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 모스크 순례기

알제리에서의 열흘 9

by WonChu

알제리에 있는 동안 될 수 있으면 가까이 있는 모스크(이슬람 사원, 현지발음으로는 모스키)를 찾았다. 이슬람이라는 종교를 실제로 체험해 보기 위해서였다. 국제뉴스로 그토록 많이 접한 이슬람은 과연 어떤 종교일까? 그리고 알제리가 왜 결국 이슬람을 국교로 삼게 되었는가? 궁금했다.


일정상 알제에서는 가보지 못하고 내륙의 중세도시 '콘스탄틴', 로마유적지 '티파자', 작은 해변 마을 '시누아'의 모스크를 가보았다. 먼저 외관을 보자. 모스크는 둥근 지붕인 돔과 첨탑인 '미나렛'으로 되어 있다. 돔 위에는 초승달 장식이 달려 있고, 첨탑 위에서는 기도시간에 아잔을 튼다. 모스크는 어느 도시에서나 가장 크게, 가장 좋은 재료로 지어진다. 알제리에서는 질 좋은 대리석이 많이 난다고 하는데 거의 유럽으로 수출을 하는 관계로 현지건물들 대부분 콘크리트나 시멘트 벽돌로 되어있다. 하지만 신성한 모스크만은 예외여서 아낌없이 대리석을 갖다 쓴다.


모스크 안으로 들어가려면 입장하기 전에 복장과 성별, 청결을 지켜야 한다. 반팔과 반바지는 금지, 남녀의 기도실은 분리되어 있다. 대개 여성의 기도실은 2층이나 지하이다. 복장이 양호하다면 예배당 안으로 들어가기 전 손과 발, 얼굴 등을 씻어야 한다. 이를 위해 예배당 지하에 세면실과 화장실이 있다. 세면실은 커다란 목욕탕 같은 구조로 대리석 의자와 타일로 되어 있다. 배수로, 파이프로 연결된 수도꼭지들 모두 청결하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손, 눈, 코, 입, 귀, 목, 발을 씻는다. 하루 종일 밖으로 돌아다닌 여행자들에게 반가운 의식이 아닐 수 없다. 그 옛날 사막을 건너온 대상이나 유목민들도 이처럼 시원한 물을 마시고, 개운하게 몸을 씻었으리라.


사람들은 사원 밖에서 활달하던 모습과 달리 이곳에서부터 매우 진지해진다. 나이불문하고 간단한 눈인사나 손을 합장하며 예를 표한다. 제법 경건한 자세로 발을 씻는 이방인인 나를 본 그들은 ‘당신도 무슬림인가?’ 하는 반가움과 놀라움의 눈빛을 보낸다. 다 씻은 다음에는 신발을 들고 예배당으로 올라간다. 예쁜 돔 모양으로 장식된 신발장에 신발을 넣고 맨발로 예배당 에 들어간다. 예배당 바닥은 카펫으로 되어있다. 예배당 안의 공기는 매우 쾌적했다. 발을 씻지 않고 들어간다면 신성한 예배당은 진한 발 냄새를 피할 수 없었으리라.


모스크 안 예배당의 구조는 극히 단조롭다. 이슬람은 성화나 성상을 모시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대신 모든 종교적인 열망을 문과 기둥, 그리고 벽을 장식하는데 쏟아 붇는다. 양편의 창은 스테인드글라스로 채색되어 있고, 모스크 모양으로 움푹 들어간 높은 천장은 타일과 샹들리에로 화려하다. 카펫이 깔린 넓은 공간은 기둥들이 지붕을 떠받치고 있을 뿐 의자하나 없이 텅 비어 있다. 단순함의 백미는 한쪽 벽에 움푹 들어간 문 ‘미흐랍’이다. 미흐랍은 성상 대신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 방향으로 만들어 놓은 음각형태의 문이다. 예배당에 들어 온 신자들은 그쪽에 대고 절을 올리며 예를 갖춘다. 모든 사람이 미흐랍이라는 통로를 통해 알라(신)과 직접 연결되는 형식.


성상을 모실 경우 어쩔 수 없이 그 모양과 이미지에 따라 신의 뜻이 축소, 왜곡될 여지가 있고, 화려한 성상 자체를 숭배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반면 상징물이 없는 경우는 국경과 지역을 초월해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하나의 신과 연결되어 있다고 인식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만인이 직접 메카와 연결이 되는 형태는 믿음의 순수함을 강조하기 위한 근대적인 신앙의 양태일 것이다.


메카 방향으로 절을 하고 예배당에 앉는다. 이슬람의 예배당 안에서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신자들의 모습이다. 열심히 절을 하며 기도를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두 다리를 펴고 기둥에 등을 기대앉은 사람도 있고, 팔로 머리를 받치고 비스듬히 누워있는 사람까지 있다. 자신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편안한 자세로 코란을 읽거나 멍하니 천장을 보며 예배를 기다리는 것이다. 모스크의 그들은 가장 훌륭한 공간에서 가장 편안하게 가장 평화로운 시간을 보낸다. 장난스럽게 아이들이 뛰어다니지만 뭐라 책망하거나 눈치를 주는 사람도 없다. 이곳은 신전이자 휴식처같다. 성상이 없는 탈권위적인 분위기는 이교도인 나에게도 편안함을 주었다.


기도시간에 가까울수록 사람들이 많아진다. 성직자(이맘, 혹은 아야톨라)들이 하나둘 예배당 안으로 들어와 미흐랍 앞에 자리를 잡지만 일부러 가서 인사를 올리는 사람은 없다. 그저 각자의 기도와 각자의 휴식을 취할 뿐이고, 성직자들 또한 긴장감 없이 자유롭게 대기한다. 이윽고 성직자가 마이크 앞에 선다. 미흐랍 옆에 계단 위 연설대 (민바르)가 있지만 그것은 성자들을 기억하려는 종교적인 상징물일 뿐, 성직자는 연단도 없는 마이크 앞에 서서 예배를 알린다. 그러면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 앞쪽으로 나가 횡대로 줄을 맞춰 선다.


바닥 카펫에는 모스크 돔 모양 무늬가 있어 문양 하나에 한 사람씩 선다. 성직자가 코란 몇 문장을 읽으면 일제히 기도를 하며 절을 한다. 이 과정을 5회 정도 반복하는 예배는 채 10분이 걸리지 않아 끝이 난다. 설교도 없고 헌금을 걷는 바구니도 돌지 않는다. 마지막에 옆 사람과 서로 신의 축복을 기원하는 것은 천주교의 미사와 같다.


예배가 끝나고 나서도 따로 성직자에게 인사를 올리지 않는다. 각자 잡담을 나누며 사방으로 열린 문중 마음에 드는 문으로 흩어질 뿐이다. 예배당 입구에는 미망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아이를 데리고 바구니를 들고 있다. 사연은 알 수 없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망설임 없이 바구니에 돈을 넣는데, 미망인은 따로 감사의 인사는 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율법과 관습에 따라 당연하다는 듯 이루어지는 풍경. 기도를 마친 무슬림들은 개운해진 몸과 마음으로 양말과 신발을 챙겨 신고 다시 세상으로 나간다. 소란스럽고, 덥고, 먼지 나는 일상으로...


IMG_0528.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알제 카스바 - 알제리전투, 피에누아르, 하르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