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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Chu Jun 06. 2018

탐욕의 폐허를 보다

고맙다 여행 - L.A / 토론토 편


좋은 것만 보러 다니기도 바쁜 게 여행이건만 못 볼 것을 보고 말았다.

‘L.A 월셔 그랜드센터’와 ‘토론토 노스욕의 공터’.

애초 알려진 대로였다면 한국인의 자랑이 될 수도 있었던 그곳.

어쩌다보니 지금은 한국인이 얼굴 들고 지나다니기 부끄러운 곳이 되어버렸다.




1. L.A 월셔 그랜드센터



좌-월셔그랜드 센터 야경(한진 홍보용 사진), 우-그리피스 천문대에 본 L.A 마천루

L.A의 스카이라인에서 고층빌딩 숲(마천루)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그 가운데 작년에 완공된 월셔 그랜드센터는 빌딩 꼭대기에 태극문양을 달아놓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 빌딩은 대한항공이 노후한 힐튼호텔을 구입하여 1조원을 들여 지었다고 한다.

기사에 의하면 이것은 조양호 회장의 결단이 빛을 발한 결과물이며,

조현아 전 부사장이 건축디자인을 제안했다고 한다.

L.A 스카이라인 중심에 한국기업 소유의 빌딩이 있다는 것은 분명 자랑스러워야 할 일이겠으나...

이제 이 건물과 대한항공 항공기를 보며 자부심을 느낄 수 없게 되었다.

빌딩, 비행기가 무슨 죄일까.

나쁜 건 회사가 아니라 경영진의 행태이고,

사람들이 아니라 그들의 탐욕과 인성이고,

법 자체가 아니라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판결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빌딩을 보며 서있자니 누가 한국인이냐 물어볼까 두렵다.

그렇게 자랑스러운 업적이 될 수도 있었던 그곳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아니 우리가 알고 나서도 꾸준히 행해진 갑질로 인해

탐욕의 산물이자 부끄러운 유적이 되어버렸다.    


2. 캐나다 토론토 노스욕 (North York)


상 - 저수지게임 예고편, 하 - 아파트에서 본 분양사기 부지

  

토론토에 사는 지인의 아파트 창문 너머로 문제의 땅이 바로 내려다보였다.

한인들의 생활공간 한 가운데에 아직도 공터인 채로 남아 있는 또 하나의 탐욕의 폐허.

노스욕 분양사기는 한국인 사업자가 저 땅에 초고층 콘도를 짓겠다며 분양을 한 후

계약금을 받은 개발업체 사장이 증발해버린 사건으로,

캐나다에서도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분양사기라고 한다.

영화 <저수지 게임>은 이 사건의 배후로 의심되는 농협과 이명박 간의 커넥션을 추적한다.

사건현장을 직접 보니 더더욱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L.A에서보다 더 참혹한 기분이었다.

타향에서 살아가는 한인주거지역 한 가운데에 부끄러운 유적을 남겨 놓았다는 사실,

그럼에도 끝내 진실을 밝힐 수 있을지 여부조차 불투명하다는 사실,

그런데 분노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때문이었다.

여행 중이라는 것을 잊을 정도로 화가 났고,

정신을 차리고 나서는 남부끄러워 문 밖에 나가기가 망설여졌다.

그래서 사진을 올린다.

그들의 죄를 많은 사람이 다양한 방식으로 기억할 필요가 있으니까.

정유라가 숨어있었던 독일의 호텔도 목격하게 될까...? 

이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

아직 밝혀지지 않은 치욕의 순례지는 전 세계 곳곳에 퍼져 있을 터.  

모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그들이 응당한 처벌을 받을 때까지 

주목하고 분노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들이 끝내 법망을 피해 돈방석을 계속 깔고 앉아있게 된다 해도

그 자리 역시 탐욕의 폐허일 뿐임을 그들 스스로 하루 속히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진실을 은폐하는데 쏟고 있는 머리와 돈의 만분의 일만큼이라도 

정상적인 인간의 일원으로 돌아오는데 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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