는 사람들의 눈빛에서 가벼운 흥분을 발견합니다. 


평소에 새해가 되었다고 해서 올해는 무엇을 꼭 이루어야지 라든가 버킷리스트를 줄줄이 써보는 타입이 아닙니다. 아무리 여러번 MBTI를 해봐도 빼도박도 못하게 INFP입니다. 누구는 순수하다 하고, 누구는 실행력이 약하다고 말하는 타입이죠. 계획 세우는 것을 그다지 멋지다고 생각하지 않구요. 못 이룰 바에 계획하지 않는다-가 더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2023년에는 마음에 새기고 싶은 마음가짐이 있어 잊지 않고자 적어보려고 합니다. 


1. 힘을 뺀다  


무슨 일을 하든 고민을 시작하면 미간의 주름이 깊이 잡히곤 해요. 무엇이 최선일까, 어떤 단어가, 어떤 도표가, 어떤 문장이 더 설득력이 높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합니다. 그러다 보면 고민의 유리박스 안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문제의 본질이 무엇이었지? 라고 복기해보면 문제의 해결점이 지구상에는 존재하지 않고 목성, 토성에나 존재하는 원소를 가져오라는 것은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그 모든 블랙홀의 원인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그것은 바로 힘을 너무 주었다는 것입니다. 더 멋져 보이고자, 세상에 없는 답을 내보이고자 하는 욕심이죠. 힘들다는 용어를 가만히 생각해 보면 힘이라는 무거운 돌을 계속 들고 있으니 힘든 것입니다. 돌은 내려놓아야 가벼워지죠. 고민 없이 결론을 내자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어떻게 잘 할 수 있을까'에 앞서 '어떻게 흥미를 잃지 않고 재밌게 접근할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한다면, 즉 힘을 빼고 가벼워진다면 그 넘치는 호기심과 즐거움이 자연스럽게 넘쳐 흘러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요. 

    

 

2. 받지 않는다 


이상한 일입니다. 나이를 먹을 수록 만나는 친구도 줄어들고, 엄마친구딸 같은 비교 대상도 없는데 계속 누군가와 나를 비교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들게 하는 일이 잦아집니다. 소셜미디어를 끊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 이야기를 하고 싶고, 누군가와 계속 연결되어 있고 싶습니다. 소셜 미디어에는 멋진 커리어, 새로운 시도들, 성취들이 넘쳐납니다. 자연스럽게 나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되죠. 하고싶지 않아도 무의식적으로 나와 타인을 계속 저울질하곤 합니다. 알고 보면 나를 제일 괴롭히는 사람은 나 자신일지 모릅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말이죠. 누군가 별 생각없이 부정적인 말과 태도로 나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나를 움츠려들게하는 말과 생각들을 어찌해야 할까요. 결론은 하나입니다. 그것을 받지 않는다. 소셜미디어가, 배려 없는 타인이 던지는 말과 태도를 무심코 받아 손에 들고 있지 않는 것. 부정적인 기운은 조용히 사양할 줄 아는 단호함을 지키겠습니다. 


3. 알지 못한다 


브랜드의 컨셉을 정의하고 스토리를 기획하는 일은 즐겁기도 하지만 때로는 괴로움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너무도 뻔한 답이 있는데, 굳이 왜 의뢰를 했을까. "당연한 것 아닌가?", "뭐가 새롭지?" 이런 질문에 부딪힐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때 필요한 태도는 잠시 그 질문에서 물러나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새롭게 질문합니다. 내가 모두 안다고 생각한 그것 혹은 그 분야를 내가 몰랐을 때의 눈으로 다시 바라본다면 어떤 감정이 생길까. 무엇이 새로울까. 당연해보이는 것을 당연하지 않게 바라볼 때, 표면 밑에 숨은 그 비즈니스의, 브랜드만의 의미가 살아납니다. Unlearning, 즉 모른다는 가정 하에 사물과 사건을 새롭게 바라보는 것. 당연하지가 아니라 왜 그렇지?라는 WHY를 계속 던지는 과정 속에서 새로움이 그 모습을 슬며시 비추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2023년에 갖고 싶은 3가지의 태도를 적고 다시 훑어보니 모두 무언가를 '빼'거나 하지 '않는' 것과 같은 부정문이네요. 하지만 좋습니다. 어찌 보면 안다고 생각하고, 무조건 받고, 힘을 들이고 있었던 과잉의 자아에 다이어트가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힘을 빼고 흥미롭게, 받지 않고 가볍게, 알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어린아이의 호기심으로 2023년을 활기차게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여러분의 2023년에 헤어지지 않을 결심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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