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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Chu May 31. 2018

미국에서 캐나다 나갔다 들어오기

고맙다 여행 - 미국 캐나다 입국신고 편

여행자가 국경을 넘어갔다 다시 돌아올 일은 많지 않다. 대개 한 나라의 여행을 마치고 다른 나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처럼 출장을 끼고 여행을 갈 경우 이웃나라에 갔다 오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유럽처럼 입출국이 자유로운 곳이야 아무런 부담이 없지만, 그렇지 않은 곳의 경우는 재입국에 따른 비자문제로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지난번 알제리에서 모로코에 다녀오는 방법을 알아본 적이 있는데 현지에서도 이전 사례가 없어 알아보다 포기해버린 적이 있기도 했다. 

L.A-토론토 행을 정한 이후 입국신고를 어찌해야 하나 틈틈이 검색을 해 보았다. 일단 알게 된 것은 미국과 캐나다 간에는 육로의 경우 출입국심사가 간편하지만 항공편의 경우는 정식 입국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하긴 육로의 경우 꼼꼼하게 관리하기엔 국경선이 너무도 길고 넓지 않은가.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캐나다 영주권자들은 저렴하게 기름을 넣기 위해 미국으로 넘어가 기름을 넣고 오기도 한다고. 하지만 우리 같이 항공편을 이용하는 여행자의 경우, 다시 미국으로 들어오려면 미국에 재입국 신청을 해놓아야 하는 것일까? 

다시 검색을 해 보았다. 안타깝게도 여행자들이 캐나다에서 미국을 갔다 오는 경우는 적지 않으나 미국에서 캐나다에 갔다 돌아오는 케이스는 드물었다. 아마도 조용한 캐나다에 비해 미국에 보고 즐길 것이 많기 때문인 듯. 토론토에 간 길에 뉴욕구경을 하는 사람은 있어도 뉴욕에 간 길에 토론토로 놀러 가는 사람은 드물 테니까 말이다. 아무리 뒤져봐도 미국 영주권자가 아닌 여행자의 사례를 찾을 수 없었다. 출장용 왕복항공권을 끊고 나서 개인일정을 잡은 내 잘못이니 누굴 탓할까마는 미국에서 캐나다에 다녀오고자 하는 여행자가 앞으로도 없으란 법은 없을 것이기에... 미국과 캐나다의 입국심사에 대한 경험을 나누려 한다.          


ESTA 와 ETA    


현재 미국과 캐나다 양국 모두는 무비자 여행 국가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음대로 들락거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양국 모두 불법 체류자를 예방하기 위해 두 가지 입국심사 절차를 두고 있다. 들어가기도 전부터 시험대에 오르는 것 같아 기분 나쁘지만 일개 여행자이니 그곳의 법에 따르는 수밖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출국 72시간 전에 전자여행허가신청을 하는 것이다. 미국은 ESTA(이스타, Electronic System for Travel Authorization, 여행허가전자시스템), 캐나다는 ETA(에타, Electronic Travel Author, 전자여행허가). 공식사이트에서 온라인으로 신청서를 작성하고 수수료를 카드결제하면 안내문 상으로는 하루 이내, 실제로는 10분 이내로 승인 이메일이 온다. 관광 목적의 경우 한 번 신고로 3개월 체류가 가능하고, 허가수수료는 미국은 14불, 캐나다는 캐나다 달러로 7불(6,000원)이다. 

여기서 특별히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양국 정부에서 운영하는 여행허가신청 공식사이트가 아닌 다른 사이트에서 신청을 하면 수수료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것. 미국의 경우 신청사이트가 한글로 되어있어 작성하기 어렵지 않으나, 캐나다의 경우는 신청서가 영어와 불어로만 되어 있다. 혹시 잘못 기재해 입국을 거부당하면 어쩌나 싶어 다시 검색하다 국내업체가 한글로 공공사이트처럼 만들어 놓은 곳에서 신청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곳의 수수료는 50불이다. 공식수수료를 모른 채, 공공사이트처럼 만들어놓은 사설사이트에서 여러 항목을 체크하고 나서 수수료를 보면 캐나다가 욕심이 많구나 하며 아무 생각 없이 결재하기 딱 좋다. 나처럼 눈탱이 맞는 분이 없길 바란다.    


미국과 캐나다의 입국심사    


미국은 무비자 여행이 된 이후로도 입국심사가 까다롭다는 말이 많다. 일행 중 미국영주권자가 신신당부한 것은 최대한 간단하게 대답할 것. ‘갈 곳은? L.A 앤 라스베가스, 뭐하러? 싸이씽, 얼마나? 투 윅스.’ 이런 식으로... 뭔가 얘기가 길어질 만한 여지를 만들면 귀찮아 질수 있고, 최악의 경우 입국거부를 당할 수도 있다나.

뭐 그건 그렇다 치고 나의 경우는 출국 임박해서 한 가지 우려스러운 점을 발견했다. 여권을 펴자마자 아랍어로 된 알제리 비자가 똬~. 여행허가신청 시 금지국가 방문 사실 항목에 알제리는 없었으나 시비를 걸자면 시비 거리가 될 것 같았다. 외교부 미국비자 담당에게 전화로 문의해 보았다. 담당자는 아주 친절한 어조로 해당 내용은 미국이민국에서 관리하므로 외교부에서는 가타부타 확답해 줄 수 없으며, 정 궁금하면 미국이민국의 한국사무소로 문의하라고 했다. 이민국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미국인이므로 영어로 상담을 하셔야 할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우짤까... 고민하다 전화하지 않기로 했다. 영어 통화에 대한 부담도 부담이지만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려다 오히려 문제를 만드는 것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개운치 않은 마음으로 10시간의 비행 끝에 L.A 공항에 도착, 입국심사 창구로 향했다. 결과는... 허무하게도 뭐하나 물어봐주지도 않고 도장 쾅! 괜시리 억울한 마음에 여권을 받아들고 잠시 뭐라도 물어봐 주길 기다렸으나 돌아오는 것은 됐으니 가보라는 손짓뿐. 


열흘 후, 토론토까지 가는 에어 캐나다. 미국과 캐나다를 오가는 항공편은 로칼 노선인지라 분위기가 이채로웠다. 알라스카 행 탑승구가 온 신경을 빨아들였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외면. 캐나다 로컬 항공을 탈 때 미리 알아 두어야 할 것은 수화물을 따로 부칠 경우 예외 없이 가방 하나당 20불 정도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1개까지는 무료, 이런 거 없다. 그렇지 않아도 왜 사람들이 작은 캐리어와 배낭 등등 짐을 바리바리 싸 짊어지고 다니나 했더니... 여행허가신청을 할 때부터 캐나다로 가는 길에서 새는 돈이 많았다. 캐나다에서도 몇 번 더. 

4시간 비행. 승무원이나 승객이나 비행기라기보다 버스같은 분위기. 기내식은 없고, 음료는 준다. 우리처럼 허기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간식을 챙겨서 타는 것이 좋다. 

에어 캐나다 국내선. 수화물 차지를 아끼기 위해 가방 여러 개에 짐을 나눠 들고 타야 한다.

미리 전자신고를 해서 그런지 별 질문 없이 입국심사를 통과했다. 토론토 공항 밖으로 나오니 4월인데도 이곳은 아직 겨울 끝자락. 바람에 알래스카의 기운이 배어있다. 갑자기 냉장고 문을 열고 들어온 기분. 서부와 동부의 기후 차를 실감하며 우리는 날씨 좋은 L.A를 부러 떠나 비행기를 타고 춥고 습한 곳으로 왔구나 하며 실소했다. 돌이켜보면 한 번의 여정으로 서부와 동부를 모두 체감한 것이야말로 가장 큰 소득이었다 할 것이니 후회는 없다.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돌아올 때가 가장 걱정이었다. 완벽히 준비하자면 재입국 신청을 미리 해야 했으나 캐나다 일정을 미리 신고하면 처음 미국 입국심사 때 설명해야 할 것이 많아질 것이므로 생각이 복잡했다. ESTA는 3개월 유효하므로 재입국은 운과 짧은 영어실력에 맡기기로 한 마당이었다.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입국할 때의 색다른 점은 미국입국심사를 비행기를 타기 전 캐나다 공항에서 한다는 점이다. 미국이민국 사람들이 캐나다 공항에 나와 있는데, 캐나다를 거쳐 입국하려는 불법체류자를 미리 거르기 위한 것이라 생각된다. 입국심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출력한 ESTA 승인서류와 한국으로 돌아가는 항공권 예매 서류를 미리 챙겨놓았다. 우리가 만난 이민국 직원 독립영화에 나올 법한 다소 왜소한 체격의 백인. 그는 우리에게 왜 미국에 가느냐고 물었고, 나는 어젯밤 잠들기 전부터 내내 머릿속으로 되뇌었던 내용을 자신 있게, 더듬더듬 설명했다. ‘투 데이스 에프터 위 고 백 투 코리아... 블라블라...’ 그러자 대뜸 한국에서의 직업이 뭐냐 묻는다. 심사를 위한 질문인지, 그냥 궁금해서인지 의도는 알 수 없었으나 그를 넘어야 집에 갈 수 있으므로 좋은 쪽으로 생각하는 수밖에. 그렇게 우리는 무사히 L.A행 비행기에 올랐다. 결론적으로 미국에서 캐나다로 갔다가 다시 돌아올 때, 재입국 신고를 할 필요없다. 행선지와 목적을 정확하게 이해시키면 패스다.     


국경을 넘는 것은 언제나 흥분되는 일이다. 순간적으로 새로운 환경으로 들어가며 느끼는 어질함, 긴 여정과 나라마다 다른 입국 절차가 주는 피로, 의심의 눈총을 받아내야 하는 긴장감, 공항을 나서자마자 들이킨 공기에서 나는 새로운 냄새... 내 주변에는 그 과정이 귀찮아 외국에 나가기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처럼 새로운 세계로 진입할 때의 마찰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국경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온 신경 곤두서고 오감이 활짝 열린다. 그렇게 나는 긴 잠에서 깨어난다.


미국 횡단 비행기는 미국 땅을 내내 내려다보며 갈 수 있어 네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이곳은 아마도 콜로라도 상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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