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 입문학 Chapter 4.
태아 3주차에 뇌가 형성된 후, 4주차가 되면 어떤 기관이 형성될까. 그렇다. 심장이다. 심장이 멈추면 생명도 끝난다. 브랜드도 그럴까? 브랜드의 좌뇌인 컨셉, 그리고 그 컨셉을 소비자에게 일관되게 매력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브랜드의 우뇌인 페르소나만 있으면 브랜딩이 완성되는 것 아닌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좌뇌와 우뇌만으로도 굴러가는 브랜드가 있고, 좌뇌/우뇌와 더불어 뜨거운 심장이 삼위일체가 되어 살아가는 브랜드가 있다. 브랜드의 심장은 바로 브랜드의 미션과 비전이다.
브랜드가 컨셉만 있으면 됐지 굳이 미션과 비전까지 필요할까. 사람의 일생으로 생각해 보면 컨셉은 ‘직업'이고 비전과 미션은 ‘소명'이다. 컨셉은 시대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직업이 ‘의사'였다가 ‘신약 개발 연구원’으로 바뀔 수는 있지만 두 직업 모두 궁극적 소명은 ‘인류의 생명을 구하는 삶'일 것이다. 브랜드가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꿈이 비전이라면, 그 비전을 이루기 위해 브랜드가 자처한 역할을 미션이라고 한다.
선명한 컨셉과 페르소나를 가진 브랜드에 매력을 느낄 수는 있지만 그것이 가슴을 뛰게 하는 것까지 바라기는 어렵다. 브랜드가 한 명의 사람처럼 공동체에 어떠한 기여를 하기 위해 태어나고 살아갈 것임을 선언할 때, 우리는 매력을 느끼는 것을 넘어 그 브랜드를 자신에 삶에 투영해 지지하고 응원한다. 컨셉이 ‘무엇what’을 줄 것인가이고, 페르소나가 ‘어떻게how’ 경험하게 할 것인가라면, 미션과 비전은 ‘왜why’이다.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줄 것인가에 앞서 그것을 왜 하려는가를 설득할 수 있다면 하나의 브랜드를 잉태하는 구도가 완성되는 것이다. 재화가 넘쳐나고, 그 재화를 광고하는 매체가 넘쳐나는 시대에는 ‘무엇이 무엇보다 낫다'가 아닌 ‘왜 나에게 의미있는가'의 Why를 주지 못한다면 선택받을 이유도 소원해지기 때문이다.
나이키의 비전과 미션은 30년이 넘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
“ If you have a body, you are an athlete. We bring inspiration and innovation to every athlete in the world. We exist to expand human potential.”
신체를 가진 자, 우리 모두는 자기 인생의 선수다. 나이키는 전 세계의 선수들에게 영감과 혁신을
제공하며, 인류의 가능성을 확장하기 위해 존재한다.”
인생이라는 긴 레이스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제한하지 않고 확장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존재한다는 미션과 비전은 신제품을 기획할 때도, 멤버십을 리브랜딩할 때에도 변하지 않고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되는 나이키의 북극성이다.
“제 3의 공간"이라는 컨셉의 스타벅스의 미션은 무엇일까. 스타벅스가 커피를 통해 제 3의 공간을 창조하고자 하는 이유, 즉 why는 '인간의 정신에 영감을 불어 넣고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이다. 이를 위해 ‘한 번에 한 사람씩, 한 컵 씩, 한 명 한 명의 이웃에게 정성을 다한다’는 것을 핵심 행동 원칙으로 삼고 있다. 사람 한 명 한 명을 중시하는 CEO의 철학에 따라 스타벅스는 음료를 만들고 제조하는 모든 직원들에게 4대보험을 보장했고, 그렇게 행복한 직원이 고객을 행복하게 만들고 결국 서로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존재가 된다고 믿었다. 이러한 스타벅스만의 미션과 비전이 없었다면 또 다른 제 3의 공간을 자처하고 나선 브랜드들과 비교 대상으로 남았을 것이다.
2023년 오스카 7관왕에 오르며 전 세계에 ‘다정함'의 바이러스를 퍼뜨린 영화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앳원스’, 2024년 에미상을 휩쓴 ‘성난 사람들(BEEF)’, 윤여정 배우를 글로벌 스타로 만든 영화 ‘미나리’의 공통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바로 같은 영화제작사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운동화나 커피가 아닌 영화를 만드는 회사도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만들고자 하는 영화에 대한 비전이 뚜렷하다면, 그 영화를 통해 세상에 어떤 변화를 만들고싶은지 스스로 선언할 수 있다면 가능하다. 소규모로 출발한 미국의 영화 드라마 제작사인 ‘A24’의 비전은 자본주의와 흥행코드에 따른 영화 제작이 아닌, 독립영화 제작자들과 독립 영화의 가치를 믿고 이들이 세계에 알려질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흥행성보다는 독창성을, 타협하기보다 예술적 완결성을 중시하는 원칙 또한 작아보이는 이야기를 작지 않게 생각하는 이들의 뚜렷한 소신에서 비롯되었다.
아무리 뇌가 뛰어나다 해도 심장이 없으면 살 수도, 사랑도 할 수 없듯이 브랜드가 가슴으로 고객에게 닿아 의미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성장하려면 브랜드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why, 즉 그 브랜드만의 비전과 미션이 필요하다.
* Chapter 5에서 계속됩니다.
<브랜딩 입문학>
목차
Chapter 1. 브랜딩 애즈 어 휴먼 : 브랜드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것이다
Chapter 2. 브랜드 좌뇌 만들기 : 컨셉 정의
Chapter 3. 브랜드 우뇌 만들기 : 페르소나
Chapter 4. 브랜드 심장 만들기 : 비전과 미션
Chapter 5. 관계맺고 성장하기 : 장수 브랜드를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