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강. 브랜드 우뇌 - 페르소나

브랜딩 입문학 Chapter 3.

by 김혜원

사람은 자기만의 재능과 삶의 의미를 가지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그 사람을 모두 안다고 할 수 없다. 그 사람의 생각과 재능은 내부적 요소이다. 그 사람을 더 진하게 알려주는 것은 그 사람이 입는 옷차림, 풍기는 향, 자주 쓰는 언어와 말투, 걸음걸이와 같이 눈에 보이고 살갗으로 느껴지는 외부적 감촉이다. 즉 그 사람의 성격이 만들어내는 모든 몸짓과 고유한 향이 그 사람의 매력을 말해준다.


브랜드의 좌뇌가 논리적 사고를 지향하는 ‘컨셉’이라면, 브랜드의 우뇌, 즉 ‘표현과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은 브랜드의 ‘페르소나’를 만드는 일에 빗대어볼 수 있다. 성격personality이 아니라 페르소나persona라고 하는 이유는 성격은 변하지 않는 특질인 반면, 페르소나는 우리가 사회적으로 입는 가면, 즉 내가 나타내고자 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변용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무형의 브랜드는 세상에 드러내고 싶은 자신의 페르소나에 맞춰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자신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브랜드에 있어 페르소나는 왜 중요할까. 지금은 고전이 되어버린 버스 광고 캠페인이 떠오른다. 휘황찬란한 광고 문구와 달리 이 캠페인의 메시지는 단 여섯 글자였다. 바로 “선영아 사랑해". 당시 이 캠페인은 말 그대로 센세이션이었다. 도대체 선영이가 누구냐고, 내가 선영인데 누가 나를 사랑하는 것이냐며 전국의 선영이들이 들썩였다. 핵심은 선영이가 아니다. 핵심은 “말을 걸어오는 인간적인 말투"에 있다. TV광고가 브랜딩의 전부였던 시절에는 유명인이 나와 제품을 흔들어 보이는 모습을 믿고 샀다면, 수십 수백가지 매체에 포위된 지금 사람들은 브랜드를 하나의 사람처럼 인식한다. 설혹 내 취향이 아닌 스타일의 옷을 입은 브랜드라도 무색무취의 브랜드보다 더 강렬한 존재감으로 기억에 남는다. 브랜드들은 더 소비자가 브랜드를 더 진하게 감각할 수 있게 브랜드의 얼굴인 로고나 컬러 뿐 아니라 브랜드의 향으로, 촉감으로, 맛으로 사람들에게 ‘인간적으로' 다가간다.


사각형의 마이크로소프트는 먹지 못하지만 누군가 한 입 깨물어 먹은 듯한 위트있는 ‘애플'은 맛있게 먹고싶다. 전화선같은 ‘라인' 도 좋지만 노랗게 잘 익은 ‘카카오'로 소통의 열매를 맺는다. 살아있는 듯한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을 때 가는 곳이 잘 익은 ‘올리브'영인 것도 무의식적으로 우리가 먹고 느끼고 만질 수 있는 브랜드를 좋아하게 된다는 설명에 일조하는 듯 하다. 픽사 오프닝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탁상 조명 ‘룩소 주니어'는 자신이 사람인냥 공을 굴리고 점프를 하다 관객에게 빛을 비추며 눈을 맞춘다. 브랜드에서 인간적인 향기가 날 때 우리는 마음이 간다.


브랜드 컨셉에 좋은 컨셉과 그저 그런 컨셉이 있었다면 브랜드 페르소나는 좋고 싫음보다는 디테일과 어설픔이 있다. 하나의 사람처럼 흉내내려는 브랜드와 모든 접점에서 페르소나를 완벽히 살아내는 브랜드의 차이. 비건 뷰티를 컨셉으로 내세운 스킨케어 브랜드 ‘멜릭서'는 팝업스토어를 할 때에도 모든 집기를 재생 종이로 구성해 진행했다. 컨셉은 컨셉이고 경험은 다르다가 아닌, 컨셉을 어디까지 확장해서 경험하게 하는가가 그 브랜드의 페르소나를 더욱 강화한다.


브랜드 페르소나가 명확하면 브랜드 입장에서 의사결정의 혼잡함을 없애준다. 자기다운 페르소나가 없다면 브랜딩 활동을 하려고할 때마다 어떤 결을 취해야할지 판단하기 어렵다. 무게중심이 자기 자신이 아닌 외부의 천체를 따를 때, 중심을 잃고 섭동*궤도로부터 벗어나는 현상을 일으킨다는 천체의 섭리처럼, 자기다움이 자기 내면에 없다면 그때그때의 유행을 입을 수 밖에 없고, 그 브랜드의 고유함은 축적되지 않는다. 반대로 브랜드의 페르소나가 명징하다면 어떤 활동을 하든 그 페르소나를 더 구체화할수록 브랜드 경험은 고도화된다.


넥타이를 맨 스티브잡스를 상상할 수 있을까. 병세가 악화되어 마지막 공식 석상에 서는 그날까지도 스티브잡스는 애플다운 페르소나, 즉 ‘혁신', ‘인간다움'을 이세이미야케의 검은색 터틀넥과 청바지, 뉴발란스 운동화 신은 모습을 유지했다. 화려하고 섹시한 이솝Aesop을 상상할 수 있을까. 이솝 스킨케어는 스킨케어의 본질이 화려한 제품 패키지가 아니라 패키지 안에 있는 내용물이라고 생각했다. 중요한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브랜드의 컨셉이 다크 브라운 컬러의 정적이고 지적인 용기 디자인과 레이아웃을 만들어냈다. 근사해서가 아니라 내용물의 변질을 막기 위한 기능적 이유였다. 그래서인지 이솝의 컬러를 떠올리면 브라운 컬러가 아니더라도 섬세하게 선별된 채도 낮은 자연의 색감이 떠오른다. 정중한 말투의 ‘MINI’도 상상하기 어렵다. MINI는 모름지기 ‘Please do not tease or annoy the mini. (작다고 놀리지 마요)’ 라고 앙탈부리는 언어가 어울린다.


브랜드의 로고를, 패키지를, 그리고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어야할까 고민하기 이전에 브랜드의 좌뇌, 즉 컨셉을 정의하고 나면 브랜드의 우뇌, 즉 페르소나가 어떤 모양을 띄어야 할지는 저절로 그림이 그려진다. 소비자에게 어떤 가치를 던질 것인지, 그 가치의 핵심이 무엇인지가 명확하다면 브랜드가 ‘도발’할 것인지 ‘정돈된 편안함'을 줄 것인지 결정된다. 내일 당장 인스타그램 광고 주제를 뭘로 할지 고민하기에 앞서 우리 브랜드를 한 명의 사람으로 생각하고 어떤 페르소나를 가져야할지 먼저 고민해 보면 어떨까. 시류에 휩쓸리는 다중인격적 브랜드가 아닌 자기의 심지와 향기를 가진 브랜드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 인지상정일테니.


Chapter 4에서 계속됩니다.


<브랜딩 입문학> 목차

Chapter 1. 브랜드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것이다

Chapter 2. 브랜드 좌뇌 만들기 : 컨셉 정의

Chapter 3. 브랜드 우뇌 만들기 : 페르소나

Chapter 4. 브랜드 심장 만들기 : 꿈과 비전

Chapter 5. 관계맺고 성장하기 : 장수 브랜드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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